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과 사찰환경 훼손하는 대정해상풍력사업, 주민의 힘으로 저지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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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과 사찰환경 훼손하는 대정해상풍력사업, 주민의 힘으로 저지시켜
  • 이진영 기자
  • 승인 2020.05.07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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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해상풍력발전사업 도의회에서 제동,
지역주민 반대의견 수용성이 부족했다.
문화재사찰 동일리 서산사도 한시름 놔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381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동의안을 최종 부결시켰다. (사진: 연합통신)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381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동의안을 최종 부결시켰다. (사진: 연합통신)

 

제주도의회(의장 김태석)는 지난 달 29일에 열린 제381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 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최종 부결 처리했다. 표결 결과는 재석 의원 42명 가운데 찬성 16명, 반대 20명, 기권 6명이었다.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 동의(안)’은 한국남부발전, CGO-대정, 두산중공업 등이 공동출자한 ‘대정해상풍력발전(주)’에서 추진하던 사업인데, 이번 도의회의 부결로 최종적으로 좌절되었다. 약 57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 1리 해상에 풍력발전기 18기를 설치하는 사업이었다. 
지난 2011년부터 추진된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계획은 2013년 환경영향평가 주민공람 중 어선주 민원 등으로 인허가가 중단된 후, 2015년 당초 5개 마을에서 3개 마을로 축소해 변경 추진됐다. 이 후 2016년 풍력발전사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의회에 제출되지만, 주민수용성 확보 미흡 및 양식장 민원으로 상정보류 되면서 안건처리가 지연돼오다가 2018년 제10대 도의회 임기 만료로 안건이 자동 폐기됐었다. 

제주도의회 앞에서 대정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반대시위를 하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회원들
제주도의회 앞에서 대정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반대시위를 하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회원들

 

이후 사업자측은 2018년 다시 3개 마을에서 1개 마을(동일1리)로 축소한 지정계획안을 추진했다. 지난해 9월 상임위원회인 농수축경제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역시 주민 반발 등 주민수용성 미확보 논란 속 7개월 여간 심사·의결이 보류되며 계류되어 오다가, 28일 농수축위원회에서 부대의견을 달고 원안 의결됐지만, 이날 본회의 표결 결과 최종 부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이행하거나, 사업 포기 또는 주민 동의가 이뤄지는 제3의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이번 도의회에서의 부결이 제주사회에 던지는 의미와 파장은 녹록치 않다. 제주 지역사회는 이미 강정리라는 지역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지, 그리고 봉합되기 어려울 정도의 상처까지 품어가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여기에다 다시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까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제주불교신문은 이번 표결에 직접 참여했던 강민숙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번 사안의 직접적 이해관계자라고 말할 수 있는 선명스님(서산사), 두 분과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더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지만 지면관계로 발언의 요지만을 추려 간략하게 정리했다.)

강민숙 의원, 질 좋은 환경이 
질 좋은 에너지를 가능케 해

강민숙의원(더불어민주당)
강민숙의원(더불어민주당)

-강민숙 의원님은 문광위소속이면서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소속이신데, 이번 안건에 대해 반대하셨습니다.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되었는데, 소회가 어떠신지요?
-개발이냐 보존이냐 하는 거창한 담론보다는, 일단 이 사업이 주민 수용성에 있어서 상당히 미흡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표결 직전에 이루어진 양병우(무소속·서귀포시 대정읍) 의원의 발언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안건은 최초 추진되던 2011년부터 계속해서 주민수용성 미확보가 관건이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모든 개발 사업들이 공론화를 통한 주민들의 동의가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사업의 주체를 포함한 개발을 찬성하는 입장의 논거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대체에너지’나‘탄소제로’라는 개념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개념은 도정(道政)이 추구하는 정책방향과도 상통하지 않습니까?  
-한마디로, 질 좋은 환경이 질 좋은 재생에너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태양광인 경우에도 날씨나 먼지 등 환경조건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바람이나 물, 그리고 햇빛 등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질 좋은 재생에너지가 가능하다는 말이겠죠. 개발과 보존, 사실 둘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인데요, 둘 중에서 개발에 방점이 찍혔던 것이 사실이었죠. 당장 열악한 제주의 인프라확장을 위한 조치가 필요했으니깐요. 하지만 앞으로는 개발보다는 보존에 방점을 두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충분하게 인프라를 확장한다 해도 제주의 환경이 좋지 못하면 누가 제주를 찾겠습니까? 바람과 물, 그리고 햇빛까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제주만의 청정한 환경, 말하자면 환경차별성을 가질 때 제주의 경쟁력이 생긴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반대서명 참여에 감사드리며
불교의 사회참여 필요성 느껴

서산사 주지 선명스님
서산사 주지 선명스님

-이번 도의회에서 부결된 안건에 대해 이해당사자였던 셈인데, 선명스님께서는 남다른 소회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희들로서는 당연히 반기는 입장입니다. 그동안 마음이 번잡했었는데, 이런 결정을 받고 보니 이제 홀가분한 심정입니다. 사실 제가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게 작년 초8일이었어요. 주민분들 중에는 올 겨울에야 알았다는 분들도 계세요. 사업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자치단체장이나 바다에서 생계를 잇는 선주협회 같은 분들과만 접촉해 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것 같아요. 뒤늦게 알고서 부랴부랴 서명운동을 시작한 거예요. 이곳 분들 중 80%정도가 반대하는 것으로 알아요. 여러 단체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거죠. 
-이해 당사자로서 이번 일을 현장에서 직접 겪으시며 느끼신 점이 있다면.
-반대서명운동을 위해 동분서주할 때 여러 단체에서 힘을 보태주셨어요. 특히 원불교와 천주교, 그리고 기독교 등 다른 종교단체에서도 기꺼이 도움을 주시는 것을 보고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저나 우리 불교계가 우리들이 발을 딛고 사는 사회에 너무 무관심했었구나하는 반성이 있었습니다. 사실 서산사는 아주 작은 절, 말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다행히 본사인 관음사와 조계종의 이름이 있어서 그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관음사 주지스님이신 허운스님께서도 이번 일로 좀 더 적극적인 사회현실참여가 있어야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거듭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한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사업이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이 반전드라마는 불교사찰 환경보존의 의미를 담고 자연환경보존을 위한 주민들의 승리여서 더욱 값졌다. 위 사진은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기로 되어 있었던 동일리 일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한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사업이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이 반전드라마는 불교사찰 환경보존의 의미를 담고 자연환경보존을 위한 주민들의 승리여서 더욱 값졌다. 위 사진은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기로 되어 있었던 동일리 일대.

 

이런 종류의 사업은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을 만들겠다는 도정목표와 점증하는 도내의 전기수요를 고려해본다면, 언제든 다시 추진될 수 있는 내용이다. 두 분의 인터뷰 내용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만일 풍력발전기 설치 위치를 마을로부터 충분한 거리로 이격시키고 발전용량을 줄여 다시 추진된다면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2신공항 건설이라는 사안이 그렇듯 앞으로도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첨예하게 서로 맞서는 상황은 언제든 다시 생길 수 있다. 이제 도정과 의회, 그리고 제주지역사회가 앞으로 이런 첨예한 사안에 대해 어떻게 절차적 정의를 획득할 수 있을지, 공론화 과정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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