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약천사 자광원 원장 성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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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약천사 자광원 원장 성원 스님
  • 이진영 기자
  • 승인 2020.09.2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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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불교계 사회복지의 기틀, 네트워크를 마련해 볼 터

제주불교신문이 올해 2020년 7월 1일에 약천사 자광원 원장으로 취임한 성원 스님을 만났다. 앞으로 약천사가 가져갈 봉사를 통한 사회참여의 일환인 사회복지 방향 전반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자광원 원장 성원 스님과 본지 김군호 이사가 좌담을 나누고 있다.
자광원 원장 성원 스님과 본지 김군호 이사가 좌담을 나누고 있다.

 

▶스님, 안녕하십니까?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스님의 이력이 궁금합니다.
▷처음 육지부에서 행자생활을 시작해서 제주 약천사에서 행자 생활 마쳤으니, 약천사는 저의 출가 본사입니다. 약천사에서 처음 혜인스님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혜인스님은 약천사가 엄청난 불사로 바쁜 와중이었는데도, 저에게는 제때 공부를 마치기를 권유하시더군요. 덕분에 해인사 승가대학과 송광사 율원 졸업 선원을 마치고 잠깐의 중국 유학까지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 후 광덕사 주지를 거쳐 약천사로 돌아와서 거의 10년을 약천사 주지 소임을 맡았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출가해서 지금까지 계속 약천사를 맴돌며 약천사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저에게 ‘혜인스님’과 ‘약천사’는 같은 말일 뿐입니다. 

▶현재 스님은 약천사 자광원 원장이라는 소임이전에는 사회복지쪽으로는 인연이 전혀 없으셨던 것입니까?
▷아닙니다.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 이미 출가자의 삶이란 결국 수행과 봉사가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원주에 있는 ‘소쩍새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장애인을 돌보던 시설인데, 지금에야 정식 법인이 되어있지만 당시만 해도 엄청나게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밥 먹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는 아무런 지원도 없는 그곳에서 생활하다보니, 서서히 장애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더군요. 그런데요, 그곳에 좀 있다 보니, 뭐랄까요? 아상(我相)이라는 말이 적당할 것 같군요. 그게 생겨나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나는 이만큼 봉사를 하고 있노라하는 우쭐거림 같은 것이 생겨나는 모습을 지켜보다,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제대로 된 공부도 없이 나 역시 이런 아상에 매달리다간 수행이고 뭐고 다 끝장날 것 같아 얼른 정리하고 약천사로 내려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럼 스님에게 봉사와의 인연은 일찌감치 있었으나, 따로 그런 사연이 있던 것이군요. 어쨌든 다시 봉사하는 삶으로 돌아오셨으니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결국 다시 봉사하는 삶으로 돌아왔으니, 우수개소리로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봉사와 지금의 봉사는 같은 봉사이겠지만, 저에겐 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의 봉사는 순수한 마음으로 아무런 준비나 생각 없이 무턱대고 달려들었던 봉사라면, 지금의 봉사는 좀 더 체계적으로 다가서고 있는 봉사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뭐 결국 같은 봉사가 라니냐라고 묻는다면, 그 말 역시 맞습니다. (하하)

▶그런 인연이 있었군요. 그럼 그 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내려오고 난 뒤 보니, 약천사가 엄청난 불사를 이뤄가며 새롭게 떠오르고 있더군요. 그런데 사회적 저변이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가졌던 생각이 약천사가 사람들이 쉽게 다가들지 못하는 뾰족하게 높이 솟은 기둥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저변이 넓은 피라미드 구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사회와 함께하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저변확대를 위해 장애인복지시설이 고려되던 중이었는데, 마침 딱 그때 시설 공모가 있었어요. 간신히 스님들을 설득해 부랴부랴 서류들을 챙겨 신청했는데 인연이 되려했던 것인지, 가까스로 선정되더군요. 이 과정에서 참 재미있고 말 못할 사연들도 참 많았습니다. 

성원 스님이 장애우들이 만든 작품들을 소개하며 활짝 웃고 있다.
성원 스님이 장애우들이 만든 작품들을 소개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 자광원 설립에 스님의 역할이 상당했었군요. 방금 말씀하신 재미있고 말 못할 사연이라는 대목에 흥미가 생기는데요, 민감하지 않은 사안으로 하나 들려주시겠습니까?
▷(하하) 그러면 인연에 관한 이야기 한 꼭지만 하겠습니다. 장애인복지시설 운영주체를 공모하는 기사를 본 것이 원서마감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발등에 불이 제대로 떨어진 것입니다. 겨우 스님들을 설득해내긴 했는데, 관에서 요구하는 그 복잡한 서류를 며칠 만에 챙기려니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밤잠을 못자고 뒤척이다가 얼마 전 템플스테이에 오셨던 한 분, 그분이 이전에 이런 일을 처리해봤다는 말을 했던 것이 퍼뜩 생각나는 거예요. 얼른 전화를 드렸죠. 사정을 말씀드리니 흔쾌히 자신이 이전에 관에 제출했던 서류를 다 보내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가, 시간이 촉박해서 문서로는 안 된다. 문서 전체를 파일로 주셔야한다고 했죠. 그래서 겨우 납기를 맞췄었죠. (하하) 그 뒤로부터 다시 저가 자광원 원장에 취임할 때까지 사정도 참 재미있고, 뭐랄까요? 인연이라고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만, 더는 말씀을 드리지 못합니다. 

▶스님께서는 올 7월에 이곳 자광원에 원장으로 취임하셨으니, 이제 운영상의 문제점이나 앞으로의 방향이 보이실 텐데요. 운영에 관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어렵습니다. 아시겠지만, 이런 시설에 정부 지원이란 가장 기본적인 비용만을 지원합니다. 그래서 운영의 묘를 살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인터뷰 도중에 중증자페증을 가진 한 친구가 노크도 없이 원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더니, 서랍을 열고 닫고 한참을 서성이다가 나갔다. 이런 일이 드물지 않았던 지, 성원스님은 한 번 흘낏 보고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간단히 우리가 돌보는 아이들 먹일 음식재료 같은 것만 하더라도 예산이 빠듯해서, 참 마음이 아픕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요, 자면서 TV보다가 간혹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서 갈아엎는 장면이 보이면 벌떡 일어나곤 합니다. 저 공들여 키운 멀쩡한 것을 갈아엎다니, 우리 애들에게 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저가 생각해낸 것이 푸드뱅크나 푸드마켓입니다.
 
▶잠깐만요, 말씀하신 그 푸드뱅크나 푸드마켓 역시 스님의 노고가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그 이야기에도 참 사연이 많습니다. 서귀포에 푸드마켓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발 벗고 나서게 됐죠. 그런데 공고를 보니 푸드마켓은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주체에게 우선 배정한다고 나온 것입니다. 당시 서귀포에서는 구세군이 운영하는 푸드뱅크가 이미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운영하고 싶어도 운영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인연이 되려한 것인지, 이번에도 구세군이 더 이상 푸드뱅크 운영을 못하겠다고 손을 뗐다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현재 제주 불교가 장애복지시설 등의 운영에 이미 진출해 있는데, 이는 사회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일 텐데요, 소임을 맡아보시면서 스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불교의 사회참여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복지네트워크’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복지의 하드웨어는 이미 조금씩 준비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가 문제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시설이 문제가 아니라 시설에서 일할 전문적인 인력과 봉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 부분을 빨리 보완해야합니다. 더불어 위에서 언급한대로 부족한 예산을 메울 수 있는 물품지원 등 후원을 위한 사회적 네트워크도 보강이 되어야합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원력(願力)으로 사는 삶’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마지막으로 불자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나눈 대로, 저의 평생의 화두는 수행과 봉사였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수행과 봉사는 둘이 아니더군요. 수행이 깊어지면 봉사가 되고, 봉사가 되다보면 수행이 됩니다. 이런 자세를 가질 때, 우리 불교가 지역사회와 함께 소통하게 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질 때, 지역사회와 함께 커가는 불교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대담: 본지 김군호 이사, 취재·정리: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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