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에세이 - 산지천 등 축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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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에세이 - 산지천 등 축제 소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8.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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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제주불교신문이 주최하는 제4회 제주등축제가 ‘빛으로 전하는 행복’을 주제로 다가오는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 동안 산지천과 탐라문화광장 주변에서 열린다. 
유네스코가 2020년 12월 연등회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후 첫 번째로 열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쉬고 재작년에는 9월 태풍으로 11월로 연기돼 시절인연이 야속하기만 했다.
연등燃燈은 “등에 불을 밝힌다.”는 뜻이다. 밝힘은 캄캄한 어둠을 환히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혜의 빛으로 탐·진·치의 세 가지 해로운 마음을 태워버리고 세상이 조금 더 밝고 행복하길 바라는 서원을 담고 있다.
도내 유일의 전법지로서 스스로 진리의 등불이 되어 법등을 밝힘으로써 반야바라밀 국토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제주불교신문의 이념적 배경이었다면, 전법을 위한 구체적 실천의 본보기가 ‘제주 등 축제’ 운동이 아닌가 싶다.
초파일을 즈음하여 우리 불자들은 온 누리에 형형색색의 등을 켜고 어둠을 밝혀 왔다.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빛의 연대기가 천년을 훌쩍 넘는다.  
기억을 소환해보면 제주 섬이라 해서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함에도 깨끗한 용천수가 솟아나 숭어와 장어 등이 유유히 유영하는 산지천의 유등 축제는 제주시내의 특유한 볼거리임이 분명하다. 
가족의 안녕, 사업 번창, 무병장수 등 개개인의 소원을 연등을 통해 불·보살에게 전달하려거나, 국태민안과 세계평화라는 커다란 서원을 적은 돌하르방 등 내지 용등 등을 제작하고 만민의 행복을 바라는 뜻에서 등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법등은 『대열반경』(D16)에서 나오는 부처님의 유훈인 ‘자등명自燈明 · 법등명法燈明’에서 따온 말이다. 스스로 진리의 등불이 되고 세상을 진리의 등불로 밝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스스로는 밝으나 타인까지 밝히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다운 등불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스스로 태워서 불을 밝히고 그 빛을 부처님께 공양하는 연등의 기원 내지 정신은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고사성어로 축약할 수 있을 터.
가을의 과일과 곡식이 잘 여무는 것이나 꽃과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색깔을 내는 것은 모두 빛의 고통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제주불자들이 빛과 행복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빛의 총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요한 가운데 마음의 거울을 닦는 것은 빛의 총량을 늘리는 일이다. 나아가 소외계층을 곁에서 돌보는 것, 산과 들과 바다를 푸르게 하는 것 등등은 더 많은 부처님을 모시는 일이다.
이처럼 남을 밝히고 이웃을 밝히고 세상을 두루 밝힐 수 있는 빛의 총량이 늘어나야만 산지천 등 축제의 생명은 영원할 것이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설파하였듯이 올해의 등 축제는 마음의 어둠을 밝히는 무진등無盡燈으로, 코로나19의 종식과 나눔과 배려의 등으로 빛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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