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상은 머리칼 처리가 독특하다.(도 2-1) 언뜻 보기에 머리칼과 머리칼 묶음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랫부분의 머리칼이 묶은 끈을 통하여 계속 나오며 끝부분이 제1영기싹 영기문이나 다른 형태의 영기문으로 매듭짓는, 즉 여래의 머리[보주]에서 솟아나는 영기문을 분명히 보여 주는 작품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 불상을 만든 조각가는 불상 표현의 형이상학적 원리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머리칼 밑부분 붉게 칠한 영기문은 시작을 보여 주는 짧은 제1영기싹 영기문들이 될 것이다.(도 2-2, 도 2-3) 그다음은 작품 1과 같다. 머리칼이 한 묶음씩 정리되어 있고 좌우 대칭이다. 끈 가운데는 육각형 보주가 있는데 끈은 세 줄로 되어 있지만 실은 보주들로 이루어진 끈으로 여기에서는 생략했을 뿐이다. 즉 끈이란 영기문을 거치면서 더욱 영화되는 것을 웅변한다. 보주의 실상을 조각가는 충분히 알고 있지 않으면 이런 표현은 불가능하다. 영기문 띠 혹은 보주 띠를 통과하여 머리칼 모양 영기문이 둥글게 매듭지어 있는데, 이런 조형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조형이다.
즉 묶음에서 맨 밑 부분에 가지런히 그런 조형을 두었으며 그 안쪽에서 영기문이 역동적으로 폭발하려 한다.(도 2-4) 긴 동심원 모양 영기문 사이사이에서 제1영기싹 영기문들이 생겨난다. 그 조형은 채색 분석을 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중요한 개념을 인식하는 것은 그저 생각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채색 분석법이란 필자가 개발한 방법으로만 작품을 파악하고 보았다고 말 할 수 있다. 그 전체를 채색 분석하고 보니 이른바 육계라는 것이 얼마나 큰 오류를 보여 주는 용어인지 알 수 있다. 그 안에 보주가 있기에 그 보주 안에 응축되어 있는 기운을 이렇게 밖으로 보이도록 표현하였다.
(도 2-5) 수염을 보자. 물론 모두가 수염이라 부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실제로 이런 수염이 어디 있는가.
(도 2-6) 끈 중심에 있는 육각 보주에서 발산하는 무량한 보주가 끈을 이룬다는 것은 수많은 예를 분석해 왔기에 그 끈에 수없는 작은 보주를 그려 넣어 보았다. 그다음 본질만 남기면 작품 2와 같다. 타원체 보주에서 다시 둥근 보주가 나오고 있는 광경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