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 주석서에서 들려주는 옛이야기
옛날 어떤 숲 속에 열두 스님이 살면서 관법수행에 전념하고 있었다.
하루는 저녁 예불 종이 울리자 그 중 한 스님이 경행대를 떠나 지름길로 가기 위해 풀밭을 가로질러 갔다.
풀 속에 숨어 있던 가시에 그만 발바닥이 찔렸다. 가시는 매우 길고 끝이 뾰족해서 마치 불에 달군 쇠막대가 발을 꿰뚫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게 했다.
장로는 혼자 생각했다.
‘자 이 가시를 뽑아야 하나, 아니면 우리 마음을 끊임없이 찌르는 저 딴 가시를 뽑아야 하나?’
그는 생각을 계속했다.
‘외부의 가시에 찔려서는 악도(惡道)에 떨어질 염려는 없다. 그러나 내부에서 우리를 항상 해치고 있는 저 딴 가시에는 그런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아픈 것을 무릅쓰고 그 밤을 꼬박 경행대 위에서 왔다 갔다 하며 행선(行禪)을 했다.
먼동이 터오르자 그는 옆을 지나가는 한 스님에게 손짓을 했다. 그 스님이 가까이 와서 왜 그러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가시에 찔려 아프다네. 벗이여.”
“언제 그렇게 됐습니까.”
“어제 저녁이라네 벗이여.”
“스님, 왜 진작 부르시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와서 가시를 뽑고 기름으로 상처를 치료해 드렸을 텐데요.”
“나는 깊숙한 내면에서 우리를 항상 아프게 만들고 있는 딴 가시를 뽑아 내느라 애쓰고 있었다네. 벗이여.”
“그래서 성공하셨습니까, 스님?”
“조금은, 벗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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