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대한불교 조계종 약천사 주지 덕조 스님 “감인대(堪忍待), 견디고 참고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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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대한불교 조계종 약천사 주지 덕조 스님 “감인대(堪忍待), 견디고 참고 기다리자”
  • 김익수 대기자
  • 승인 2021.09.28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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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은
고난과 분노를
견디고 참으며
때가 되기를
기다릴 줄 알아야
성취 되는 것
경내를 산책하고 있는 약천사 주지 덕조 스님
경내를 산책하고 있는 약천사 주지 덕조 스님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주변에는 지역 주민들이 ‘돽새미’라고 붙여진 좋은 수질이 흐르는 약수터가 있었다. 지금의 ‘약천사’이다.
북쪽으로 한라산 영봉이 보이고, 남쪽으로 태평양을 가슴에 안은 바다가 펼쳐지는 약천사는 대적광전에 비로자나부처님이 본존불로 모셔져 있다. 종무소 뒤편으로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다실(茶室) 문이 열리면서 스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오늘은 대한불교 조계종 극락도량 약천사 주지 덕조 스님을 만났다. 
▶스님 지난 찬투 태풍으로 대구에 가셨다가 돌아오시는 길에 불편을 겪으셨겠습니다.
▷예. 태풍(찬투)으로 모든 항공편이 결항되는 바람에 체류가 하루 길어졌었지요.
▶먼저 축하드립니다. 지난달 10일 조계종 임시 종회에서 스님께서는 초심호계원장에 만장일치로 선출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 예. 훌륭하신 분들이 많으신데, 제가 그 소임을 맡게 돼 너무 짐이 무겁게 느껴질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공명정대하게 그 임무를 수행해나가는데,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호계’하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스님께서 쉽게 풀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습니다. 한자를 많이 사용하기에 좀 어렵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일반사회에서는 재판에 대해 사법기관이 삼심제를 두고 있지만,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조계종단의 사법기관은 초심호계원과 재심호계원으로 이루어지는 이심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호계원장은 호계원으로서 재심호계원장을 겸임하게 됩니다. 임기는 4년입니다. 또한 중앙종회에서 선출하게 돼있습니다. ‘호계’는 율장 정신에 입각해 승려들의 정신과 행동, 성품에 대해 옳고 그름, 승려들의 양심에 공명정대하게 한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나누는 것이라고 보시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이라 사심이 들어서서는 안 되며, 호계위원은 율장 정신을 따라야 하며, 승려의 양심으로 공명정대하게 판결을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상벌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연의 자세로 돌아올 수 있게끔 하는 기능도 가져야 하는 것이죠.
▶예.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지난번 임시 종회에서는 선거법과 산중총회법, 지방종정법, 법계법 등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정 내용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예. 이번에 개정된 선거법은 총무원장 피선거권 자격 가운데, 중앙종무기관 부실장급 이상 종무원 재직 경력과 각급 종정기관 위원장 경력을 3년 이상으로 규정하고, 변상금을 완납하지 않을 경우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등 용어 정의를 명확히 하고 자격과 심사기준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산중총회법도 선거법과 연계해 징계가 종료되지 않았거나 변상금을 완납하지 않은 경우 구성원 자격을 제한하도록 개정했습니다.
지방종정법은 재인 중인 본사 주지만 단독후보로 등록할 경우에 한해 행정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직무를 유지하도록 개정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법계법은 대종사법계 특별전형 지원요건 가운데, 연령 70세 이상을 삭제하고 전형 절차를 간소화 하는 등 동시에 법계 품수 소요경비를 본인 부담으로 개정했으며, 개정된 자격요건은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예.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계시는 사자성어나 게송은 어떤 것을 두고 계시는지요?
▷예. 승려생활을 해오면서 늘 마음속에 두고 있는 것은 ‘감인대(堪忍待)’라고 말씀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결과를 맞추어서 행하지 않는다.’ 이러한 길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해인사에서 학인시절 발원문이 가슴을 엽니다. ‘모진 질병이 들 적에는 약풀이 되어 치료하고, 흉년이 될 때에는 쌀이 되어 구제하고, 여러 중생들이 이익한 일이 되어야 한다.’ 몸으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수행자이고 진정한 종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바세계는 견디고 참고 기다리며 살아야 하는 세상입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견뎌내야 하고, 화나는 일이 있으면 참아야 하고, 절망 앞에서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며 살라는 뜻’입니다.

극락도량 약천사
극락도량 약천사

 

▶덕조 스님께서 가장 존경하시는 분이라면?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제 은사님입니다. 혜인 큰스님이십니다. 개인의 원력이 아니라 중생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불교의 위대함을 실천하신 분이십니다. 그분의 묵언기도와 원력은 은사님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인의 종자를 심으신 분으로 머물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도 사지 않고 후학들에게 큰 뜻을 품고 실천하신 고귀한 정신을 가지셨던 분이시었습니다. 약천사가 오늘날 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된 것은 혜인 스님이 지난 1981년 이곳에 들러 큰 절을 짓겠다는 원력을 세우고부터였습니다. 1988년에 착공해서 1991년에 낙성됐으며, 동양 최대의 법당, 훌륭한 극락도량으로 장엄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끝으로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든 현실입니다. 위로와 위안이 될 수 있는 지혜로운 한 말씀 주셨으면 합니다.
▷예. 참으로 힘들고, 고통스럽고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희망 같아서는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사찰에서도 전통예절을 고수하면서 생활해왔었습니다만, 코로나19 이후는 법회도 비대면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열흘 전 저희 사찰에 30대 한 청년 찾아와서는 10일간만 머물게 해달라고 간청하기에 그 청을 받아들였습니다만,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겠습니까. 그래서 떠나가기에 앞서 “세상은 볼 것이 너무나 많다.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입도 가지고 있고, 눈도 가지고 있어서 현상만을 보게 된다. 그러니 잠시 멈추고 아침, 저녁으로 일상을 관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을 건네주면서 ‘감인대(堪忍待)’를 잊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한 시련을 잘 극복하고 나면 아름답고 고마운 것들이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 잘 견디고 참고 기다리는 지혜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오늘 이처럼 소중한 시간을 내주신 가운데, 일기일경(一機一境)에 너무 일비일희(一悲一喜) 하며 살아가고 있구나를 되새겨보며 오늘 얘기를 여기서 접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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