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천 김대규 화백의 - 달마도(達磨圖)
상태바
로천 김대규 화백의 - 달마도(達磨圖)
  • 해설 : 이진영 기자
  • 승인 2020.05.20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명국(金明國)은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궁정화가, 도화서의 화원이었다. 1636년과 1643년, 두 차례나 조선통신사의 수행원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의 명성은 일본 전역을 울리고 있어서, 그림 그려주느라 밥 먹을 잠 잘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달마도(達磨圖)> 역시 그가 일본에서 그려서 일본에 남기고 왔던 작품 중 하나이다. 
김명국은 붓놀림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짙은 먹 살진 획으로 윤곽과 구도를 잡고, 얕은 먹 가는 획으로는 얼굴을 쳐냈다. 모든 획에는 속도가 느껴진다. 꼼꼼하게 그리는 대신, 재빨리 그려냈다는 말이다. 이렇게 난을 치듯 재빨리 그려낸 것은 일체의 허식을 버리라던 달마대사의 정신과 일치한다고 봐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술, 취중이어서 그랬을까? 
얼핏 보면 호방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노라면 여덟 팔(八)자 형으로 축 쳐진 눈썹과 토실토실 살 오른 뺨, 그리고 부드럽게 떨어지는 매부리코까지. 어딘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모든 달마도가 어느 정도는 괴이(怪異)하기 마련이다. 달마대사가 수행의 가장 큰 난적이었던 수마(睡魔), 잠 귀신을 쫓겠다며 스스로 자신의 눈꺼풀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눈썹 밑 커다란 원형의 눈방울이 괴이하고, 동양사람 같지 않은 얼굴윤곽과 덮어 쓴 두건이 생경스러워서 그럴 것이다. 
달마대사는 원래 인도 남부에 있던 팔라바라는 왕국의 왕자였다고 알려진다. 그는 중국으로 넘어 올 때 전혀 새로운 불교를 가지고 왔다. 이전까지의 불교가 왕이나 귀족들을 위한 것이었던 것과 달리, 사람이면 누구나 본래 타고난 마음을 잘 터득하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한 불교, 이른바 선종(禪宗)이라는 것이다. 기존 중국불교의 패래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렸기에 매우 중요한 인물로 손꼽히게 됐고, 여러 가지 일화가 생겨나며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갔다. 
달마대사에 관한 여러 가지 일화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신비로운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 누군가가 꾸며낸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역사 속의 인물이 위대한 업적을 남기면, 사람들은 그 인물이 신비로운 능력을 믿으며 의존하고자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 믿음과 의존을 강화시킬 방도를 찾았다. 그 중 하나가 그림이었다. 그림으로 그려서 걸어놓고 늘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달마대사의 그림 역시 그러한 이유에서 많이 그려졌다고 볼 수 있다.
로천 김대규화백의 <달마도(達磨圖)>는 괴이함을 넘어선다. 아마 선(線)은 4B 정도의 연필로 잡고 면(面)은 무엇으로 뭉개가며 그려낸 듯하다. 구상적인 묘사를 통해 인도인 특유의 입체적인 얼굴 윤곽 속에 난처럼 쳐진 눈썹과 금방이라도 툭 튀어나올듯한 눈이 시선을 붙잡는다. 뿐만 아니다. 결연한 의지를 상징하는 앙다문 입은 거의 귀까지 이어졌고, 턱을 덮은 덥수룩한 수염 등 강조될 만한 것들은 더욱 강조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김명국의 달마도에 대한 재해석일 것인데, 달마대사의 치열했던 정신을 잡아낸 것은 거의 따라잡았으나, 묘사를 지나치게 세밀하게 혹은 극단으로 밀어붙인 까닭에 중용의 미덕을 놓쳐버린 것은 아쉽다할 것이다.

 

로천 김대규 화백 프로필
● 한국화가(화력 45년)
● 아산 조방원 선생, 희재 문장호 선생에게 사사
● 개인초대전(22회): 국내 18회, 외국 4회
● 먹그림발표전시회: 수묵동호회 주최 5회
● 국가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 이수자(1978년)
● 국악 단독 공연 2회
  -김정회관: 판소리5 바탕눈대목 150분연창(2009)
  -제주아트센터 판소리 수궁가 완창(2010)
● 국악대공연 주최 5회(2008~2016)
● 마라톤 완주 5회 (춘천, 평화, 제주 등) 2016~
● 시문학 시인등단 (대표시: 장승, 섬무덤 등)
● 전남도립국악단 객원
● 아세아미술대전 초대작가
● 한국미술대전 초대작가
● 한국미술작가협의회 초대작가
● 한일교류전 초대작가
● 제주관광대학 음악과 강사
● 미얀마 명상수행체험(쉐우민, 파욱센터) 2016~
● 저서 :  
  -시화첩1: 지금도 부르고 싶은 사랑가(2001)
  -판소리 수궁가 김대규 완창본 사설집(2017)
  -산문집 <로-에피소드> (201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