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신문 31주년 특별기획“제주 절오백”- 대한불교 조계종 백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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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신문 31주년 특별기획“제주 절오백”- 대한불교 조계종 백련사
  • 안종국 기자
  • 승인 2020.09.16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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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용왕의 기운 품은 김녕 백련사(白蓮寺)
팔작지붕 2층으로 건립된 대웅전의 위용
팔작지붕 2층으로 건립된 대웅전의 위용

김녕 앞바다에는 썰물 때만 나타나는 신성한 두럭산이 있다. 한 달에 두 번 나타나는 두럭산은 한라산, 산방산, 성산, 영주산과 더불어 제주도 5대 영산의 하나이다. 백련사는 바로 바다로부터 지기가 올라오는 두럭산을 진산으로 한라산과 대면하고 있다. 바다 용왕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백련사는 대웅전에 모신 관세음보살상의 영험함이 남다른 곳이다.  

썰물때만 나타나는 두럭산
썰물때만 나타나는 두럭산

 

김녕은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될 만큼 지질자원이 유명한데, 만장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 같은 용암동굴이 즐비하고 바다를 밭과 같이 여겨 바당밭에서 어업과 돌과 바위를 의지처로 삼아 살아온 독특한 전통과 민속이 살아있는 고장이다. 풍요로운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 역사와 전통이 숨 쉬는 김녕에 들어서면 그 초입에 유서 깊은 백련사를 만난다. 

17세기 유물로 추정되는 관음보살좌상
17세기 유물로 추정되는 관음보살좌상

지금의 백련사는 1980년대에 옮겨 지은 곳으로, 본래 길 건너편 과거 성담옆에 초가로 된 법당이 있었다. 새로 옮겨 지은 현재 백련사는 바다로 이어진 길에 밭담이 조형미를 자랑하면서 절을 감싸고 있고, 바로 앞 바다에는 너럭바위를 의지해 옛 김녕 포구가 자리한다. 지금은 대규모 방파제가 들어서 포구로서의 기능을 잃었지만, 몇 십 년 전만 해도 이 포구와 포구 위의 백련사는 한 폭의 진경산수로서 정겨운 고장이었다. 
촉촉한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들어선 백련사 경내는 울창한 숲처럼 각종 나무와 분재향이 그득하다. 옹기종기 들어선 대웅전과 요사채들은 숲속의 정원처럼 모여 있으면서도 이어진 건물들이 회랑처럼 걷기에 좋다. 
사찰 입구 앞에서 본 대문은 백련사(白蓮寺)라는 현판이, 안에 들어서서 뒤돌아보면 수월문(水月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지금은 나무대문을 닫아 놓고 대신 옆의 쪽문으로 출입하게 해 놓았다. 바다에 비친 달빛이 들이쳤을 때 그 정경이 떠오를 듯하다. 
솟을대문은 양옆으로 행랑 공간을 두어 대문의 좌우균형과 현판이 어울려 이 문 하나만 보아도 그 미적 균형에 감탄이 나온다. 

솟을대문 양식인 수월문의 대칭미가 돋보인다.
솟을대문 양식인 수월문의 대칭미가 돋보인다.

 

대웅전은 1981년부터 불사를 시작해 몇 년 만에 완공했다. 팔작지붕에 2층으로 기와를 올려 웅잠감과 단청 조각의 화려함이 돋보인다. 대웅전 주변은 마치 비밀의 정원처럼 온갖 수목과 분재가 감싸고 있어 장엄한 화엄세계를 연상케 한다.    
대웅전에 들어서서 삼배를 올리고 법당 내부를 살펴보니 아름답다고 소문난 것이 허언이 아님을 깨달았다. 밖에서 볼 때 2층이었던 법당 내부 천정이 웅장하게 공간미를 보이며 불단 중앙의 석가모니 부처님과 주변의 불보살들을 더욱 장엄하게 돋보이게 한다. 1942년 9월 12일에 전남 강진군 도암면 백련사에 가서 당시 국보급 가치를 인정받던 미타존상을 이운 봉안하여 주세불상으로 모셔 놓았다. 

대웅전 내부 모습
대웅전 내부 모습

 

그리고 17세기 관음보살좌상과 더불어 나무로 조각된 후불탱화가 대웅전 내부 상단에 있는데, 화려함과 장엄함이 미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대웅전을 나와 바다방향 우측에는 요사채 입구에 벽해당(碧海堂)이라고 당호 현판이 달려있다. 말 그대로 푸른 바다의 호방한 기운이 정진하는 불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으리라. 벽해당 옆으로 돌아가면 불사에 도움을 주신 이들의 공덕비들이 사찰의 유래를 밝혀주고, 그 옆의 쪽문을 나서면 넓은 너럭바위가 바다까지 이어진다. 이 바위는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구조형태라고 한다. 

대웅전 현액
대웅전 현액

 

백련사가 제대로 된 사찰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36년부터 1942까지 30평 규모의 목조 대웅전과 요사채와 해탈문을 완공하면서이다. 그 직후 1942년 전남 강진의 백련사에서 아미타불상을 이운 봉안하였다. 그 뒤로 1946년 김석윤 스님과 이화선 스님도 주석하였는데, 이화선 스님은 4.3사건이 끝난 후 1950년대 초에 17세기 관음보살상을 봉안했다. 이 불상은 지금 대웅전에 모셔져 있다. 1960년 전후에는 박용봉 스님이 주석하였고, 그 후에 부임한 우경스님은 1980년대부터 중창불사를 크게 일으켜 지금의 가람면모를 조성하였다.       
백련사는 근대 제주 불교의 위대한 스승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전통 사찰로서, 현재까지 구좌 지역의 불법홍포(佛法弘布)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또한 우경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의 회주로서, 관음사의 성역화사업에도 큰 역할을 하고 계시기도 하다. 
백련사 정문에서 바다 쪽으로는 잘 정비된 용천수도 세 군데나 자리 잡고 있고, 사찰과 용천수 사이 경작지에서는 무수한 기와편과 청백자편 및 옹기편이 발굴되고 있어 이곳이 고려 시대에 흥법사(興法寺, 김녕리 寺祉)라는 사찰이 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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