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불교문화원 산악회 산행기 - 걸으며 건강한 삶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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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불교문화원 산악회 산행기 - 걸으며 건강한 삶을 생각하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7.2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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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귀포불교문화원 사무장 김봉택

여러 날 비가 오더니 우리가 산행 가는 날인 7월 26일은 모처럼 화창하여 나들이에 나서는 회원들 발걸음이 가볍다. 한두 사람 보이는 것 같더니 어느덧 차 속엔 30명이나 찼다. 농사를 짓는 회원들이 많아 날씨가 좋겠다는 예보였지만 한 편으론 밀감나무 소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행사를 주최하는 집행진에서는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하루에 소독을 마칠 수 없으니 내일 비가 예보되고 있어 아예 손을 놓았다는 회원, 차를 타지 않아 걱정하던 회원이 멀리서 달려오는 것을 보자 함성 터뜨리는 회원, 산신께 올릴 공양물인지 배낭을 가득 채운 회원, 지난번 못 와 또 안 나오면 누가 될까 봐 신경 썼다는 회원, 살아가는 모습들만큼이나 출발 시점에 만난 회원들 상황도 제각각이다. 
회원들을 태운 버스는 서귀포불교문화원에서 8시 정각에 우리의 탐방지인 사려니오름 인근인 수악교 길을 향했다. 임원들이 탑승자 확인과 나눠줄 물건들을 배분하자 오늘 행사가 잘 치러지길 기원하는 의식을 삼귀의와 반야심경으로 시작한다. 
산악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간의 마음고생을 토로하고, 특히나 산악대장 불참으로 회원 스스로가 집행부의 의견에 잘 협조할 것을 당부한다. 특히나 많은 회원이 동참한 것은 팀장 독려 덕분이라며, 1팀부터 마지막 5팀장까지 이름을 불러 고마움을 전하는 과정에 4팀장 이름만 빠져 소란이 일자 성급히 추가한다. 
버스는 남원 쓰레기 매립장을 지나 수악 갈림길에서 세운다. 우리가 걸을 길이 이곳을 출발하여 이승악오름을 향하는 곳까지 왕복하는 것으로 아무리 안 돼도 12시까지는 여기까지 돌아올 것을 강조한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치 이곳을 여러 번 다닌 것 같이 젊거나 산을 오랫동안 다닌 회원들은 힘찬 모습으로 나아가고, 어느 길모퉁이에서 앞뒤의 간격이 벌어지자 이를 걱정한 한 회원이 천천히 걸으면서 뒤와 함께할 것을 말하지만 앞으로 나가는 데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데 앞선 회원들이 작은 골목을 놓쳤는지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뒤처졌던 이들이 얼마나 좋았는지 입가가 헤 벌어진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처럼 나들이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 회원들이 숲속을 걷는 과정에 제주불교문화대학출신 회원들이 숲속 정좌에서 자리를 틀어 간식 들며 담소 나누는 현장을 보자,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는 얼마나 기뻤는지 이곳이나 저곳이나 서로 마찬가지라 반갑다는 표현들이 조금은 격하다. 
이승악을 향하는 길에서 우리들의 종점인 목적지에 이르자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온다는 게 좋지 않다는 사람들과 그래도 뒤처져 따라오는 이들이 있어 계획대로 추진하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각자의 의견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산악대장이 한 가지 방법으로 단호하게 말한다면 쉽게 해결될 일도 하필이면 오늘 불참할 줄이야, 한순간 느슨함이 중구난방으로 이어지는 듯했지만 이후 일정과 계획 그리고 버스 시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계획대로 진행하자는 회장의 의견에 따라 결국은 원안대로 종결한다. 
동행한 이가 “이 길이 너무나 좋다”는 말에 고개를 드니, 꼭대기는 신록의 삼나무 잎으로 빡빡하고, 아래는 작은 풀들로 아기자기하게 땅을 가리며 생명력이 넘쳐나고 있다. 양옆 덩치 큰 줄기는 50미터를 족히 넘을 만큼 쭉쭉 하늘로 치솟아 우리를 맞기 위해 끝이 안 보이게 도열 하였고, 시원한 바람이 어디서 들어왔는지 살갗을 스칠 땐 이 순간 이곳을 지나는 우리 회원들에게만 특별히 선사하는 큰 선물이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장마철 세찬 비가 남긴 흔적은 길 위를 살짝 덮은 화산 송이를 여지없이 쓸어버렸고, 이를 믿고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뿌리를 확연히 드러내어 자신의 속내를 보이는 것처럼 황망하다. 그래도 걷는 가운데 높은 곳 흙을 밟으며 파인 곳을 채우려는 짧은 생각은 혼자만 아는 자연치유의 변명이다. 

 

코로나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 모든 부분의 어려움을 토론하고,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이 떨어짐을 감지해 건강을 상담하며, 햇볕이 따가우면 햇빛 가리개 미니 우산을 쓰고, 걷는 길이 무료하면 장난을 친다. 그리고 우리들의 현안인 서귀포불교문화센터 건립이 원만히 추진되어 우리 지역 불교의 큰 도약을 기약하기도 한다. 삶의 깊숙한 곳을 차지한 생활의 작은 부분까지 산행을 통해서 나누어지는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모른다. 세월이 흐름에서 찾아온 행복한 정보들과 현대감각을 키우는 데도 서로를 의지하고 챙겨주며 최선을 다하는 회원들 모습에서 건강한 후반기 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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