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스님의 법구경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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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스님의 법구경 (113)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0.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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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비록 백년을 살지라도
삶과 죽음의 도리를 모른다면
그 같은 도리를 알고 사는
그 하루가 훨씬 낫다.

- 빠따짜라(patacara)장로니 이야기 -

 

빠따짜라(patacara)는 사위성에서 큰 부자집 딸로 그녀는 몹시 아름다웠고, 부모는 그녀를 엄격히 가두고 보호하며 키웠다. 
그러나 어느날 하인과 정을 통하고 멀리 도망가서 가난뱅이의 아내로 살았다. 얼마 후 아기를 갖게 되었고 해산일이 다가오자 그녀는 남편에게 친정으로 가서 아기를 낳고 싶다고 했지만 남편은 승낙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날 남편이 외출한 사이 그녀는 친정으로 가려고 길을 나섰다. 남편이 뒤늦게 달려와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빠따짜라는 뿌리치고 계속 갔다. 얼마 가지 못하고 그녀는 길가의 덤불에서 아들을 낳게 되었고 다시 남편과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그녀는 두 번째 아기를 갖게 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친정으로 향했고, 남편은 말리며 따라왔다. 그러나 폭풍우가 일어나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우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게 되었고 비는 엄청나게 왔다. 
출산을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던 남편은 작은 구덩이를 치우다가 독사에 물려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남편을 기다리던 빠따짜라는 혼자서 아기를 낳았다. 둘째도 아들이었다. 
날이 밝자 남편을 찾아 나선 그녀는 구덩이 옆에서 뱀에 물려 죽어 있는 남편을 보았다.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슬퍼하며 친정을 향해 두 아들을 데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밤새 내린 큰 비로 아찌라와띠(Aciravati) 강물은 크게 불어났고 물길은 세찼다. 
두 아들을 데리고 강을 건너기가 어렵게 되자 빠따짜라는 큰 아들을 강가에 두고 갓난아기를 안고 강을 건너서 내려 놓고 다시 큰 아들을 데리러 강을 건너 가던 중 강의 중간쯤 왔을 때 큰 매가 갓난아기를 낚아채려하자 그녀는 큰 소리를 지르고 손을 휘저으며 매를 쫒아보았지만 소용없이 매는 아기를 채갔다. 
한편 큰 아들은 강 중간에서 엄마가 손을 휘저으며 소리를 지르자 자신을 오라는 줄 알고 강으로 들어와 엄마에게 가려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렇게 빠타카라는 두 아들과 남편을 잃었다. 그녀는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길을 걸었다. 
“아들 하나는 매가 채가고, 큰 아들은 급류에 떠내려가고, 남편은 독사에 물려 죽다니...”라고 탄식했다.
도중에 사위성에서 오는 사람을 만나 친정집안의 안부를 묻자 지난 밤의 폭풍우로 친정집은 무너지고 부모와 세 명의 오빠와 동생이 죽었고, 이웃과 친지들이 장례를 치뤘다고 했다. 끔찍한 소식을 들은 빠따짜라는 실성을 하여 반 나체가 된 줄도 모르고 울부짖으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기원정사에서 법문을 하시던 부처님께서 멀리서 오는 빠따짜라를 보셨다. 그녀가 대중이 모인 곳으로 오자 사람들은 “미친 여자를 승원 안으로 들이지 말라”며 막자 부처님께서는 그대로 두라고 하셨다. 
빠따짜라가 부처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거리까지 가까이 오자 그녀에게 정신을 차려 조심하고 조용히 있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정신을 차린 빠따짜라는 자신이 반 벌거숭이 상태인 것을 알고서는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고 앉았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옷을 주었고 옷을 걸친 그녀는 부처님께 남편과 두 아들, 부모, 형제를 잃은 사연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빠따짜라여! 두려워 말라. 그대는 이제 그대를 보호하고 이끌어줄 사람에게로 왔다. 끝없는 윤회 속에서 그대가 부모, 형제, 남편, 자식을 잃고 흘린 눈물은 사해의 물보다도 더 많았다. 라고 하시며 끝없는 윤회에 대해 설명한 아나마땃가 경(Anamatagga Sutta)을 설해 주셨다. 
그러자 끝없는 윤회에 대해 설명한 법문을 듣고 그녀는 살아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누구도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하시며 누구라도 열반을 성취하기 위해 자신을 맑히고 정진해야 한다고 하셨다. 
법문이 끝나자 빠따짜라는 예류과를 성취했다. 그리고 비구니가 되었다. 
어느날 빠따짜라는 물항아리에서 물을 떠 발을 씻었다. 처음 발에 부은 물은 조금 흘러가다 땅으로 스며들었다. 두 번째 물을 붓자 그 물은 조금 더 흘러갔다. 세 번째 물은 더 멀리 흘러갔다. 
그렇게 물이 흘러가고 사라지는 것을 보던 빠따짜라는 그것을 명상주제로 삼아 뭇생명들의 삶은 단명하고 장수하는 수명도 그처럼 3단계임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기원정사에서 신통력으로 빠따짜라를 보고 계시던 부처님께서는 광명을 놓으시고 그녀 앞에 나투시었다. 그리고 “빠따짜라여, 그대는 이제 바른 길로 들어섰다. 이제 오온에 대해 바른 견해를 갖고 있구나. 무상·고·무아를 모르는 이가 백년을 산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하시며 게송을 들려주셨다. 법문이 끝나고 빠따짜라는 아라한과를 성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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