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나무수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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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나무수류탄"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5.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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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수류탄 - 홍 성 란 (1958 ~ )

의심해야 하리 살아남으려면
나무 그 속을 그러나 나무로 알아
그러니 남은 건 환멸 그것도 삶이라
야생의 내면은 묻지 않기로 하자
연습 없는 내 비린 피를 뉘우치며 뉘우치며
나비도 앉은 자리에 그늘이 머문다
오영호 시조시인
오영호 시조시인

홍성란 시조시인은 충남 부여 출생이다. 1980년 중앙일보 시조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등단했으며 문학박사다. 서울에서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을 맡아 시조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강원도 인제 만해마을에 그의 시조비 ’명자꽃‘이 있다. 
이 시 첫수에서는 어느 선승의 화두를 수류탄을 물 듯 의심하고 의심하라고, 그러나 남은 건 환멸뿐이다고, 그것 또한 우리의 삶이라고 말하고 있다. 둘째 수에서는 야성 즉 자연의 속내는 묻지 않기로 한다. 나무인지 수류탄인지 의심하는 순간 본성은 간곳없고 오로지 인간으로서 터져버린 비린 피를 뉘우치며 살아가는 그곳은 그늘이 머문다고 노래하고 있다. 환한 꽃도 그늘이 있어야 더 환한 것이기에 역으로 생각하게 한다. 시인의 예민한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즉 시적 감성이 선(禪)적 직관 내지 깨달음에 이를 수 있나 하는 깊이까지 환기를 시켜 주고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의심하는 폭발 직전의 나무수류탄을 그러쥐고 백척간두에 서 있는 구도승을 연상케 한다. 서귀포 남국선원 무문관에서 공부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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