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불자 사색노트 - 금강경 사경 100일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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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불자 사색노트 - 금강경 사경 100일을 마치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7.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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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객원기자 .제주대학교 대불련회장
김민재 객원기자 .제주대학교 대불련회장

지난 15일 한라산 오등선원에서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이하 대불련)에서 진행하는 대학전법센터 건립 천일발원 이백일 모심법회가 여법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법회를 준비하면서 대불련 제주지부 지부장의 소임을 맡은 몸으로서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도 준비하고 서울에서 내려온 중앙회장님과의 만남도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00일 동안 직접 사경하여 불단에 올린 금강경 한권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배에서, 집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조금씩 써 내려간 금강경. 솔직하게 사경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무슨 고행인가 하는 다소 불경한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사경을 하는 공덕과 의미는 익히 듣고 배워 알고 있었습니다. 당장 적고 있는 금강경만 보아도 사구게만 배우고 전해도 그 공덕이 말할 수 없다고 나오고 법화경에서도 사경의 공덕은 그 끝을 알 수가 없다고 하는 구절은 우리나라의 불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았을 겁니다. 당연히 좋은 말씀, 그것도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쓰는 것이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그걸 알아도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저에게 책이라는 물건은 가만히 펴서 읽기도 힘든 물건인데 그걸로 모자라서 책을 베껴 적으라니요.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때조차 필기는 대충 휘갈기는 저에게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적는 사경이 고행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동문회 법회에서 100일 사경을 시작하면서 자신 넘치게 선배님들과 부처님 앞에서 한 말 한마디 때문에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 당연히 대학전법센터 건립 기원하는 의미 있는 100일 사경인데 지부장이 뺄 수 없지요” 참 구업이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제가 스스로 일을 키우게 된 형국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사경은 처음에는 하루에 한 페이지도 힘들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게으른 인간이라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사경의 공덕을 체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귀찮던 사경이 하다가 보니 습관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생기면 사경집을 펼치게 된 것입니다. 공강 시간에 동아리방에서, 하교하고 집에서 쉬는 동안, 승선 중 정비시간에 자연스럽게 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동아리방에서 만난 회원들이 증인입니다. 평소라면 스마트폰이나 볼 시간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보게 되고, 예전에 처음 금강경 역해를 읽으며 들었던 그 감동을 해당 구절을 적을 때마다 회상하니 사경 하는 즐거움과 이득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사경의 공덕이 뭐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습관, 그러니까 이 평소 수행하기 귀찮다는 업(kamma)을, 꾸준히 하는 습관으로 대신하게 되었으니 참 큰 변화를 준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백겁적집죄(百劫積集罪) 일념돈탕진(一念頓蕩盡), 백겁의 죄업이 한 생각에 녹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 사경을 하는 동안 불법승 삼보에 대한 마음을 내었으니 얼마나 큰 이익이 되겠습니까? 참 기쁜 일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조그마한 공덕이라도 지었다면 이 공덕을 모두에게 회향하겠습니다. 금강경 사경을 마치며 맨 마지막 장에 발원을 적으라고 하여 적은 내용입니다. 공덕은 등불과 같아서 나누어 회향하면 더 커진다지요?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도 제가 지은 작은 공덕 회향하니 부디 작게나마 기쁨을 내주시어 이 좋은 일을 나눌 수 있길 기원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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