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칼럼 - 네트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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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칼럼 - 네트워킹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7.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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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훈-안전보건공단 제주지역본부장
임영훈-안전보건공단 제주지역본부장

내가 CEO가 되었을 때 알파벳 E를 이마에 써 보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이마에 과연 어떻게 쓸까? A는 이마에 ∃, B는 E라고 썼다. 그러면 누가 더 권한이 센 사람일까? A일까 B일까? B가 A보다 더 권한이 센 사람이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이기적(selfish)이 된다.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관철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다. 표면상의 이유는 생화학무기를 생산하고 있기에 이를 봉쇄하려는 명분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CIA와 FBI를 동원하여 화학무기 공장을 뒤졌으나 있을 리 만무하였다.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생각을 정해 놓고 다른 정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CIA요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사례가 있다. 의사결정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였다고 하여 더 낳은 의사결정이 이루어 진 것은 아니었다. 선호하는 정보가 이미 사람 마음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이외의 정보는 부가 정보일 뿐 의사판단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 이었다. 선호하는 상태에서 단지 확인(Confirm)하는 정도만 되었을 뿐이다.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이 CEO나 장관이 바뀌면 관심사에 대하여 촉각을 곤두세운다. 장관이나 CEO가 선호하는 정보나 계획을 파악하고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좌천과 더불어 승진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암기식 학습이 산업시대에는 적합하였다. 이미 선진화된 나라에서 경험한 것들이 많았기에 정답을 부지런히 따라가면 되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겪었던 정답이므로 앞뒤를 잴 시간이 없었다. 무조건 외워서 따라하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깊어졌다. 없어지는 직업이 숱하게 생길 것이고, 과학기술이 융합하여 발달되는 방향이 어디를 향할지도 가늠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한 번 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풍토가 만연되고 웰빙(Well-being), 휘게(hygge) 열풍이 분지 오래되었다. 정답을 외운다고 해결되는 법이 없다. 뭔가 창의적으로 생각하여 독특한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세상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흔히들 말한다.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겪고 일어서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는 격언으로 삼았다. 불확실한 시대를 반영한다면 성공한 기업이 곧 실패로 이어지는 사례가 흔하다. GE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돌아선지 한참 되었다. 혁신의 선두에 서지 않으면 곧 도태된다.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격언을 모토로 삼아야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이라크 전쟁이나 CIA 조사에서도 보았듯이 자기관점에 빠져 성공 혁신을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착각에 빠진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 치명적인 함정이 될 수 있다. 일명 원숭이 착각(Monkey Business Illusion) 실험을 하였다. 하얀 셔츠를 입은 사람이 농구공을 몇 번 패스했는지 헤아리는 실험이다. 총 6명 중에서 3사람이 하얀 셔츠를 입었다. 패스는 하얀 셔츠를 입지 않은 나머지 3사람도 움직이면서 공을 패스하기 때문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패스 숫자를 헤아릴 수 있다. 정답은 16번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패스 숫자가 아니다. 하얀 셔츠를 입은 사람이 몇 번을 패스했는지 횟수를 헤아리는 동안 고릴라가 들어와 가슴을 탕탕 치는 것도 보지 못하였고, 고릴라가 들어오면서 남자 한 사람이 빠져 나갔는데 눈치를 채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인지 하지 못한 사실은 커튼 색이 적색에서 주황으로 어느 순간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채지 못했다. ‘집중인지’의 ‘맹시(盲視)’였다. 무주의 맹시라고도 한다. 지위가 올라가면서 너무 한 가지에 집중하기 되면 다른 주변 상황이 변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결국은 실패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이다. 
아인슈타인은 “너의 무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하였다.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 그나마 다행이다. 모른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것이 더욱 심각하다. ‘박사’를 한자로 ‘博士’로 표기한다. ‘博’자가 넓을 박이다. 박사가 깊고 좁고 정밀하게 안다고 박사가 아니다. 두두 두루 통찰할 수 있는 전문가라는 의미이고 보면 무주의 맹시 실험결과가 피부로 다가온다. 자기관점에 빠져 성공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여성은 45세 남성은 55세에 생각이 경직되기 시작하여 안 변한다고 한다. 누가 옆에서 어떤 좋은 충고를 하고 행동이나 사고를 변화시키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사람마다 성격이 각양각색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창의적인 인물 5명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세종대왕, 스티브 잡스, 에디슨 등을 선정할 수 있다. 이중에서 세종대왕과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이 과연 무엇일까? ‘ㅅ’자로 시작한다는 기상천외의 답변이 나왔다. 둘 다 남자다. 건강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으로 2011년 56세 일기로 세상을 하직하였고, 세종대왕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병을 달고 살았다. 임금이라는 자리가 격무에 시달리는 자리다. 상소문을 읽고 수결하고 지시하는 일만 해도 하루종일 앉아서 처리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그런데 당뇨, 풍질, 부종, 임질, 수전증... 등 실록을 바탕으로 추정되는 병명만 수두룩하지만 54세를 일기로 승하한 직접적 원인은 소갈증(당뇨)과 등창 합병증이다. 임금의 자리에서 병에 시달렸으니 혼자 일하지 못했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을 등용한 것이다. 즉 네트워킹의 달인인 셈이었다. 
현대에 살고 있는 상황이 녹녹치 않다.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혼자 똑똑해도 살아 갈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보니 네트워킹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넘쳐나는 정보를 전부 활용할 수도 없고, 자기관점에 빠져 주변을 돌아보지 못해서 성공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무주의 맹시착각을 범하지 않도록 계획적인 네트워킹이야 말로 현대에 사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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