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벤자민-마수다(Michele Benzamin-Masuda) “전사를 위한 비옥한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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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벤자민-마수다(Michele Benzamin-Masuda) “전사를 위한 비옥한 땅”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4.1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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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현 _ 스토니부룩대학 불교학 교수
미셀 벤자민
미셀 벤자민

 

미셸은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 있는 오디너리 달마(Ordinary Dharma)에서 남편 크리스토퍼 리드(Christopher Reed)와 함께 가르치고, 워너 스프링스에 있는 만자니타 빌리지 수행센터(manzanita Village Retreat Center)의 공동 창립자이다. 베트남 선 스승 틱낫한 스님의 “Order of Interbeing”에서 재가 수계를 받았다. 그녀는 합기도(aikido) 4단, 검도(iaido) 3단이고, 13년째 무예를 가르치고 있다. [주: “Order of Interbeing”은 1964-1966에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이 건립한 종단으로, 사부대중으로 구성되어 있고, 염처 선(mindfulness meditation)을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종단의 명칭, “Interbeing”은 불교의 무아, 연기, 중도 원리에 근거하여 합성된 영어 이름으로, 한자로는 “상즉(相卽)” 또는 “접현(接現)”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셸은 문화적, 종교적으로 많은 전통 속에서 살아왔다. 모친은 일본인으로서 신도(Shinto)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나, 나중에 카톨릭으로 개종했고, 부친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라난 가톨릭 신자이다. 
그녀의 양친은 한국 전쟁 당시 일본에서 만나 고베의 가톨릭 성당에서 결혼했고, 그들이 정착할 곳을 결정하려고 미국과 일본을 몇 차례 왔다 갔다 하는 중에, 미셸은 미국에서 태어났고, 동생은 일 년 후 일본에서 태어났다. 
점점 커가면서 미셸은, 오직 한 나라와 한가지 종교만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비추어 볼 때, 그녀의 부모가 느꼈을, 두 인종 간의 결혼과 미국에서 양육문제 등에 적응했어야 하는 어려움을 공감하면서, 일종의 혼란과 억압감을 느끼게 된다. 21세 때, 미셸은 세 살 적 떠난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여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동안 잊었던 자신의 일부와 접하게 된다. 
나라(Nara)와 교토(Kyoto), 가마쿠라(Kamakura)에 있는 거대한 청동불상의 내부를 걸으면서 이상하게도 익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셸은 미국 생활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은 후 모국에 돌아와서 다시 일어서게 된 그녀의 어머니를 보고 놀란다. 미셸의 어머니가 그녀의 전통적 유산, 뿌리 깊은 종교, 그리고 개인적인 소신 있는 주권을 다시 찾았기 때문이었다. 
언어장벽이 있었음에도 미셸은 일본에 있는 가족들과의 연계를 다시 맺고, 이것이 후에 삶과 영성에 대한 그녀의 전체적인 관점을 바꾸게 된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무예와 카라데를 배우기 시작하고, 위빠사나 명상도 시작한다. 가라데 선생을 좋아했으나 대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수련 방법에 실증을 느끼게 되어 이 년쯤 후에는 다른 스승을 찾아서 합기도(aikido)를 배우게 된다. 그녀 자신에 내재해있는 강인한 호전성을 합기도가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그즈음, 친구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불교사원 안의 거대한 불상 앞에 서며, 미셸은 위파사나 수련을 시작하게 되는데, 거대한 불상 안에서, 달마 안에서, 그녀는 모든 가능성을 본다. 그녀에게 그것은 무도와 명상을 통합하는 잘 다져진 길이었고, 그렇게 그녀 삶의 퍼즐 조각을 맞추어 나가기 시작한다. 
퍼즐 조각이란 미국과 일본에 있는 그녀의 친척들, 진주만과 히로시마, 예수와 성모 마리아, 석가모니와 타라(Tara), 천사와 보살, 이 모든 것에 대하여 그녀와의 관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드디어 미셸은 전사(warrior)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면서, 지금과 같은 고통과 혼란의 시대에는 전사들이 나와서 평화를 회복하고, 이해와 투명함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안락함과 편리함에 쉽게 빠져드는 생활 형태 안에서, 오직 인간의 값어치와 욕망만이 존경받는 닫힌 세계에 안주할 때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과 단절하게 된다. 불교도들이 아주 쉽게 말하는 부정은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 삶에도, 이 행성에도… 그러나 우리는 결부되어 있어, 분리될 수 없으며, 상호 연결 속에서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미셸은 “언젠가 지구에 떨어지는 하나의 낙엽이 머나먼 별에 미치는 영향을 잴 수 있는 도구가 나올 것이다”라고 한 틱낫한 스님의 말을 인용하며, 명상 수행(mindfulness)이 바로 그 도구라고 이해한다. 명상 수행이 바로 우리 의지와 작은 행동이 세상에 두루 영향 미치고 있음을 알게 하는 도구라고... 
그녀는 영적 단절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있는 우리의 현실 안주, 부정, 두려움 등과 연관된 지구상의 생명 파괴는 마치 난로 위에서 더워지고 있는 주전자 안에 떠 있는 개구리를 연상시킨다고 설명한다. 아직은 불이 낮아 미지근하나 점차 끓어 올라서 곧 죽음에 직면해있는 상황을 모르는 개구리, 그래서 주전자 밖으로 뛰어 달아날 이유를 모르는 개구리처럼. 
우린 이미 죽었는가? 죽은 불교도인가? 그렇지 않으면 깨어나서 독소를 감지하고 너무 늦기 전에 행동할 것인가? 그 행동은 지금 이 자리에서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 전환함으로써 바로 나올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모든 전사에게는 자비의 종자가 있고, 그 종자는 지금은 휴면기에 있지만, 마음이라는 비옥한 땅에서 탐진치를 태우는 불에 의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불법의 길은 자비와 지혜의 검으로 미셸의 무도 수행을 이끌고, 이 수행은 미셸에게 지치지 않는 활력과 집중력을 발달시키는 도구였다. 
전사의 진정한 적은 자기만족과 독선이라고 강조하며, 미셸은 여성 전사로서, 자신과 다른 여성들을 위하여 이러한 여성의 힘의 원형을 회복시키고,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이 걸었던 긴 계보를 벗기고 있다. 
미셸은 “이 지구는 여성 전사가 걷는 비옥한 땅이다”라고 그녀의 마음의 소리로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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