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불자 사색노트 - 자연 속 암자,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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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불자 사색노트 - 자연 속 암자, 바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7.0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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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 제주대학교 대불련 회장객원기자
김민재 - 제주대학교 대불련 회장객원기자

필자는 제주도에서 해양과학대학계열의 학과에 재학 중인 관계로 자주 바다에서 관련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배에서 바라보는 제주도의 야경은 짭짤한 바다내음과 옅은 해무가 어우러져 마치 다른 별세계 같이 느껴지고 약한 등불만이 살짝 밝혀주는 밤바다는 간혹 해류에 느리게 흘러가는 해파리마저 없었다면 공허한 우주의 심연과 다름이 없어 보입니다. 
흔히 생명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바다는 때때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밑바닥까지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마력을 가지고 인간이란 작은 존재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를 줍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불법과 바다를 비교하시며 그 유명한 여덟 가지 미증유법(八未曾有法)을 설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명상이나 불법(佛法)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바다를 보면 사색에 잠기게 되니 바다란 마치 자연 속의 암자와 다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괴로움으로 가득한 사바세계. 바다 역시 이어도와 같은 섬뜩한 이야기를 같이 품고 있습니다. 변덕스러운 바다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기도, 빼앗기도 하고 그 심해의 중생들은 약육강식의 법칙 아래 먹고 먹히는 투쟁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실습 중 물고기를 잡는 일이 있었습니다. 불살생의 계를 받은 나름 불제자의 입장에서는 참 난감하기 그지없지만 제 손만 더럽히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인지라 조용히 나무삼보 한번 염해주고 일을 하는데 보이는 것은 깊은 심해에서 수면으로 올라와서 부레와 내장이 터져 나온 붉은메기, 알을 배고 있다가 잡혀 올라온 홍어, 다리가 거의 다 떨어진 금게, 그런 상황 속에서 달고기 한 마리를 삼키려는 아귀와 피와 점액이 마치 눈물처럼 흐르는 참돔…….
이것이 중생계의 모습인가 싶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일을 마치고 정비시간에 이부자리에 누워서도 드는 생각들은 사람 몸 받기가 눈먼 바다거북이 백 년에 한 번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 때 넓은 바다에 떠다니는 구멍 뚫린 나무판자를 만날 확률이라는데 나는 이 귀한 시간에 불도를 닦지 않고 무엇 하는가에 대한 고민, 저 물고기들이 오늘 아침까진 일상을 보내다가 예상치 못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는데 내 목숨 또한 저들과 다를 바 없이 위태롭다는 생각 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이 생선들이야말로 저란 중생을 제도하러 현현한 관세음보살과 다름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같이 평소에 건강한 20대가 언제 죽음에 대해 사유해보겠습니까? 부처님께서도 죽음이 한숨을 마시고 뱉는 찰나에 있다고 하셨으니 언제나 죽음에 대한 명상(maraṇānussati)을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 생선들이 제게 부처님 가르침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으니 어찌 제가 관세음보살로 모시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열심히 공덕을 쌓고 열심히 회향하리라 다짐해봅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부디 원공법계제중생 자타일시성불도 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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