뉴델리를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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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를 떠나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11.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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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행 - 인도 불교 성지를 중심으로 ⑫/오영호 시인

12억 인구와 남한의 33배에 이르는 땅을 가졌고, IT 강국, 핵을 가진 나라. 그러나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극 빈곤층이 3억 5천만 명에 이르는 나라, 종교 갈등과 제반 시설이 부족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너무도 많은 나라. 오영호 시인과 순례객 일행은 드디어 8박9일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델리공항을 향하면서 그 나라 인도와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편집자주>

 

델리공항의 모습

 

인도엔 인도가 없는 듯
사람들과 자동차와 자전거와 릭샤 
그리고 동물들이 거리로 나와 돌아다닌다

 

마지막 날이다. 늦은 저녁 갑자기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졌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고 더위마저 좀 누그러뜨린다. 이곳은 건기라 이렇게 소나기라도 내리면 한결 나무를 비롯한 생명체들이 생동감이 넘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나라다, 12억 인구와 남한의 33배에 이르는 땅을 가졌고, IT 강국의 길을 걷고 있고, 핵을 가진 나라다. 그러나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3억 5천만 명에 이르는 극 빈곤층이 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종교 갈등과 제반 시설이 부족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너무도 많은 나라다. 
델리로 들어가게 되자 조수(운전수 보조자)가 창문에 햇볕을 막는 커튼을 둘둘 말아 고정시킨다. 이유는 그렇다. 몇 년 전 델리를 달리던 버스 안에서 젊은 한 여성을 6명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인도 당국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세계의 여론에 뭇매를 맞은 인도는 모든 버스의 실내는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커튼으로 가리지 못하도록 법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도 한 때 버스 안에서 가무를 했던 모습을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다. 모든 교통수단은 안전이 우선이 아니겠는가.    
뉴델리는 인도의 수도이다. 따라서 정치 중심지다. 공공기관 및 각종 사무실이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인도에 장기간 체류하거나 인도에서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들은 한 번 꼭 들르게 되는 곳이다.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길옆으로 정차한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모양이다. 교통경찰과 한참 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몇 푼주면 된다고 하는데, 결국 딱지를 끊고 돌아왔다. 왜냐면 딱지 한 번 끊으면 다음에 걸려도 무사통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몇 번 걸렸지만 딱지를 보이며 그냥 달린다. 참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벌어지고 있다. 
 

델리 대통령궁


마지막으로 버스는 대통령궁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 모두들 지쳐 있어서 그런지 버스에 앉은 채로 투어하기로 했다. 이곳으로 접어들자 차창 밖으로 보는 풍경만으로도 넓고 시원하게 뚫린 도로가 압권이다. 바로 전 번잡한 도로를 뒤로 하고 들어서니 고요함마저 깃든다. 관공서 하면 좀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키우스크(기둥과 지붕만 있는 구조)는 전통양식에 의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중앙에 대통령궁이 있다. 마주보고 있는 곳에 인디아 게이트가 보인다. 주마간산이란 이를 두고 한 말 같다. 이곳 넓은 도로에서는 매년 1월 26일 인도 독립기념일에 퍼레이드가 화려하게 펼쳐진다고 한다. 
나오는 길옆엔 각국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 유독 중국 대사관이 있는 자리는 엄청난 넓이였다. 다른 나라 대사관에 비해 10배도 넘을 것 같다. 벌써 이곳 노른자 땅을 이렇게 많이 확보하고 있으니 왠지 입이 씁쓸했다.      

인도에는 인도(人道)가 없다는 말을 한다. 수도인 뉴델리도 마찬가지다. 움직이는 모든 것은 거리에 나와 모두 돌아다니는 것 같다. 자동차, 소와 개. 자전거와 릭샤,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잘도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안 된다. 그러나 우리가 탄 버스는 여유 있게 델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가이드 나바라 싱은 ‘이제부터 고생 끝 행복 시작’ 이라고 한 마디 한다. 길고 짧은 인연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그러나 나바라 싱도 한국에 볼 일이 있다며 같은 비행기를 탔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탑승수속이 끝났다. 비행기 안에서 제발 잠이라도 몇 시간 푹 잘 수 있기를 바라며 트랩을 오른다. 8박 9일의 짧고도 긴 여행의 끝자락이다. 인도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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