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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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봄"
  • 오영호 시조시인
  • 승인 2021.02.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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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이성부 (1941 ~ 2012)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 시인은 광주광역시 출생이다. 고교 졸업 당시『전남일보』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될 정도로 뛰어났다. 그 후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일보 기자로 일했다. 후엔 산행을 좋아하여 백두대간의 남쪽 극점인 지리산을 오랫동안 오르내렸다. 산행체험을 바탕으로 한 시를 많이 쓰기도 했다. 
 윗 시는 유신독재가 진행되던 1974년에 발표되었다. 민주화의 열망으로 이루어낸 4.19를 쿠테타 세력들이 무너뜨리고 영구 집권을 꽤했던 때다. 자유와 민주를 갈망하던 지식인들 중엔 이렇게 시로 몸부림을 칠 수 밖에. 그래서 ‘봄’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여,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봄은 반드시 도래할 희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너’는 자유와 민주의 봄이고, 기어코 이기고 돌아올 ‘사람’인 것이다. 비평가들은 이성부의 시에 대해서 두 가지 교차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분노와 사랑이다. 분노는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이고, 그 뒷면에는 따스한 애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꽁꽁 언 얼음이었다. 이제 기지개를 펴려나. 그런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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