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23) - 감숙성(甘肅省) 둔황(燉煌) 막고굴(莫高窟)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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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23) - 감숙성(甘肅省) 둔황(燉煌) 막고굴(莫高窟) (8)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2.0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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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제217굴 북벽 관무량수경변상도, 성당
(사진 1) 제217굴 북벽 관무량수경변상도, 성당

 

당나라가 되면 불교 미술의 보고인 둔황 막고굴에는 새로운 변화가 나타난다. 당나라 이전까지 소극적으로 그려지던 불경의 내용을 그린 경변상도가 많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특히 당나라 전성기인 성당 때와 만당 시기에 경변상이 많이 그려졌다. 아마도 많은 경전들이 지속적으로 한문으로 번역되었고 체계적인 불교 연구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경변상도에 그려진 불경으로는 무량수경, 아미타경, 관무량수경 등 정토삼부경과 법화경, 약사경, 유마경, 금강경, 미륵경, 부모은중경 등 인기 있는 대승 경전과 더 나은 세상을 바라고 병에서 완쾌되거나 부모에게 효를 강조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절실한 것과 관련된 내용들이 즐겨 그려졌다.   

(사진 2)  제45굴 관무량수경변상도, 성당
(사진 2) 제45굴 관무량수경변상도, 성당

 

먼저, 무량수경, 아미타경, 관무량수경은 말 그대로 아미타불이 계신 서방 정토, 극락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사람들이 내세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극락은 어떤 모습일까? 당나라 사람들은 경전에 표현된 내용을 바탕으로 극락의 모습을 석굴 벽에 그림으로 그렸다. 특히 <관무량수경>은 그 내용이 극적이어서 일찍부터 미술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었다. <관무량수경>의 내용을 그린 그림을 관경변상도(觀經變相圖)라고 하는데, 둔황에는 초당 때 431굴, 성당 때 45, 66, 91, 120, 122, 176, 217, 320굴 등 22곳, 중당 때 7, 20, 92, 134, 180, 232, 360, 449굴 등 42곳, 만당 때 8, 12, 132, 343굴 등 11곳, 오대와 송대 8곳 등 모두 84곳에 그려졌다. 색이 바랜 곳도 있지만 둔황 벽화에서 가장 화려한 그림 중 하나이다. 당연한 것이 비로 극락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기 때문이다. 기본 구도는 화면 중앙에 극락에서의 설법 장면을 표현하고, 그 좌우 또는 아래에 관무량수경의 서분과 정종분의 내용을 그려 넣은 것이다. 성당 때 그려진 둔황 제217굴 북벽에 그려진 관무량수경변상도(사진 1)가 그 한 예로 중앙의 화려한 설법도를 중심으로 좌우와 아래에 서분과 정종분의 내용을 간략하게 그려 넣었다. 서분은 왕사성에서 일어났던 빔비사라 왕과 아사세 태자의 비극적인 왕위찬탈사건을 그린 것이고, 정종분은 아사세 태자에 의해 옥에 갇힌 빔비사라 왕을 위해 몰래 음식을 넣은 것을 들킨 위데휘 왕비가 아사세 태자에 의해 궁궐 깊은 곳에 유폐된 후 부처님께 극락정토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지성으로 빌자, 부처님께서 극락세계로 갈 수 있는 16가지 관법을 알려주었다는 내용을 표현한 것이다. 

(사진 3) 제45굴 관무량수경변상도 우측 세부 장면
(사진 3) 제45굴 관무량수경변상도 우측 세부 장면

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고대 인도 왕국 중 마가다국은 갠지즈강 남쪽에 자리 잡았는데, 그 수도가 유명한 왕사성(王舍城, Rajagrha)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셨을 당시 마가다국은 빔비사라 왕에 의해 통치되었는데, 빔비사라 왕은 독실한 불교도였다. 위데휘 왕비와 사이가 좋았으나 아쉽게도 왕위를 이을 자식이 없었다. 자식을 얻을 방법을 구하다 3년 후에 산에서 수행하는 선인이 죽은 다음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을 받았는데,  왕은 자식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기다리지 못하고 자객을 보내 선인을 살해한다. 이후 왕비가 수태를 하고 아들 아사세 태자를 얻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3년 후에 아들을 얻는다고 예언한 에언가가 선인을 살해한 일 때문에 아들이 왕에게 복수할 것이라고 예언을 한다. 이에 불안한 왕은 아기를 높은 곳에서 떨어뜨렸으나 아기는 기적적으로 살아나 쉬쉬하면서 무럭무럭 성장해 태자가 된다. 성인이 된 후 태자는 부처님의 사촌동생인 제파달다로부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반란을 일으켜 왕위를 찬탈하고 부왕을 옥에 가둬 굶겨 죽이려고 한다. 옥에 갇힌 빔비사라왕은 석존이 계신 영축산을 향해 법문을 간절하게 청하였고, 석존은 목건련과 부루나존자를 보내 왕을 위해 설법을 하게 한다. 태자는 옥에 가둔 부왕에게 몰래 음식을 가져다 주어 목숨을 연명케 한 어머니 위데휘 왕비를 살해하려 칼을 빼었으나 신하들의 만류로 어머니도 궁 깊은 곳에 유폐시킨다. 유폐된 왕후 역시 빔비사라 왕처럼 영축산에 계신 석가모니께 고통과 미움이 없는 극락정토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지성으로 빌었다. 이에 석가모니는 성중들을 거느리고 와서 극락세계에 갈 수 있는 16가지 관법(觀法)을 알려주고, 왕비는 깨달음의 깊은 경지에 들게 된다. 
당나라 전성기인 성당 때 그려진 둔황 제45굴의 관무량수경변상도(사진 2)는 중앙에 설법도를 배치하고 좌우에 구획하여 서분과 정종분의 내용을 표현했다. 우측에 그린 서분(사진 3)의 내용은 하단에 유폐된 빔비사라 왕에게 설법하러 온 목건련과 부루나존자를, 그 위에 위데휘 왕비를 살해하기 위해 칼을 빼든 아사세 태자, 그 위에 왕비의 간절한 기도를 듣고 구름을 타고 날아온 부처님의 모습을 그려 경전에 나온 이야기를 간략하나마 분명하게 표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 4) 일본 서복사 관경변상도, 고려시대
(사진 4) 일본 서복사 관경변상도, 고려시대

 

우리나라 고려시대에도 아미타불과 극락과 관련된 정토 관련 불화가 많이 그려졌다. 현존하는 고려불화 중 상당수가 아미타설법도, 아미타팔대보살도, 아미타내영도, 관경변상도, 관경서분변상도 등 아미타불과 관련된 것이다. 이 중 관경변상도의 중심에는 둔황 벽화와 마찬가지로 극락의 모습이 화려하게 묘사되었다. 현재 전하는 불화를 통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작품 3점과 조선시대 전기에 그려진 2점 등 모두 5점의 관경16관변상도와 2점의 서분변상도가 전하는데, 둔황의 서분과 정종분을 중앙의 설법도 주변에 그린 관경변상도와 달리 독립해서 그렸다는 점이 주목된다. 

(사진 5) 일본 서복사 관경서분변상도
(사진 5) 일본 서복사 관경서분변상도

 

일본 사이후쿠지(西福寺)에는 관경16관변상도(사진 4)와 관경서분변상도(사진 5)가 전하고 있다. 관경16관변상도는 주황색과 깊이 있는 적색, 군청색의 조화로 화사하면서도 기품을 느끼게 해준다. 상품, 중품, 하품인을 위한 세 번의 설법 장면과 보배로운 나무와 음악이 흐르는 건물, 화려한 꽃이 피어난 금모래로 깔린 연못 등으로 극락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상단 중앙의 일상관과 주변의 12관에 3회의 설법을 포함해 16관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서분변상도는 맨 아래에 칼을 빼고 위협하는 아사세 태자와 만류하는 신하들의 모습을, 중앙에 유폐된 빔비사라 왕에게 설법하러 온 목건련 등을, 상단에는 위데휘 왕비가 정성으로 기도하고, 그 기도에 응해 구름을 타고 날아오는 부처님의 모습을 그렸다.
 오래된 극락세계를 그린 이 그림들은 간절히 부처님을 염원하면 그곳에 갈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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