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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산사에 있는 유물들 (1) 통도사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사찰순례(87)
임한(任閑)이 중심이 되어 제작한 통도사 영산전 <영산회상도> 173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곱 곳의 산사 순례의 마지막 순서로 각 사찰에 있는 중요한 유물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일곱 곳의 산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데는 우선 오래되었고 잘 보존되었으며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물, 유적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사가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승려들이 거주하며 신앙, 수행, 일상생활을 한 공간이며 거기서 쌓인 승려들의 의식, 수행법, 규범, 제도 등이 계승되어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산사는 살아있는, 역사가 진행되는 공간이다. 이러한 무형의 가치와 주변 산세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산사의 아름다움은 이미 잘 알려졌다. 산사를 찾은 순례자는 주변 풍경과 단아한 절집들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절집 안이나 사이사이에 있는 유물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산사에 가면 놓치지 말고 꼭 찾아보았으면 하는 유물들을 추천한다.
먼저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통도사로 가보자.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모셔온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이 있어서 삼보사찰 중 불보사찰로 알려진 곳이다. 1400년 가까이 된 유구한 역사만큼 전설과 유적, 유물들이 많이 전한다. 나지막한 산과 산 사이의 좁은 공간에 서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작은 시내를 따라 절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동서로 길게 늘어진 절집들은 남북을 축으로 한 상중하 세 구역으로 나뉜다. 흥선대원군이 쓴 현판이 걸린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안으로 들어가면 영산전, 약사전, 극락보전을 중심으로 한 하로전, 불이문 안쪽의 중로전에는 관음전, 용화전, 대광명전이 남북으로 자리하고 있다. 중로전을 지나면 통도사의 중심 전각인 대웅전과 금강계단이 있는 상로전 구역이다. 통도사 순례는 매표소로부터 천천히 걸어가며 둘러보는 것이 좋지만 대개는 안쪽 주차장에 주차하고 다리를 건너 일주문에서부터 답사를 시작한다. 하로전, 중로전을 보고 마지막에 대웅전이나 금강계단에서 예불하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로전과 중로전을 지나치고 금강계단으로 먼저 가서 예불한 후 주어진 시간에 맞추어 천천히 보면서 나오는 것을 선호한다.

통도사 영산전 내부


상로전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은 통도사의 중심이니 당연히 잘 살펴볼 것이다. 대웅전의 꽃창살과 계단의 소맷돌 조각 등을 보고 중로전으로 내려오다가 보면 용화이 나온다. 그 앞에 다른 절에서 보지 못했던 특이한 석조물이 눈에 띌 것이다. 사각형 기둥 위에 밥그릇처럼 생긴 석조물이 놓여있어서 봉발탑(보물 제471호)이라 불리는데 사실 탑은 아니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석조 발우’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특이한 석조물은 “석가모니의 발우를 미래세에 오실 미륵불에게 드리기 위해 부처님의 제자인 가섭존자가 발우와 함께 가사를 가지고 인도의 계족산에서 선정에 들어 기다리고 있다”는 불경의 내용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미륵불을 모신 용화전 앞에 세워져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로전에서 놓치지 말고 봐야 하는 것은 영산전 내부에 그려진 벽화이다. 영산전의 ‘영산(靈山)’은 영축산을 가리키는 것으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왕사성 근처에 있는 영축산의 석굴에서 기거하며 제자와 대중에게 법화경을 설법하셨다는 이야기를 구현한 공간이다. 내부에는 석가모니 불상을 모시고 불상 뒤에는 〈영산회상도〉로 장엄하고 주변에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를 봉안하고, 불상과 맞은편 벽에는 다보탑이 땅에서 솟아나오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는            『법화경』 「견보탐품」에 ‘후에 법화경의 내용을 설법하는 이가 있으면 그 자리에 나와 증명하겠다’고 서원한 다보부처님이 증명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즉 영산전 안의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을 하자 맞은편에서 다보부처님이 나타나는 장면으로 불국사 대웅전 마당에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영산전 안에 앉아서 예불을 드리는 것은 곧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현장에 참여하는 것이다. 불상 뒤에 봉안된 〈영산회상도〉 양 옆의 직각삼각형 모양의 포벽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기사굴산(영축산)에서 불, 보살 및 여러 권속들에게 『법화경』을 설했다는 내용을 그린 〈사굴산법화묘전(闍屈山法華妙典)〉과  천태 지의(智顗)대사가 법화삼매에 들어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설화를 표현한 〈묘오법화(妙悟法華)〉라는 제목의 벽화가 그려졌다. 그리고 창방 위의 좁은 공간에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행적 26점과 인도와 중국의 전법 제자들의 활동 22점, 총 48점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들 그림은 명나라 때 편찬되어 우리나라에 전래된 『석씨원류응화사적』이라는 판화집의 내용을 편집해서 그린 것이다. 영산전 안에 그려진 〈견보탑품변상도〉와 〈석씨원류응화사적〉 벽화는 그 희소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몇 년 전 보물 제 1711호로 지정되었다. 영산전 내부에 봉안되었던 〈팔상도〉(보물 제 1041호)와 〈영산회상도〉(보물 제 1353호)는 보호를 위하여 국내 최대, 최고의 성보박물관인 통도사 성보박물관으로 이전하여 박물관 내 불화전시실에서 전시하고 있다. 영산전 내에는 사진으로 그림을 대신하고 있는데 사진과 실제 그림과의 차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초의선사가 40년간 머물었던 일지암


(영산회상도〉(1734년)는 18세기 초중반 경상도 불화의 대표 화승이었던 임한(任閑)이 수화사가 되어 제작한 불화이다. 전체적으로 화사한 색채와 유려한 인물 표현, 부드러운 옷 주름 표현 등이 뛰어난 작품이다. 〈팔상도〉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 중 대표적인 여덟 가지 설화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현재 전하는 팔상도들 중 대작에 속하며 구성이나 색채의 조화가 뛰어나다. 포관(抱冠), 유성(有誠) 등을 중심으로 여러 명의 화원이 협력하여 1775년에 조성하였다. 불화전시실에서 이들 그림을 보고 영축산에서 대중들에게 설법하셨던 석가모니를 그리며 답사를 마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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