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통합연구의 필요성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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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통합연구의 필요성 [上]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6.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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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빛나-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환경팀 활동가
박빛나-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환경팀 활동가

섬에 찾아온 위기

‘기후변화’는 일정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기후의 변화를 일컫는다. 이 변화의 길이가 급속도로 달라졌다. ‘이상기후’로 인해 이례적 한파, 폭설, 집중호우, 가뭄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매년 찾아온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제주의 경제·사회·문화전반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제주는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하며 ‘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섬을 둘러싼 바다에는 다양한 해류가 흐르고, 섬 중앙에는 한라산이 우뚝 솟아 해발 고도별로 아고산대 기후에서 아열대 기후까지 식생대의 발달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런 특성 아래에서 기후변화는 매우 복잡하고 다각적으로 제주의 생태계와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작년,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의 생태계 변화를 조사하였다. 모든 계절에서 기온상승 경향이 뚜렷해짐에 따라 조류, 산림, 농업, 해양, 야생동물 등 생태계 전반에 걸쳐 확연한 영향을 받고 있었다.
생명이 있는 모든 유기체는 본인 서식지의 평균적 날씨에 대한 데이터를 경험적으로 습득하고, 적응하여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언제 어디로 이동해야 얼어 죽지 않는지, 어느 시기가 먹이 사냥에 유리한지 등을 예상하고, 움직였다. 그러한 삶의 방식은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살아가게 해주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그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생태계는 하나의 변화가 연쇄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초지대의 변화가 오면 곤충들이 그에 따라 이동을 한다. 곤충에 변화가 나타나면 그것을 먹는 양서류에 변화가 오고, 이어 조류에 변화가 생긴다. 기후위기에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끝내 우리를 포함한 제주의 풍경을 채우는 모든 것이 바뀌고 사라질 것이다.

한라산을 조릿대가 점령했다.
한라산을 조릿대가 점령했다.

 

변해가는 제주의 풍경, 
위태로운 제주 자연

제주를 찾아오는 철새들의 도래 시기, 부화 시기 모두 변화를 보였고, 아열대성 조류의 출현도 빈번해졌다. 전에 없던 새로운 종이 나타난 것은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조류는 다른 종처럼 교역과 같은 인위적인 영향에 의하지 않고 직접 이동하는 개체이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특히 그 이유 중에 중요하게 꼽히는 것이 ‘기후변화’이다. 제주의 기후가 변하기도 하지만, 특정 개체가 살던 서식지의 기후가 변화되어 옮겨 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철새들의 이동 경로는 달라졌고 이동 시간은 길어졌다. 월동지 도착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사냥과 산란, 번식의 최적시기를 놓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탈진하여 사망하게 된다. 어렵게 월동지에 도착한 새들에게는 다음 난관이기다리고 있다.
생태계는 매우 정교하게 얽혀있다. 새로운 종의 출현으로 인한 기존 토착 무리와의 경쟁이 시작되고 그에 따른 생태계 불균형이 발생한다. 서식지의 한정된 먹이는 서서히 줄어든다. 생존에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변화는 관련 생물과 공생 관계, 기생 관계, 천적 관계에 있던 생물들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준다. 그 영향은 다시 식물, 곤충, 토양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시로미가 성인 한뼘보다도 작게 자란다.
시로미가 성인 한뼘보다도 작게 자란다.

제주 자연에 이런 문제는 일찌감치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구상나무 군락이 있는 한라산에는 허옇게 죽은 구상나무 고사목이 즐비하다. 아고산대에서 서식하는 암매, 시로미, 눈향나무, 박쥐나무들도 구상나무와 마찬가지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있다.
기후변화로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의 80%를 조릿대가 ‘점령’했다. 조릿대가 퍼진 지역은 다른 식생이 살기 힘든 곳이 된다. 작은 수목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조릿대군락에 파묻혀 생장의 기회를 빼앗긴다. 조릿대만 남은 곳에는 먹이를 잃은 설치류도 보이지 않는다. 설치류를 먹이로 하는 맹금류, 파충류도 사라진다. 그 일대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준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러한 사례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기후위기를 막지 않고서 단순히 조릿대의 개체 수를 관리한다고 끝이나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제주의 매화나무와 벚나무의 개화 시기가 점점 앞당겨 지고 있다. 이 나무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다른 생태계 종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러한 변화가 계속된다면 직접 변화를 겪고 있는 나무는 물론 그 외의 생물 종들도 다음 세대로의 번식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굶어 죽은 전복들, 
기후변화와 제주 산업

 

한라산에 구상나무들이 죽어간다.
한라산에 구상나무들이 죽어간다.

 

기후위기로 인해 제주의 기온, 일조시간, 일교차, 강수량 등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제주산업 전반에서 영향을 주고 있다. 농업은 특히나 그 피해가 크다. 갑작스러운 자연재해 발생으로 상품 생산, 품질관리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일교차가 줄어들면 과일의 당도가 낮아진다. 강우로 농경지 토양침식이 증가하고 토양에 있는 영양염류 소실도 커진다. 자연재해로 인한 재배시설, 사육시설 피해도 잇따른다.
새로운 외래 병해충은 예고없이 찾아와 문제를 일으키고, 농가피해는 물론 농약사용에 따른 토양오염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토양오염은 수질오염의 원인이기도 하다. 오염된 물은 바다로 흘러간다. 고온다습한 환경은 가축생산에서도 문제가 된다. 이러한 환경은 가축들에게 스트레스 요소이며, 전염병에 대한 취약성도 높인다.

물꿩
물꿩

 

수산업도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이다. 철따라 잡히며 만선의 꿈을 안겨주던 어종들이 다른지역에 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갯녹음 현상으로 인해 허옇게 변해 버린 바다에서 해녀들의 어망은 가벼워졌다. 올해 제주앞바다의 전복이 대량으로 폐사했다. 서귀포시 법환동과 남원읍 태흥3리·위미2리 마을공동 어장에서 전복이 계속 폐사하면서 원인 규명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 인해 해녀들이 전복채취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먼 바다까지 나서는 상황이지만, 하루평균50∼60㎏였던 마을 전복 채취량이 10∼20㎏으로 감소하였다.
지난해 따뜻했던 겨울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조류가 잘 자라지 않아 전복이 굶어 죽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의 조사 결과, 알맹이가 없는 전복이 대량 발견됐으며 연안바다를 중심으로 전복의 먹이가 되는 해조류가 잘 자라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대량 폐사에는 담수, 폐수, 천적 생물유입 등 다양한 원인을 염두해야 한다. 하지만, 담수, 폐수, 천적생물 또한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것들이다. 이래저래 기후위기를 빼놓고 위 같은 문제들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붉은 해오라기
붉은 해오라기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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