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만드는 사람들 이야기② 불자들 손끝에서 한지등이 환하게 빛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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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만드는 사람들 이야기② 불자들 손끝에서 한지등이 환하게 빛나고 있네요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1.07.21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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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식혀줄 소나기라도 좀 뿌려줬으면 하는 더운 날에도 불자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달려가는 곳이 있다. 도남 보현사 내에 둥지를 튼 전통등 작업실이 바로 그곳이다. 지난 7월19일 이곳에서 시간도 잊은 채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불자들을 만났다. 
“천아트 공예를 하면서 그림을 그리다보니 한지에도 그림을 그려보라는 권유를 받고 오게 됐네요.”
한지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와서 한지등 만드는 일에 푹 빠진 양경숙 불자는 요즘 날마다 한지등 배접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불자들이 직접 철사를 자르고 재단한 뒤에 실로 묶고 접착제로 고정시켜 만든 소형등에 한지를 붙이는 일은 얼핏 보기엔 고되고 힘든 일 같은데도 생각보다 훨씬 즐거운 일이라고 이 공간에 모인 불자들도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처음 배접에 참여한 양경숙 불자는 그동안 다양한 공예를 배우면서 그림 그리는데도 취미가 있어 등축제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등 만드는 일이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즐거운 일입니다. 여기 함께하는 봉사자분들도 다 좋으시고 하니 배접하는 시간이 전혀 지루한 줄을 모릅니다.”
연신 미소짓는 이진옥 불자와 강금순 불자도 등만들기에 대해 장점을 이야기 했다.
강금순 불자는 “다른 봉사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며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이 우선 불심이 깊고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서 좋다”고 이곳에 오는 것이 요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고 한다,
어제도 오늘도 일을 마치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는 강명주 불자는 제주사투리로 입담을 과시하면서 함께하는 불자들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그러면서 손은 항상 등 만드는 일에 여념이 없어 “소형등틀이 손끝에서 하얗게 새옷을 입고 완성될 때가 무엇보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제 일주일이 된 신참 한복연 불자는 “그저 봉사활동 정도로 생각해서 왔는데 행복바이러스를 듬뿍 맞고 가는 것 같다”며 “손으로 만든 등이 하나하나 완성되어 걸릴 때마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여름밤이 꽤 깊어져가는 것도 잊은 채 불자들이 손끝이 쉴새 없이 움직이면서 한지로 잘 차려입은 소형등들이 빼곡하게 내걸리고 있다. “나도 좋고 남들도 좋게 하는 일”이 정말 좋은 일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는데 이번 등축제에서 등만드는 봉사가 바로 그런 봉사가 아닌가. 등 만드는 불자들의 행복바이러스가 세지면서 봉사자들 마음은 여름밤의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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