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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일기 - 제17 회 팔재계수계법회를 다녀와서……일심각 <제주포교사 21기>

삶을 지혜롭게, 마음을 자비롭게, 세상을 평화롭게…… 매년 외치는 구호이지만 항상 생소하다. 그것은 아직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부처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그들을 불쌍히 여겨 길을 떠나라!”고 하셨다고 한다. 
올해도 많은 신규 포교사들이 품수를 받기 위해 참석해 (올해는 젊은 청년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맨 앞쪽에 단복을 입지 않고 앉아 있다. 
몇 해 전 얼마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시간인가? 품수를 받고 단복 수여를 받아야 입을 수 있었던 옷이었다. 그 당시의 설렘은 간 곳 없고, 초심을 잃은 껍데기만 버티고 있는 듯하다. 
환영사에서 연무사 원상 스님은 “많은 포교사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도 감사한 일”이라고 하시며, “연무사에 부임한 지 8개월이 된 8월에 8재계를 하고 있다. 함께 팔팔하게 포교를 하도록 하자”고 하신다. 
포교원장 스님은 평소 부처님께서는 팔재계를 강조하셨는데, 삼학(三學) 중에 계를 제일 앞에 두신 이유는 계행이 안 되면 모든 수행의 정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법구경에 모든 악을 행하지 않고, 모든 선을 행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하시며, 끊임없는 정진을 부탁하셨다. 471명의 일반포교사를 대표하여 현지원 자비행 보살이 품수계를 받고, 최규만 거사가 단복을 수여 받았으며, 94명의 전문포교사를 대표하여 나연심 보살과 이승학 거사가 품수계와 전문포교사 단복을 수여받았다. 
8재계 수계식이 시작되자 어두운 마음에 등불을 켜듯 유난히도 어수선하던 대회장이 숙연해졌다. 
“‘생선멸악(生善滅惡)’은 성인의 반열에 오르는 사다리이며, 우리 삶에 있어서 행복의 조건이 된다. 계를 파괴하면 고통이 따르고 삶의 토대가 무너진다. 그러므로 ‘계’는 우리의 삶을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과 평화,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계를 잘 지키게 되면 삼매에 들게 되고 깊어지면 ‘지혜의 눈’이 떠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삼계도사, 역대조사, 호법선신을 모시고 수계식을 거행한 것이다. 이제 삶의 청정을 유지해 삼매에 들게 되면 지혜의 눈이 열려 삶이 밝아지고 건강해지므로 평화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포교원장 스님은 말씀하신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포교사이기 때문에 가장 모범적 삶을 통해 전법 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셨다. 스스로 감동할 수 있을 때 다른 사람도 감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참회하고 마음을 깨끗한 유리그릇처럼 맑게 비워 계 받을 준비를 하라고 하신다. 어느덧 내 팔에는 또 하나의 향자국이 새겨졌다. 
밤 12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한국불교의 미래”에 대해 가섭 스님의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스님께서는 초반에 “한국 불교의 미래는 포교사단의 미래”라고 단단히 못을 박으며 시작하셨다. 한국불교의 미래가 포교사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포교사들이 전법을 철저히 하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말씀이다. 
때문에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진단하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1962년 종단이 출범하고 19년전 포교사단이 창립돼 내년이면 20주년이 되는 시기이다. 스님께서는 포교사들에게 두 가지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하셨다. 
첫째는 절실함으로 ‘내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고 있느냐?’의 질문을 해야 한다. 부처님의 제자로 불제자의 마인드로 내가 그렇게 살아가느냐는 내가 아플 때나 외롭고 힘들 때 확인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밥 먹을 때, 잠들기 전…….) 모든 부처님께, 가피를 주시는 부처님과 보살님들께 나를 회향해야 한다. 부처님을 향한 뜨거운 마음으로 참회를 하는가? 항상 불자로서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 그것이 진정한 참회인 것이다. 
결론은 포교는 누군가 따로 하는 게 아니라 부처님의 마음을 가진 불제자들이 다함께 해야 한다. 포교사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부처님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고 하셨다. 
둘째는 현재 4,300명의 포교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포교사 10,000명 시대를 열어야 한다. 만명의 포교사가 절실하게 전법활동을 할 때, 그 자리에서 한국 불교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이제 포교사들은 절마당을 벗어나야 한다. 사찰 안에서 스님들과 신도들과 함께 의견을 나눌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나아가 지역사회의 리더로서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 그렇게 할 때 한국불교의 미래에 희망을 줄 것이다. 
스님께서는 이 두 가지 서원을 꼭 하라고 하셨다. 포교사들이 이러한 서원을 가지고 ‘부처님의 영토를 넓혀 불국정토를 이루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가야 한다고. 이제는 더 이상 절마당에서 서로에게 아웅다웅 생채기 주는 것을 끝내고, 20년 살아온 세월을 정리하며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데 이것을 포교사단이 이루어 나가달라고 부탁하셨다. 
이번에는 철야정진 도중 한글 금강경 독송대회를 했다. 대상에게는 50만원의 상금까지 주어진다고 한다. 모두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임했으며, 어느 지역은 모두가 일어서서 열심히 독송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지역은 북을 치며 독송을 하기도 하여 열기가 뜨거웠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도 엉뚱하게 대상이 제주지역팀에 돌아왔다. 모두들 의외의 결과에 좋아서 어쩔줄 몰라 했지만 그것이 부처님의 가피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번 팔관재계 준비를 위해 한달 동안 수고한 대전 충남지역단에 격려금이 전달되었고, 사홍서원은 끝으로 팔재계 회향식을 마무리했다. 
내가 딸아이를 사찰에 데려갈 수 있는 것은 일년에 단 한 번 팔관재계를 받을 때이다. 4년전 법주사에서 처음 포교사 품수를 받던 날, 딸아이는 삼촌과 엄마의 수계식에 참석하기 위해 팔재계에 참석했다. 그후 매년 팔재계 일정이 잡히면 나는 무작정 보따리를 싸들고 딸아이가 있는 서울로 향한다. 육지에서 공부를 했던 터라 전국의 지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딸아이와 함께하는 그 일정이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거리를 오가며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토론 아닌 토론을 벌이곤 한다. 때로는 차 안에서 선잠을 자며 기다려 주기도 했고, 어떤 때는 사찰 주차장 구석에 작은 텐트를 치기도 하며 나의 매니저(?) 역할을 해주었다. 때문에 해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팔관재계를 빠지는 일이 없게 되었다. 올해는 예비 사위까지 나의 일정에 동행해 주어 고마웠다. 바라건대 딸아이가 이 공덕으로 언젠가는 불제자가 되어 부처님 공부를 열심히 하며 지혜롭게 살아가길 서원한다.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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