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필 - 우리 동네 노자와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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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수필 - 우리 동네 노자와 마음산책
  • 글·김희정
  • 승인 2022.01.25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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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두 번째 토요일, 우리 동네 노자와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우리 동네 노자는 제가 지은 그분의 별칭입니다.  
걷다가 커다란 나무가 덩굴식물로 칭칭 감겨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겨울인데도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 본래의 커다란 나무는 바짝 말라있고 덩굴나무는 푸릇푸릇한 생기를 뿜어 올리고 있더군요.
제가 말했습니다.
“저거 보세요. 저 큰 나무는 아예 다른 나무가 되어버렸어요.”
우리 동네 노자가 말했습니다.
“그렇네요. 그래서 요즘은 저런 덩굴을 잘라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요. 그런데 그게 꼭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이 숲이 존재하는 방식은 이 숲이 알아서 하게 놔두어야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것이 노자의 방식이거든요.”
저는 살짝 웃었고 몇 번 고개를 끄덕여 답했습니다. 
“그렇군요.”
걷다가 수풀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군데군데 하얀 목화솜을 뜯어 붙여 놓은 것 같은 검은 고양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야옹, 고양이다!”
우리 동네 노자가 말했습니다.
“아니 이런 숲에서 무얼 먹고 살까?”
제가 얼른 애기했지요.
“글쎄요. 이 숲의 방식에 맞추어 그리고 고양이 방식대로 살아가겠죠.” 
우리 동네 노자가 이야기 하나를 꺼냈습니다.
 “언제가 불영사에 외국인 스님이 머물다 갔을 때 이야기인데요. 그 절 연못에 고양이가 나타나서 물고기를 한 마리씩 잡아먹는 걸 보고 그 절 스님들이 난리 난리를 치더랍니다. 난리난리 치는 걸 보고 있던 그 외국인 스님이 정말 이상하다며 말했다지요. 그게 고양이가 살아가는 방식인데 왜들 그러는지 그게 더 이상하다고요.”
저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맞아요. 모두는 모두의 방식대로 살도록 그냥 인정해주면 되죠. 그러면 문제없지요.”
이렇게 산책이 끝나갑니다. 그럼 우리 동네 노자의 이야기를 끝으로 오늘 마음산책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공자는 가죽 끈이 닳아서 끈을 세 번이나 바꿔 묶을 정도로 주역을 정독했다고 합니다. 그런 공자가 칠십이 넘어서 노자가 말한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게 되죠. 종심從心!
저도 요즘 인내심을 가지고 주역의 64괘를 다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주역의 말을 알아들었습니다. 사람은 그저 본분을 잘 지키면서 순리대로 살면 모든 것이 길하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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