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昌林 作家의 水墨香 ④ - 초성(草聖) 되기가 가장 어렵나니[草聖最爲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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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昌林 作家의 水墨香 ④ - 초성(草聖) 되기가 가장 어렵나니[草聖最爲難]
  • 해설 : 이진영 기자
  • 승인 2020.05.0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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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림 作
오창림 作

왕희지는 행서를 완성했으며, 실용적 용도로만 쓰이던 예서나 초서를 모두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인물이다. 그래서 서예의 성인, 서성(書聖)이라 불린다. 왕희지가 서성이면, 장욱(張旭)은 초서의 성인, 초성(草聖)으로 불린다. 초서를 익히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인 초결가(草訣歌)의 첫 구절, 

초서 잘 쓰기가 가장 어려운데
용과 뱀이 붓끝에서 다투듯 해야 하나니.
草聖最爲難 龍蛇競筆端

용과 뱀이 붓끝에서 다투듯 해야 한다니, 알 듯 모를 듯하다. 용과 뱀은 모두 긴 몸통에 꾸불거리며 날거나 기어간다. 용은 하늘을 날고 뱀은 땅을 기어간다. 여름날 훅훅 열기가 올라오는 황톳길을 꾸물거리며 지나가는 구렁이의 몸놀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지나간 자국을 떠올려보면 대충 알 듯도 하다. 
그러고 보니 왕희지 역시 거위에 거의 미쳐 살았다. 소리가 좋고 아름답다는 거위가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어코 거위를 손에 넣고자 했다. 산음 땅에 사는 도사에게 <도덕경>을 써주고, 거위를 얻어왔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백은 이 일화를 <왕우군王右軍>이라는 오언율시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왕희지는 타고난 본성이 청진하여   
맑고 깨끗한 성정 속세 벗어났다네.  
산음에서 도사를 만나  
거위에 미친 손님 이를 달라했네.   
흰 비단에 도덕경을 쓰니  
필법이 정묘하여 입신의 경지에 들었네.   
글씨 다 쓰고 거위를 조롱에 넣고 가니
어찌 일찍이 주인과 작별인사인들 했겠는가.  
右軍本淸眞  瀟灑出風塵  
山陰遇羽客  要此好鵝賓  
掃素寫道經  筆精妙入神  
書罷籠鵝去  何曾別主人

거위의 무엇이 서성 왕희지를 미치고 환장하게 만들었을까? 실제로 거위를 보면, 그 크기에 그 억셈에 놀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거위의 길고 유연한 목이다. 흰 눈처럼 빛나며 기름진 목의 흐름은 부드럽게 흐르는 초서의 획을 닮았다. 그러고 보니, 초결가에서 말한 용과 뱀이란, 왕희지가 사랑했던 거위의 길고 유연한 목과 서로 같은 것이 아닐까?
서예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가끔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주는 작품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작품들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글자 하나의 구성이 촘촘해야할 곳은 촘촘하면서도 시원스럽게 트여야할 곳은 또 시원하게 트여져있다. 글자의 간격이나 혈맥이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흐름이 변화무쌍하고, 처음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일관된 필의(筆意)를 보여준다. 
시의 신선, 이백(李白)이 영왕(永王) 이린(李璘) 사건에 연루되어 유배를 가던 중, 강하를 지날 때 황학루(黃鶴樓)에 들렀다. 당시 처연한 심경을 담아 <낭중(郎中) 사흠(史欽)과 함께 황학루(黃鶴樓)에 올라 피리소리 들으며[與史郞中欽聽黃鶴樓上吹笛]>라는 칠언절구를 지었다. 자신감에 넘쳐 거리낄게 없었던 이백도 쫓겨나던 이 때 만큼은 어쩔 수 없이 의기소침했었나보다. 한 층 낮아진 목소리, 덕분에 인간적인 매력은 더해진다. 소전 오창림은 이를 초서로 풀어냈다.

錢選(1235~1307)作 거위를 완상하는 왕희지
錢選(1235~1307)作 거위를 완상하는 왕희지

 

한번 장사(長沙)로 떠난 좌천된 신하 되고 보니
서쪽으로 장안은 보이는데, 집은 보이지 않네. 
황학루에 앉아 옥피리 소리 듣노라니 
강성(江城)에는 오월에야 매화 진다던데. 
一爲遷客去長沙  西望長安不見家 
黃鶴樓中吹玉笛  江城五月落梅花

붓을 주저앉혔다가 일으켜 세우고, 촘촘할 데는 촘촘하고 성글 데는 성글다. 거위 목같이 기름진 획은 매끄럽게 필의(筆意)를 따라 매끄럽고 재빠르게 흐른다. 특히 3번째 4번째 글자, 천(遷)과 객(客)이 이어지는 대목에서의 는질거리는 붓놀림과 날리는 비백(飛白)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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