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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는 포탈라궁티베트 성지순례기 ④ / 글.보현수

지난 5월 자연 스님의 안내로 불자 20여명과 함께 티베트 성지순례를 마친 보현수 불자가 티베트 성지순례기를 본지로 보내왔다. 이번 호에는 티베트에서 마지막 날에 가 본 포탈라궁을 참배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편집자주>

 

 

광장에서 바라본 포탈라궁 전경

 

티베트에서의 네 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 이번 순례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포탈라궁 참배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포탈라궁은 과거 티베트의 정치, 행정, 사회, 종교의 중심 역할을 했던 곳이다. 중국의 탄압을 피해 인도로 피난하여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운 14대 달라이 라마가 떠난 후 포탈라궁은 역사적 유물로서 그리고 불교의 성지로 남게 되었다.
‘달라이 라마’라는 말은 ‘큰 바다와 같이 넓고 큰 지혜와 덕을 갖춘 스승’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과거 로마제국 시대 천주교의 교황과 세속의 황제가 가진 권력을 합친 듯한 달라이 라마의 위치는 티베트의 국가원수이자 실질적인 통치자였으며 관세음보살의 화현으로 추앙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판첸라마’라는 제도가 있다. 달라이 라마의 지배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별도로 선정한 라마로서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여기고 있다. 지금 인도에서 망명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 대신에 중국에서 임명한 판첸라마가 활동하고 있으나 상징적인 존재일 뿐 티베트인들은 아직도 달라이 라마를 정신적 지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 티베트에서는 달라이 라마 진영을 일체 볼 수 없으며, 그 분에 대한 언급조차도 금기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상에서 하늘 아래 첫 궁전이며 관세음보살의 상주처라는 뜻을 가진 포탈라궁은 라싸의 전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부르산’이라는 곳에 지은 건물이다. 흙, 돌, 나무로만 지어진 9층 높이의 포탈라궁은 현대의 건축 기술로도 내부구조를 파악할 수 없어서 수리해야 할 곳이 있음에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은 제5대 달라이 마라가 증축한 것으로 1,300여 년 동안 9명의 티베트 왕과 10명의 달라이 라마가 머문 곳이다. 제 5대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불교의 발전에 많은 공덕을 지어 지금도 티베트인들은 이 분을 부처님과 동등한 반열에 두고 존경하는 분이다. 이곳은 수많은 다양한 고서경전, 헤아릴 수 없는 불상과 벽화, 금으로 된 진귀한 물품 등을 소장하고 있는 티베트의 종합 성보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루에 티베트를 방문하는 외국인 수가 9,000여 명이 되는데, 이중 1,800 명만이 입장 가능하고 입장료도 200위안 (한국돈 약 3만6천원)으로 제일 비싸며, 3번의 검문검색대를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반면에 티베트인들은 입장 인원수에 제한이 없으며 입장료도 1위안(180원)에 불과하여 티베트인들의 불심에 대한 당국의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티베트를 찾는 모든 외국인들의 첫 번째 목표가 포탈라 궁이라서 이런 것들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듯했다. 특이한 점은 조캉사원에서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오체투지하는 티베트인들의 열기가 느껴지는데 여기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조캉사원에서는 모든 불상과 탱화 앞에는 한국돈, 중국돈, 미국돈 등으로 보시금이 수북이 쌓여 있는데 여기서는 별로 보시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조캉사원과 포탈라궁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인식의 차이를 짐작케 한다. 
미로처럼 복잡한 내부구조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행렬을 따라가다 보면 문제는 없다. 두 시간 남짓한 순례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면 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궁 앞에 펼쳐진 이 광장의 사방에는 커다란 오성홍기와 티베트인민해방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본래 커다란 연못이 조성되어 있던 곳인데 중국의 자치구로 편입되면서 연못을 메우고 천안문광장을 본 떠 만든 것이라고 한다. 광장에 서서 웅장하게 서 있는 포탈라궁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궁 건물 중앙도 커다란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중국돈 50위안의 뒷면도 포탈라궁으로 도안되어 있는 것을 보면 중국당국의 티베트에 대한 정치적 야망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 궁전에서 공부하고 수행하는 라마는 없고 다만 건물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람 밖에 없다는 점은 무척 아쉬움으로 남는다. 
호텔로 돌아와 깊은 상념에 잠기며 그간의 일정을 회상해 봤다. 모든 사원마다 비릿하면서도 은은한 냄새를 풍기는 야크 버터 촛불로 등 공양을 올리는데도 내부는 맑고 청정한 기운이 감돌고 그 가운데서 불단을 우요삼잡하며 염불을 외던 그 순간의 환희심은 영원히 가슴에 남을 것이다. 가는 곳곳마다 보이는 집집마다 ‘롱다’와 ‘타르쵸’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에서 티베트인들의 삶속에 심어진 신앙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볼 수 있었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곳이 티베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롱다는 경전내용을 적은 긴 천을 장대에 묶어 놓은 것이며, 타르쵸는 불경을 쓴 오색 깃발들을 만국기처럼 걸고 바람이 잘 부는 들판, 산 중턱, 언덕 등에 설치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람을 타고 널리 퍼져 많은 중생들이 편안하고 안락하기 바라는 티베트인들의 발원을 담고 있다. 
순례하기 위해 이동하며 보고 느낀 점은 중국이 티베트의 도로와 교량건설, 전선 가설, 푸른 숲 가꾸기 등에 엄청난 재정적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티베트의 정치적, 종교적, 지정학적인 잠재력까지 염두를 두는 중국의 안목에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의 탄압에 저항하고 절규하며 소신공양을 한 승려가 154명이 되고 이분들 중 131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라싸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이른 새벽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에 참으로 인상적인 간판을 달고 있는 자그마한 식당을 보았다. 
知足常樂(지족상락).‘지금 만족한 줄 알면 즐거움이 항상 한다’는 말이다.
티베트민족의 불교적 심성이 바로 저기에서 나오는구나 하는 작은 충격을 느꼈다. 중국이 깊숙이 들어와 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겠지만 하루하루를 오직 부처님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티베트인들의 삶에 마음 한구석 측은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비행기에 탑승하여 티베트의 산하를 바라보며 나를 일깨워 준 것에 고마움과 안녕을 고했다. 그리고 티베트의 독립을 위해 소신공양하신 스님들의 발원이 성취되고 극락왕생하길 기원한다.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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