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20) - 위빠사나를 성취하기 위한 두 가지의 길⑵
상태바
위빠사나 길라잡이 (20) - 위빠사나를 성취하기 위한 두 가지의 길⑵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12.14 1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현
유현

부처님 재세 시에 사마타 수행을 거치지 않아도 위빠사나 수행을 했던 비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마른 위빠사나를 닦은 자(suddha-vipassanka)라고 일컫는데, 禪 혹은 삼매의 습기가 없이 순수 위빠사나를 닦은 자들입니다.
 「끼따기리 경」(M70)의 주석서에 따르면, 통찰지를 닦아 해탈[慧解脫]한 다섯 부류의 아라한 중에는 네 가지 색계 禪에서 출정하여 아라한과를 얻은 네 부류의 수행자 이외에 순수 위빠사나를 닦아서 반야를 완성한 아라한까지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수 위빠사나 수행의 경우에도 삼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깊은 위빠사나를 행할 때 매 찰나마다 근접삼매에 해당하는 삼매가 성취되는데 이것을 아비담마에서는 찰나삼매(khanika-samādhi)라 하여 중요시합니다.
위빠사나는 바로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물심[名色] 현상에 대해 무상·고·무아의 세 특상을 꿰뚫는 것[洞察]을 뜻합니다. 이것은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향하는 통찰지(paňňā, 慧)의 마음부수의 기능이기도 합니다. 
세존께서는  「대념처경」(D22)에서 사념처 수행을 해탈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경에서 수행의 핵심은 몸身·느낌受·마음心·법法의 네 가지로 분류되어 모두 21가지 혹은 44가지로 정리되는 마음챙김(sati)의 대상을 꿰뚫어 안다는 표현이 가장 중요한 어법으로 등장합니다. 이 경에는 약간의 사마타 수행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무상·고·무아를 통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이 주류입니다. 
상좌부 불교에서는 위빠사나를 성취하기 위한 두 가지 다른 길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가 사마타의 길입니다. 수행자는 어느 수준까지의 근접삼매와 본삼매에 이르는 사마타 수행을 먼저 닦습니다. 이때 수행자가 근접삼매 또는 본삼매를 증득하게 되는데, 이를 마음의 청정[心淸淨]이라 합니다.    
근접삼매나 색계의 禪 혹은 무색계의 禪을 증득한 뒤여 여기에서 출정하여 禪에서 일어나는 정신과 물질적인 현상을 정신·물질[名色]으로 정의하고 그들의 조건들을 참구하고, 연이어 이 禪의 구성요소들을 ‘무상·고·무아’라고 관찰합니다. 
또 다른 접근 방법은 순수 위빠사나의 길입니다. 여기서는 위빠사나 수행의 토대로써 사마타를 채택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수행자는 계를 청정히 하고 자기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정신과 물질의 변화에 대한 관찰로 바로 들어갑니다. 이런 관찰이 힘과 정확함을 얻게 되면 마음은 어떤 법칙을 따라서 항상 변하는 정신과 물질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집중되는데, 이것은 근접삼매에 필적한다고 해서 찰나삼매라 부르고 있습니다. 
순수 위빠사나 행자가 도와 과를 증득하기 위해서는 궁극적 물질과 정신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먼저 물질(깔라파) 명상의 기초가 되는 사대요소 명상을 계발하여야 합니다. 
「염처경」(M10)에 실려 있는 물질 명상의 주제는 크게 여섯 가지로 분류됩니다. 그 여섯이라 함은 ①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出入息念], ② 네 가지 자세[四威儀], ③ 네 가지 분명하게 알아차림[正知], ④ 32가지 몸의 부위에 대한 관찰(혐오를 마음에 잡도리함), ⑤ 네 가지 근본물질[四大]의 관찰, ⑥ 아홉 가지 공동묘지의 관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를 더 세분하면 14가지가 됩니다. 
 『담마상가니(法集論)』에서 입각하여 미얀마의 파욱 명상센터에서는 4대요소를 12가지 특징으로 관찰할 것을 가르칩니다. 땅의 요소 여섯 가지(단단함, 거침, 무거움, 부드러움, 매끄러움, 가벼움), 물의 요소 두 가지(유동성, 응집성), 불의 요소 두 가지(따뜻함, 차가움), 바람의 요소 두 가지(지탱, 움직임)를 처음에는 몸의 한 장소에서, 다음에는 온몸에서 관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존께서 물질의 명상 주제를 설하신 뒤 정신의 명상 주제를 설하시면서 느낌을 최우선으로 삼은 이유가 앞서 본 물질의 12가지 특징 모두가 느낌과 관련되어 있어서입니다.   
4대 요소 명상은 『청정도론』에서 정리한 40가지 사마타 명상 중 하나인데, 그것은 사마타와 위빠사나에 모두 적합합니다. 40가지 명상주제 가운데 부처님을 계속해서 생각함 등 8가지 계속해서 생각함과 음식에 대해 혐오하는 인식과 사대요소 명상 등을 포함한 10가지 명상주제는 근접삼매의 수행을 성취할 뿐 본삼매의 수행은 성취하지 못합니다. 
필자가 관심을 갖고 실천한 수행은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과 사무량심 명상입니다. 이 두 가지의 명상주제는 본삼매(색계 초선∼4선)까지 이끌어 줍니다. 
삼매를 계발한 후 통찰명상을 수행하는 자는 반드시 본삼매로 이끄는 30가지 명상 주제 가운데 자기의 기질에 맞는 어떤 명상 주제를 골라서 삼매를 닦기에 적당한 처소에 머물려야 하는데, 재가에 있으면서 사마타 수행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부처님의 시자 소임을 본 비구는 모두 여덟 분인데, 아난다 존자 바로 직전에 시자 소임을 본 비구가 메기야 존자입니다. 세존께서 메기야 존자를 예류과를 얻게 하려고 설한 경이 「메기야 경」(A9:3)인데, 이 경에는 네 가지의 명상주제가 있습니다.
탐욕을 제거하기 위해 몸에 대한 부정관 명상을 해야 하고, 성냄을 제거하기 위해 자애관 명상을 해야 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간택하는 등의 사량분별을 자르기 위하여 들숨날숨에 대한 알아차림[호흡명상]을 해야 하고, 자아의식을 뿌리 뽑기 위해 무상관 명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자도 비록 재가자이지만 세존의 가르침에 따라 매일 새벽에 약 40분 정도 아침명상을 합니다. 첫째로 산만한 생각을 자르기 위해서 아나빠나 사띠[호흡명상]을 합니다. 둘째로 탐욕의 빛바램 또는 소멸을 위해서 몸에 대한 부정관 명상을 합니다. 셋째로 몸의 32부위를 차례차례 새기고 그 부위별 변화를 살핌으로써 무상관 명상을 합니다. 끝으로 뭇 생명들에 대한 증오나 성냄을 제거하기 위해서 자애(metta)관 명상을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