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이우걸(1946 ~ )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
이우걸 시조시인은 경남 창녕 부곡 출신이다. 평생 교육자로 중등 교장으로 퇴임했다.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후 시조전집, 평론집을 묶어낸 원로 시조시인이다. 창녕 우포늪에 가면 ‘이우걸 문학관’을 만날 수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을 맡아 시조문학 발전에도 헌신했다. 윗 시조는 이 시인의 대표작이라 할 정도로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어렸을 때 팽이치기를 많이 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몇 가지 색을 칠한 팽이를 치면 칠수록 신비로운 색으로 피어나는 것을. 그 무지개 같은 미지의 색이 참으로 신기하고 고왔다. 그것을 아름다운 접시꽃으로 본 시인의 눈이 압권이다. 때문에 접시꽃으로 피어날 때까지는 참으로 지난한 것이리라.
팽이가 접시꽃이 되는 과정 속엔 우리나라의 역사를 엿볼 수도 있다. 특히 4.19. 5.16. 12.12 , 5.18 등 질곡의 현대사를 넌지시 증언하고 있는 느낌도 준다.
팽이는 채찍을 해야 만이 일어서는 숙명을 갖고 있다. 무수한 채찍 때문에 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그래서 팽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며 채찍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실로 비유하고 있다고도 보여 진다.
팽이는 매우 쳐야 설 수 있다. 무릎을 꿇을 데도 그대로 풀석 앉는다. 자존심이 쎄다. 그래서 무수한 고통을 건너야 한 송이 접시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우리의 인간사처럼.
(오영호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