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가 영감 받은 요가와 명상의 메카, 히말라야 리시케시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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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가 영감 받은 요가와 명상의 메카, 히말라야 리시케시를 가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2.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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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박’의 명상 기행 - 인도로 요가 유학을 떠나다①

자유기고가인 스텔라 박은 1980년대 말, 연세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과 신학을 공부했으며 재학시절에는 학교신문인 연세춘추의 기자로 활동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 20년간 한인 라디오 방송의 진행자로 활동하는 한편, 10여 년 동안 미주 한인 신문에 먹거리, 문화, 여행에 관한 글을 기고해왔다. <미주현대불교(발행인 : 김형근)>와의 기사 제휴에 의해, 스텔라 박의 인도요가여행기를 5회에 걸쳐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요가 스쿨의 수업 과정
요가 스쿨의 수업 과정

 

그저 잠깐 산책하러 갔다가 결국 석양 때까지 머물렀다. 그것은 밖으로 
간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 존뮤어(John Muir)
 

 

  • 요가에 빠지다

존 뮤어 트레일이라는 등산로에 이름 붙여진 존 뮤어라는 자연주의자가 한 말이다. 시에라 네바다의 아름다운 경관에 대해 이처럼 잘 묘사한 표현이 또 있을까. 잠깐 산책하러 나갔다가 먹는 것, 그밖의 모든 계획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만들 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변화무쌍한 자연에 대한 그의 표현은 명상과 요가를 접한 나의 고백과 유사하다.
그저 마음이 편안해진다니까 명상을 시작했고 몸이 편안해져서 요가를 시작했다. 명상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에서 운영하는 명상 지도자 과정을 공부하고 나니, 우리가 몸을 갖고 있는 한, 마음이란 게 몸과 떠나 따로 존재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됐다. 그래서 요가를 시작했다가 나의 명상 클래스 학생들에게 몸이 편안해지고 명상할 때 조금 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요가를 ‘선무당 사람잡듯’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좀더 깊게 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인도행 비행기를 타고 명상과 요가의 메카라는 도시, 리시케시에 와서 요가 학교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어떤 운명적인 느낌이 사로잡았다. 왜 요가를 시작했을까? 그저 강물에 발만 담그려고 했었는데 강물이 나를 끌어들인다. 이제 다시 요가를 하지 않는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다. 요가는 그만큼 매혹적이다.

지금은 방치되고 있지만 비틀즈가 머물던 아쉬람을 여전히 사람들은 찾는다.
지금은 방치되고 있지만 비틀즈가 머물던 아쉬람을 여전히 사람들은 찾는다.

 

물론 미국에서도 요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자격증 과정이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비용이 비쌌다. 그리고 한 달 내내 진행하는 인텐시브 코스는 그다지 많지 않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하루 종일 가서 교육을 받는 식으로 6개월 정도에 마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가장 일반적이다.
인도의 경우, 비행기 티켓과 숙소, 음식, 그리고 교육과정까지 포함해도 미국에서 교육 받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 무엇보다 나는 요가가 탄생한 본고장에서 요가를 수행하고 싶었다. 제 아무리 유명하고 유능한 미국인 셰프가 김치 만들기 클래스를 운영한다 한들, 한국 주부가 알고 있는 김치 담그기 노하우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갠지스강에서 불의식을 치루고 있다.
갠지스강에서 불의식을 치루고 있다.

 

요가와 명상의 메카, 인도 리시케시는 1960년대 이후 비틀즈가 이곳에 오면서 전 세계의 히피와 자연주의자, 영성가들의 관심을 끌게 된 곳이다. 리시케시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비틀즈를 그린 벽화가 있다. 또한 비틀즈 카페라는 곳도 갠지스 강가를 바라보는 좋은 위치에 있다. 강을 내려다볼 수 있고 음식도 괜찮은 데다 또래의 영성 구도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비틀즈가 수행하던 아슈람도 이 지역에 있는데 지금은 그저 잡초와 돌이 뒹구는 곳이다. 그래도 입장료를 받는다. 다음 달 정도에 한 번 가봐야지, 생각 중이다.

리시케시(Rishikesh) 리시케시는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강가(갠지스 강)가 산 아래로 흐르는 첫 번째 도시로 힌두교에서는 바라나시만큼 성스러운 도시다. 1960년대 비틀즈가 이곳에 머물며 명상을 즐긴 이후에 영적 탐색을 하는 전 세계 히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해‘세계 요가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요가와 명상을 교육하는 100여 개의 아쉬람과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와 레스토랑, 상점 등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지만,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강가 주변은 여전히 명상하기 좋은 장소이다. 북부 히말라야 트레킹의 출발지이기도 해 트레킹을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리시케시(Rishikesh) 리시케시는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강가(갠지스 강)가 산 아래로 흐르는 첫 번째 도시로 힌두교에서는 바라나시만큼 성스러운 도시다. 1960년대 비틀즈가 이곳에 머물며 명상을 즐긴 이후에 영적 탐색을 하는 전 세계 히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해‘세계 요가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요가와 명상을 교육하는 100여 개의 아쉬람과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와 레스토랑, 상점 등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지만,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강가 주변은 여전히 명상하기 좋은 장소이다. 북부 히말라야 트레킹의 출발지이기도 해 트레킹을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 채식주의에 대한 제고

리시케시에서는 영적인 도시답게 육류 판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고 모든 식당과 카페들은 채식만 제공하고 있다. 리시케시에서는 유제품은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채식주의자들 가운데 가장 철저한 비건(Vegan)은 아닌 셈이다. 학교의 식당에서 매일 제공하는 식사들 역시 요거트, 파니르 치즈 등 가끔씩 유제품이 나온다.
한 달 넘도록 채식만 하면서 나는 천천히 몸이 변화됨을 느꼈다. 우선 무엇보다 배설이 너무 시원하고 배설물의 냄새가 말, 소와 비슷해졌다는 것. 몸이 무겁고 피곤한 느낌도 사라졌다. 시야도 더 맑아졌다. 존 레논의 노래, “내 사랑(Oh! My love)”의 가사처럼 “난 바람을 볼 수 있고 하늘도 볼수 있어요. (I see the wind, oh! I see the sky)”란 상태를 몸으로 체험한다.
길거리에서 마주쳤던 암소와 송아지들이 너무 예쁘다. 내가 앞으로 그들을 또 먹을 수 있을까. 그들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 사랑과 평화가 느껴진다. 크리슈나가 타고 다녔다는 동물인 그들은 신들의 땅, 인도에서 아무런 간섭이나 방해도 받지 않고 평화롭게 존재하고 있다. (물론 무슬림들이 주로 사는 지역에서는 예외이다. 그들은 소를 잡아 해외로 수출하기도 하고 잡아먹기도 한다.) 

갠지스강에서 명상에 빠진 요가수강자들
갠지스강에서 명상에 빠진 요가수강자들

 

비틀즈 카페의 메뉴에는 재미있는 구절이 적혀 있다. 돼지, 소, 양의 얼굴을 그려 놓고 “단순히 당신들 인간들이 두 다리로 걷는다는 사실 때문에 4개의 다리로 걷는 우리들보다 우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존재이지 식재료가 아닙니다.”라는 구절을 보고 깊게 공감했다.
요가와 명상 수행자들은 결국 채식주의자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이 있다. 채식을 하면 질병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고, 몸도 가벼워질 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체가 바뀌어서 현존을 몸으로 예민하게 느끼게 된다. 한국의 고승들 가운데 채식과 생식만 하던 분들은 가끔씩 인간 세상에 내려와 화식하는 인간들로부터 나는 체취를 강하게 느꼈다고 하던데, 이해가 간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셰프는 똑같은 인디언 음식인데도 어찌나 맛있게 만들어내는지, 난 평소 LA에 있을 때보다 2배 이상의 양을 매끼니 먹고 있다. 식사 전과 식사 후에는 그에게 합장을 하며 감사함을 표현한다. 먼 땅에서 아프지 않게 건강해지는 음식을 만들어준 그에게 축복이 가득하기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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