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여성불자 ⑤ 아니타 배로우스(Anita Barrows) “분노의 빛: 여성들, 분노, 그리고 불교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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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여성불자 ⑤ 아니타 배로우스(Anita Barrows) “분노의 빛: 여성들, 분노, 그리고 불교 수행”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3.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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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현 _ 스토니부룩대학 불교학 교수

아니타 배로우스(Anita Barrows)는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있는 라이트 연구소(Wright Institute)에서 심리학 부교수로 있으며, 개인 상담 진료도 함께 하고 있다. 아니타는 두 권의 시집과 함께 여러 저널과 문집에 자신의 글들을 출판하여, 국가예술기금(NEH)을 포함하여 여러 종류의 수상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위파사나 수행을 해왔고, 학문적으로는 학교 동료들과 함께 심리학 이론을 ‘전면적 생태 보호운동(Deep Ecology)’이나 ‘불교의 영성(Buddhist spirituality)’과 연계하여 연구하고 있다.
아니타는 이 글에서 특별히 “분노(anger)”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녀가 하는 남방불교 수행의 한 부분은 강하고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감정을 극복하기 위한 통찰력을 키우는 수행 방법이다. 이러한 불교 전통의 관점에서는 “분노”는 부정적인 것이고, 인내 되어야 할 감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아니타는 학대받고, 소외된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한 상담을 하는 서양 여성 심리학자로서, 그들이 그들 자신의 분노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들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한다. 아니타가 여기서 말하는 분노는, 일반적인 “화”의 종류와는 다른, 자기기만이나 길들여진 상태를 꿰뚫고 지나서 커다란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신성한 분노”(holy anger)를 의미하고 있다.
분노에 관한 대화는 미국에서 여성 정신분석학자들이 해오던 것처럼, 불교 수행이 한참 꽃을 피우던 1970년대부터 여성 불자들 사이에서도 시작되었고, 불교의 다르마(dharma)는 오랜 세월 남성 중심의 문화를 견디어 온 여성들의 내면에 잠재된 고통 또는 분노의 감정을 온 세상의 필요한 부분을 치유하는데 쓸 수 있는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르마의 도움으로 분노를 변화시킨다는 의미는 자신을 억제하고, 비하함으로써 감정을 잠재우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르마의 능숙한 방편을 수행하여 우리의 분노를 탐구하고, 여실히 보고, 그 자체의 활력과 유용성 등을 되살릴 때, 그 분노에 내포된 권리와 품격, 그리고 확신이 회복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분노를 알고, 느끼기 위해서는 분노와 함께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그 방법 안에서 오히려 마음이 열리고, 분노는 사랑과 불가분의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는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타는 불교 수행과 연관하여, 불자들이 분노를 추한 모습으로 간주하여 성급하게 “용서(forgiveness)” 또는 “자비(lovingkindness)”의 감정으로 대체하므로써, 분노에 담겨있는 불균형이나 불평등을 바로 잡을 기회가 상실될 수 있다는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다음과 같은 구절로 이 글을 마친다.
우리 [여성들]은 우리의 분노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알아낼 때까지 그것을 소멸시키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게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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