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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낙엽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비에 뒹구는 모습은 우리를 쓸쓸하게 한다. 한 시절 푸름을 자랑하던 노목에서 청춘의 시절을 구가했던 잎들이 열매를 남기고는 앙상한 가지에 몇 안 되는 이파리를 매달고 있는 모습은 새삼 무상함을 위해 군림하는 계절의 패권을 느낀다. 
모든 것은 이렇게 시절인연일 뿐이다. 모든 인연이 오고 가는 시절의 산물이다. 부모 형제들도 세상을 떠난 지 오래고, 함께 공부했던 동창이나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더니 이제는 전화를 걸만한 꾀북쟁이 벗들이 손에 꼽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지나고 보니, 그렇게 애닮게 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올 인연은 오기 마련이었고, 갈 인연은 가기 마련이었다. 무슨 숙명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는 뜻이다.  사람이나 일이나 물건과의 만남이나, 그리고 법의 만남도 모두 때가 있었던 것이다.  
재물을 쌓으려고 청춘과 황금의 시기를 보냈다. 허송세월은 아니었다고 자위해 보지만, 무언가 허전함은 떨칠 수 없다. 정녕 그렇게 인생을 살았어야 했을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지 왜 그리도 신경을 썼고, 체면 때문에 원치도 않는 길을 왜 그리도 많이 갔을까? 
왜 그리 집착은 또 각양각색으로 매 시기를 온통 휩싸이게 했을까? 과연 내 의지는 그때 작동이나 하고 있었던 것인가? 나는 그저 어떤 힘에 이끌려 문득 인생의 황혼에서조차 집착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별은 인연이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은행잎이 길바닥에 뒹굴면서 결코 가지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란 절단의 체념이 아니어도, 사람도, 재물도, 일의 인연도 모두 떠나고 나면 뒷모습의 연민은 이내 잊혀진다. 그렇게 영원히 머무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나도 그렇게 가고 나면 저 낙엽처럼 어딘가 맴돌고 있을 뿐이다. 


                                 / 김정우(화가)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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