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제용스님과 함께 하는 소박한 밥상, 사찰음식 체험
상태바
기고 - 제용스님과 함께 하는 소박한 밥상, 사찰음식 체험
  • 김현남 제주사찰문화해설사 3기
  • 승인 2021.12.21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룡사는 김녕에 있다. 제주의 빌레를 그대로 살려 조성된 절의 모습, 자연스러움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 <제용스님과 함께 하는 소박한 밥상, 사찰음식 체험>이 있었다.

​제용스님은 원래 사찰식은 간소하다고 말씀하셨다. 제철음식이 중요하다고 하셨고 요즘 제철음식인 배추, 무, 버섯, 그리고 단호박을 이용해서 요리를 하자고 하셨다. 오늘 한 요리는 미역두부전, 단호박 들깨샐러드, 꽈리고추 무조림, 그리고 김치콩나물밥이었다. 단호박 샐러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늙은 호박으로 해도 되느냐는 참가자의 질문에, 늙은 호박으로 해도 되지만 색깔도 이쁘고 껍질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단호박으로 하는 게 더 맛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단호박은 맛이 달아서 단호박이 아니라 껍질이 단단해서 단호박이라는 깨알정보도 주시는 등 재료의 특성에 호박의 이야기가 스토리텔링되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취직, 연애, 취업시험 등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힘겨운 타향살이, 편의점 알바를 하며 유통기한이 다 된 음식을 먹으며 지내던 혜원은 고향에 돌아온다. 시골의 고향으로 돌아온 날 눈밭의 언배추로 된장국을 끓여먹으며 영화는 시작된다. 음식을 해먹으며 기운을 차리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힐링 스토리의 영화다.
나는 조금 지쳐있었다. 구경하다 밥이나 먹겠다며 나선 외출이었다. 그냥 소극적으로 앉아 있었는데 또각또각 도마 위에서 야채를 썰고 잘게 썬 미역을 넣어 두부를 빚고 보글보글 뜨거운 김과 함께 무가 익어가는 그 안에서 어느새 웃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맛있는 것은 힘이 세다. 
아마 좋은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식사 후 쌓인 설겆이를 미루지않고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모습들. 절이라는 공간이어서 였을까. 내 손으로 하겠다는 자발적인 마음에서 오늘 모인 사람들과의 연대가 느껴졌다. 음식으로는 배를 불리고 서로를 위하는 배려의 모습에서 마음을 채웠다.
 음식을 대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공양예절은 일부러 깊게 설명하시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종교적인 색채를 띄면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질까 일반인(비종교인)을 배려하며 진행 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절이라는 건물이 갖는 종교성 때문에 배움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없이 권할 수 있는 과정이 될 것 같다. 음식으로 나를 위로하기 위해, 내 몸을 대접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찰음식을 배우면 좋겠다. 요리를 할 줄 모른다면, 축복이다. 처음 경험하는 데서 새로운 감정이 싹틀 것이다. 오늘 내가 했던 체험반에 더해서 처음 요리반, 청소년반, 요리는 처음이거든요 남자반 등으로 나누어 요리자의 특성에 맞게 난이도를 조절한 새로운 코스도 기획해 주었으면 좋겠다. 제용스님과 금룡사에서 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든든하다. 

여럿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는 식탁이 방역을 위협하는 위험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모여서 함께 식사를 못한 지 꽤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친구들과 줌으로 만나고 있다. 요리를 한가지씩 만들어 카메라 앞에 놓고 레시피를 공유하며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 바로 그때 오늘 배운 요리 중 단호박들깨샐러드를 할테다. 소스팬에 조청을 녹이고 들깨와 슬라이스한 견과류를 넣는다. 불을 끈 후 식초를 넣으면 드레싱 완성. 찐 단호박에 야채를 곁들이고 두부를 먹기좋게 썰어 올린 후 드레싱소스를 얹는 것 만으로도 줌 미팅에 적합한 예쁘고 맛있는 요리가 될 것이다. 어쩌면 내게는 이곳에서 함께 만들어 나누어 먹은 이 음식들이 먼훗날 오늘을 생각할 때 나를 추억해 줄 음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엄마가 혜원에게 해 준 크림브륄레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