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편지 - “네 자신을 반조하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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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편지 - “네 자신을 반조하기를 바랄 뿐”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3.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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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현담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도 엄마는 전화기 앞에 앉아 마음이 힘든 사람들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단다.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살아가기가 힘겨운 분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산업시대의 급속화와 IT산업의 발전은 핵가족 제도와 맞물려 편리한 반면, 풍요로움과 편안함은 인간에게 외로움과 고독, 가치관의 왜곡 등을 초래하는 형편이다. 
간혹 10대 소녀가 전화를 해 엄마는 장사하러 가시고, 학원을 다니는데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하고, 많은 남성분들이 함께할 여성이 없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기도 한단다. 40대 여성은 평생 동안 부모를 원망하고 증오해 오다가 상담을 통해 결국, 모든 것은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새로운 삶의 자세를 정립하기도 하더구나. 
항상 엄마가 마음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남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곁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은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란다. 
특히, 엄마를 많이 원망하는 너에게는 더욱 마음이 쓰이는구나. 너에게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너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있단다.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많이 아프고 예민했던 너와는 어느새 ‘보이지 않는 끈’이 형성된 것 같다. 그 끈은 네가 네 자신을 오픈하지 않고 엄마를 떠밀쳐도 끊어지지 않는 것이란다. 
어릴 때부터 스파르타식 교육이 바람직하다고 믿었던 터라 그것의 다른 이면에 함정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 사자가 벼랑에서 새끼들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릴 때 살아남는 새끼가 있는 반면, 죽어가는 새끼들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았구나. 
이번 네가 힘들어 하는 것을 느끼고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 모성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 세상의 어머니들의 본성일 것이다. 때로는 가족들 몰래 아파하는 자식을 보듬어야 하는 심정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엄마의 도움이 ‘네 인생의 날개짓’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다. 
분명한 것은 너는 “부처님의 씨앗”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너로 인해 부처님법을 만나게 되었고, 부처님의 제자로 살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감사하고 있단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세상의 모든 것은 생멸변화生滅變化하여 변천해 가며 잠시도 같은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허깨비처럼 실체가 없는 것이란다. 다만 사람들이 집착을 갖고 상을 바라는 것이지. 
비가 부슬부슬 오는 새벽 석굴암에 올라가 네 이름 석 자를 적었다. 서원문은 출세나 결혼성사가 아니라 ‘알아차림’이었단다. 네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무에 걱정이 있겠니. 
항상 인생을 살아가면서 네 자신을 반조하기를 바랄 뿐이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명상을 통해 집중을 하게 되면 평정심을 얻게 된단다. 모든 사람을 평정심을 갖고 대하면 우선 네 자신부터 편안해지겠지. 그리고 마음이 평정한 상태에서는 해야 될 일과 삼가야 할 일도 구분되리라 믿는다. 
아들아, 외롭고 힘들 때는 ‘관세음보살’을 부르렴. 네 마음에 찾아와 친구가 되어 주실 거다. 오늘도 엄마는 너를 위해 기도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성인이기를……. 사랑한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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