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에세이 - 숨 막힘과 사라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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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에세이 - 숨 막힘과 사라짐 사이
  • 유현
  • 승인 2020.11.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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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숨을 쉬어야 산다. 생명은 들숨과 날숨 사이에 매달려 있어서 숨이 끊기면 몸도 마음도 모두 끝이나 이생의 삶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사람의 몸은 저 스스로의 자율조절기능을 하면서 호흡을 하기 때문에 평소에 산소의 존재를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주변 공기가 탁하거나 숨구멍이 막히거나 하여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어 몹시 답답함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입동立冬 추위는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 발發 스모그에 황사까지 겹치며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가 크게 치솟았다. 정초부터 수도권에는 올해 첫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 저감조치가, 내륙 일부에는 초미세먼지특보가 내려졌지만 정부 당국자의 땜질 처방에 시민들의 분통만 더 터지게 했을 뿐이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도심은 희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어 놀란 시민들은 숨 쉴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라고 아우성이다. 미세먼지가 생명을 위협하는 ‘침묵의 살인자’라는 경각심이 생기자 도시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어느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함부로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헌법상 보장된 여행과 이동의 자유, 종교의 자유, 다중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고 모든 인간을 향해 “동작 그만!”을 명령했다. 오로지 더 높은 곳, 더 많은 것을 향해 앞으로만 치닫던 인간들의 욕망은 바이러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멈춰 선 것이다. 숨 막히는 세상, 2020년의 자화상이다. 
숨은 몸을 유지하는 생명 기능이라서 그게 막히면 마음도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들숨과 날숨의 숨결은 ‘마음을 실어 나르는 수레’와 같아서 몸과 마음의 상호 작용을 확인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어떤 애착이나 갈망, 성냄이 일어나면 호흡은 무겁고 거칠고 빠르고, 다른 한편 의식의 흐름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깨닫고 있을 때는 숨은 솜털처럼 가볍고 고요하고 느리다. 
숨결을 능숙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마음은 자동적으로 길들여져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숨의 몸과 마음의 상호 작용의 결과이다.
좌선에 들어가 숨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지켜본다. 들숨과 날숨, 콧구멍, 거기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나가는 의도(念, sati), 이 세 가지이외에 다른 것이 없다. 번뇌가 침입할 틈이 없다는 말이다.
위빠사나 수행자가 마음을 호흡에 집중할 때 호흡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오직 호흡의 몸만 있고, 나도 없고, 나에 관한 것도 없고, 영혼도 없고, 영혼에 관한 아무 것도 없다. 
숨의 현상들에 대한 올바른 앎[正知]과 올바른 마음챙김[正念]이 확립되고 유지될 때, 낮은 단계의 지혜에서 더 높은 단계의 지혜로 나아가 사선정까지 입정하면 숨마저 사라져 순수의식만이 생동한다. 
부처님께서 탐욕, 애착과 같은 번뇌에 사로잡힌 상태를 일종의 심통으로 간주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띠[念, sati]의 확립이라는 명상 기법을 계발하였는데, 20세기에 이르러 이런 불교명상을 스트레스나 숨 막힘의 심리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곳은 서양, 특히 미국이다.
큰 바다에 맛이라곤 오직 한 가지 소금 맛이 있듯이, 이 호흡관법에는 오직 일미一味, 갈애와 사견과 자만에 의지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자유의 맛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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