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편지] 외딴섬에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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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편지] 외딴섬에 피는 꽃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6.2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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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재순(재가불자) 

작은 섬에 가서 오름을 오르다 홀로 핀 꽃을 보았다. 꽃은 매혹적이다. 주황색 꽃이다. 지나가다 눈에 걸린 것이다.
일요일에 그 섬에 갔다. 올해 들어서 너댓번 된 것 같다. 먹을 것을 들고 가서 풀밭에 자리를 깔고 먹었다.
그런데 오늘이 하지란다. 해가 가장 긴 날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내일 부터는 음의 기운으로 기울것이다. 양의 기운이 쇠하고 음의 기운이 커지듯이 인생의 후반전을 보는 것 같다.
양의 기운이 강할 때 생명 있는 것들은 부지런하다. 모든 것은 시기가 있다. 새들은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어미새는 알을 낳고 새끼를 친다. 새끼새는 어미새가 부지런히 날라다 준 먹이로 무럭무럭 성장을 한다. 
새가 날개를 펴고 비상하려면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마침내 새끼새가 다 자라서 비상한다. 어미새도 역할을 다 했다. 어미새도 비상한 새도 미련 없이 어디론가 떠나 버린다. 빈 둥지만 남았다. 
외딴 골짜기에 작은 꽃이 한 송이 피었다. 숨어 있는 듯이 피었다. 꽃이 피어서 발견 되었다. 꽃이 피기 전에는 있는 줄조차 몰랐다. 꽃이 피어서 존재가 드러났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꽃을 피운다. 오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핀다. 외딴 섬에 홀로 피는 꽃을 보았다. 외딴 섬, 홀로 가는 수행자도 꽃이 필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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