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정 인 수 (1940 ~ )
잘못 만났어도 함께 사는 법을
아내에게 배운다.
내가 아내를 잘못 만난 시절은 가고
아내가 나를 잘못 만난 시절만이 다가서고 있는데,
용서하는 법 용서하는 법을 다시
아내에게 배운다.
정인수 시인은 제주시 구좌읍 출신이다. 본명은 정수환이다. 1974년 ‘한국문학’에 시조 ‘삼다도’가 신인상으로 당선 등단했다. 정 시인은 문학뿐만 아니라 연극 등 제주문화예술 발전에 많은 일을 했다. 제주도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위 시의 시적화자는 남자와 여자의 만남 그것도 부부의 인연을 맺고 지금껏 살아오면서 남편으로서 회한의 현실을 직시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시로 읽힌다. 서로 100% 만족한 배우자는 없다. 그래서 젊은 날 부부싸움은 칼로 물배기라 하는지 모르겠다. 7~80 년대만 해도 가부장적인 가정이 많은 때였다. 그래서 가장의 말 한 마디에 행복이 오르고 내렸다. 물론 그렇지 않은 가정도 있었겠지만... 천생연분이란 무엇인가. 하늘에서 미리 정해준 것처럼 꼭 맞는 부부가 된 인연을 말한다. 그런 부부라 할지라도 어찌 곡절이 없겠는가. 나이가 들수록 아내의 뜻을 따르는 남편들이 많다. 서로 존중하고 아껴주는 부부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시조시인)
저작권자 © 제주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