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행자의 편지 - 시절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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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 시절 인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6.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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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 스님 무주선원 주지
본연 스님 무주선원 주지

아직까지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한 생각이 일어나고 그 한 생각을 이루는 것은 사실 노력보다 시절인연이라는 것입니다 그 “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전생의 업이며 흔히 말하는 운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별거 아닌 노력”도 반드시 해야 한 다는 것이며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모든 것이 일시에 돈오적(頓悟的)으로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그 옛날 조계사에 처음 가서 승복에 환희심을 내고 “언제인가는 출가할 것이다” 한 생각이 일어난 것은 전생의 업이며 그 한 생각을 이루는 데는 십년이라는 세월이 걸리었고 출가라는 인연이 도래했을 적에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이 맺혀있던 인연이 일시에 해결하고 홀가분 마음으로 출가하였으며 제주도에 처음 내려와 제주도 자연환경에 환희심이 일어나 이 좋은 곳에 여법한 수행도량 만들자는 “한 생각”을 이루는 것도 십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이루어지었습니다. 저 깊은 의식 속에서 올라오는 “한 생각”은 반드시 성취하며 다만 성취하는 데는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항파두리 토성 끝자락, 이 자리를 만나기 전까지 천일야화는 있었고 이 자리를 만나 적은 불사금 가지고 고비마다 풀어나가 이루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인연이다” “인연 터다” 하여도 무상(無常)이라는 큰 울타리는 벗어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의 무상을 통찰하여야 집착에서 놓을 수가 있고 결국 이 자리도 언제인가는 시절인연이 다 하여 흩어지겠지요.
수행성취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세월을 앉거나 염불하거나 해도 깊이 못 들어가는 것은 다겁생의 인연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한다면 영영 시절인연도 도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망상을 쥐고라도 염불을 하거나 앉거나 하여야 어느 날 그 어느 날!!! 시절인연이 도래하여 돈오적으로 일시에 번뇌 망상이 다 떨어져 나가 부처님 말씀대로 “절집 안에 성불 못할 사람은 없다”하신 말씀을 증명할 날이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망상이 다하는 그 시절인연이 언제 도래할지는 아무도 몰라 오랜 세월을 인욕(忍辱)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오래 버티는 자가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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