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익숙한 바람맞이” “분홍 나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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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익숙한 바람맞이” “분홍 나팔소리”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1.08.03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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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름에 읽으면 좋을 책

한순자의“익숙한 바람맞이” 

총 7권 중 다섯권까지 펴내
50년대부터 최근의 삶까지 
기억 저편에 아련한 그리움

 

1997년 여름 서귀포시내가 떠들썩했다. 이제사 문화관광측면에서 당연히 있는 것이 맞는 것 같아도 그때 서귀포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 안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중섭거리를 조성하는데 찬반이 갈리면서 갈등이 심해지자 결국 그 동네 주민 한순자 씨가 신문에 기고를 냈다. “이중섭 거리 조성을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져 쓴 글이다. 그 글로 한순자 씨는 여기저기서 글 잘 쓰는 사람으로 인사를 듣게 됐고, 그때부터 글쓰는데 흥미를 더 가지게 되었다. 
2019년부터는 “익숙한 바람맞이”라는 에세이집을 잇따라 냄으로써 그의 이름은 더욱 알려지게 됐다. 
“모두 빨주노초파남보 이렇게 무지개빛깔을 가진 일곱 권의 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다섯 권까지 내고 여섯 권째 책은 얼마 전 출판사에 원고를 넘겼습니다.”
한순자씨의 “익숙한 바람맞이”에는 어린 시절 성산 일출봉을 마주하던 50년대 고향이야기부터 60년대 이후부터 줄곧 서귀포 바닷가를 마당삼아 살던 이야기까지 그의 모든 삶의 이야기가 조근조근 담겨져 있다. 
세탁소를 시작으로 세탁공장에 이르기까지 근 50년을 일하면서 살아온 억척엄니 한순자씨지만 가슴 한켠에 늘 고향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쌓여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만든 마당에 함께 어우러져 살던 옛시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현재의 삶에도 늘 묻어나온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어느새 그의 노트를 빼곡히 채우는 이야기가 되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안 주인이던 마당 안에서는 온갖 일들이 벌어졌다. 그 일들이란 게 다 ‘거룩한 한끼’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 한끼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한순자씨는 어른이 되면서 새삼 알게 되었다. 유월 스무날 식구들이 함께 닭잡아 먹던 이야기, 동짓날 팥죽 써 먹던 이야기, 보리타작 하던 이야기, 집안의 기대주이던 삼촌이 고등학교에 처음 진학해 웅변 연습하고 나선 이야기, 삼촌 닭키우던 이야기, 어머니 새참 나르면서 낭그늘에서 애기구덕 흔들던 이야기, 아버지가 할머니를 위해 꿀벌 치던 이야기 등등 제주 사람들이 살아가던 모습이 그림을 그리듯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고향을 등지고 다시 서귀포를 고향삼아 살던 이야기로 이어진다. 고망좀녀였던 엄니 이야기, 늘 모시옷을 잘 차려입고 나선 아버지 이야기도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거기 어린 순자가 바라보던 세상은 어른이 된 후에도 늘 그와 함께 그의 시간에 녹아 그의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할머니가 되었지만 그 시절의 그 정성이 그렇게 그리운거야.”라고 말하는 한순자씨가  글을 쓰게된 이유도 그 사무친 그리움에 때문일 것이다. 
매일 아침 5시쯤 일어나 이런저런 것을 생각하다보면 글 쓸 것이 생각나고 그것을 노트에 옮기고 다시 읽어보고 또 옮기고 하다 보니 커다란 이야기보따리가 되었다. 
“엊그제 여섯 권째 원고를 넘겼습니다. 정말 글을 쓰다보니 내 안의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던 응어리들이 녹아나는 느낌이 들면서 참 답답하던 마음이 시원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가 목표한 일곱 권을 다 쓰고 나면 그제사 정말 고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한순자씨. 
오늘도 서귀포토평공단에서 세탁공장을 경영하면서 무더위에도 비지땀을 한가득 흘리지만 넘치는 정이 원체 습관이 돼서인지 늘 시원스런 미소가 가득 넘친다.

 

- 함께 소통하는 책

“분홍 나팔소리” /제주아동문학협회 엮음

 

코로나19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도 없고 참 난감하기만 한 여름이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름나기를 슬기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 않을까. 경제적이면서도 효과 만점인 것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 작가로서 현역에서 열심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시인과 동화작가들이 함께 모여 엮어낸 책 “분홍 나팔소리”로 올 여름은 아이들과 소통하면 좋을 듯하다. /편집자 주

“광복절 아침나절 / 무궁화가 예뻐요. // 예쁜 꽃 싫어하는 / 친구들이 없듯이 // 우리도 무궁화 보며 / 아름답게 살아요.……”
김영기 시인의 ‘무궁화 꽃 선물’은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 꽃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들도록 한다. 
“봄이면 / 하얀 감꽃 주어 / 목걸이 만들고 // 여름이면 / 풋감 따다 / 갈옷 만드시고 // 가을이면 / 해님 닮아 빨갛게 익어 / 소풍 선물로 받아요.”
김익수 시인(본지 대기자)의 ‘외할머니 댁 감나무’는 한그루의 감나무가 얼마만큼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비로소 공감하게 된다. 
이밖에도 김옥자 시인, 김정련 시인, 김정희 시인, 박희순 시인, 양순진 시인, 이명혜 시인, 이소영 시인, 장승련 시인의 곱고 아름다운 동시들이 돋보인다. 
동화에서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강순복 작가가 쓴 ‘빵 씹는 소리’는 무병장수하는 과자를 만들고자 하는 할아버지와 그를 도와 멋진 제빵사가 되려는 초등학생 율의 꿈이 이루어진다. 고명순 작가의 ‘사과꽃 초대장’은 할아버지가 직접 초대장을 쓰고 장례식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고운진 작가의 ‘달걀꽃이 피었습니다.’는 개망초라 놀림받던 아기망초가 아름다운 봄꽃으로 피어나고자 바다로 가지만 바다에선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다시 해초아줌마 도움을 받아 무사히 해안가로 올라와 예쁜 달걀꽃으로 피어난다.
김란 작가의 ‘흐엉와르다꽃’은 난민인 사비아와 카림 그리고 엄마가 베트남 사람인 진주가 서로 친구가 되어 흐엉과 아르다라는 ‘꽃’ 의미를 친구의 이름 뒤에 붙여 부른다.
김정배 작가의 ‘내친구’에서 노을이는 온 몸이 까만 염소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사는데 친구는 오로지 찬양이뿐이다. 하지만 찬양이 엄마는 찬양이를 몸이 까만 노을이랑 놀지 말라고 하는데, 앓고 있는 노을이를 위해 복수초를 입에 물고 오는 찬양이. 봄이 되면 놀아도 된다는 엄마의 허락이 있었다고 둘 다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김정숙 작가의 ‘한라산 골짜기 아기노리’에선 엄마 노리를 만나기 위해 한라산을 오르는 아기 노리가 할머니네 집에 머물면서 산신령이야기도 듣고 백록에 대해서도 듣는데,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김정애 작가의 ‘꽃점’에서 명수는 군자란에 꽃이 피어 좋은 일이 있을 거란 할머니 말과는 달리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쿠조랑 짝이 된다. 명수는 쿠조를 놀리고 괴롭혔는데 쿠조 아버지가 태권도 사범인 걸 알고 걱정을 하게 된다. 결국 명수는 쿠조를 괴롭힌 일을 사과하고 쿠조와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다. 
박재형 작가의 ‘까망이’에선 고양이가 키우고 싶은 나래가 향나무 아래서 까망이를 만나고 육포를 사느라 용돈을 다 써버려 엄마 생일 선물도 사지 못한다. 그렇지만 엄마는 나래를 위해 까망이에게 줄 육포를 사다준다. 윤영미 작가의 ‘무지개 벚꽃마을’에서는 말들을 지키는 개 순풍이와 집없이 떠도는 고양이 하온이가 다정한 식구가 된다. 이동수 작가의 ‘연필나무’에서는 오빠가 연필나무 씨앗이라고 준 나뭇조각을 심고 가꾸는 나림이 이야기가 나온다. 
이원경 작가의 ‘진실의 씨앗’에서는 미얀마 사태를 보며 5·18광주를 알게 된 미소. 아빠가 겪은 마음의 상처까지 듣게 되고 할아버지랑 다시 한번 이야기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장수명 작가의 ‘국수할매’는 배고파 우는 민이와 준이에게 국수를 삶아준 국수할매 이야기다. 할매는 돌아가시면서 맛있는 식사 한끼 하라고 민이와 준이에게 돈까지 넣은 편지를 보낸다. 
한천민 작가의 ‘꽃털 강아지’에서는 예쁜 꽃털을 가지고 있던 도로시가 천사를 만나 꽃털을 다 버릴 때 진짜 마음까지 예쁜 강아지가 되는 얘길 듣는다. 
이처럼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것이 올 여름 어린이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추천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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