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 대선 후보들에게 드리는‘두 가지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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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 대선 후보들에게 드리는‘두 가지 화두’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1.2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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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석 - 편집인
김승석 - 편집인

동안거 결제를 맞아 전국 선원의 수좌스님들이 화두를 들고 생사일대사를 타파하느라 침식을 잊은 채 오로지 화살 하나로 돌 호랑이를 쏘아서 붉은 피를 보겠다는 열의로 용맹정진 중이다. 
지난 21일 오후2시 한국불교총본산 조계사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거듭된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을 근절하고 한국불교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렸다. 
안거 중임에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크게 확산되는 엄동설한임에도 5,0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운집한 가운데 야단법석을 편 이유는 뭘까?
역대 대통령들의 처신에서 보듯이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헌법 20조)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데다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헌법 9조)를 소홀이 한 점 등을 깨우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혹자는 3월 9일 대선을 앞 둔 시기에 ‘승려대회’를 개최한 것은 정치공세라며 단체 시위에 나서고, 정의평화불교연대 등의 불교 시민사회단체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승려대회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인식이나 견해는 나무만 보고 숲 전체를 살피고 알지 못한데 있다고 보여 진다. 이명박 정권부터 문재인 정권에 이르기까지 공공영역에서의 종교편향 행위를 경책하고 종교평화와 사회통합을 모색하는 법석을 마련했다고 봄이 온당하다.
20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귀가 솔깃한 장밋빛 비전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우리 불자들은 그들에게 헌법과 문화재보호법 등에서 규정한 위정자의 책무와 관련하여 묻고 싶은 ‘두 가지 화두’가 있다. 
첫 번째 화두는 “당신들은 지난 20여 년 간 우리나라의 종교평화지수가 선진국 수준이라 보는가, 아니면 후진국 수준이라 보는가? 만일 후진국 수준으로 본다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이다. 
왜냐하면 과거에 대한 냉정한 성찰과 반성 없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6위권의 국방력에 걸 맞는 종교평화와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부대중들은 지난 20년간 우리의 종교평화지수가 역주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종교평화지수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종교간 평화, 갈등, 분쟁을 지수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기독교와 불교가 거의 대등한 세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다종교사회이다. 따라서 종교 간의 알력과 갈등이 필연적이지만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 자율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의 종교편향 의식이 더 큰 문제였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일부 지자체의 성시화(聖市化)와 교회 권력과의 연대 등으로 종교편향은 극점에 달했다. 2008년 8월 27일 범불교도대회가 열린 배경이나 이유가 여기에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명박은 서울시장 재임 시 서울시를 하나님에게 봉헌하겠다고 해서 우리들을 경악케 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친親 가톨릭 행보와 이를 떠받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기획한 일, 그리고 법보총찰인 해인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행위를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몰상식한 발언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 지도자들의 불교폄하·종교편향의 작태는 레드카드를 받아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참으로 통곡할 일이다.  
두 번째 화두는 “우리사회의 종교평화지수가 이렇게 흔들리고 표류할 때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종교편향과 한 패가 되어 박수치며 환호작약했는가? 아니면 표심을 얻기 위해 교회나 성당에서 예배, 기도를 올리고 침묵과 모르쇠로 일신의 영달과 안위만을 구했는가?”이다.  
대선후보들이여, 해인사의 홍류동 계곡 소리길이나 통도사의 무풍한솔길을 걸으며 전국승려대회를 연 까닭을 살피시고 야단법석의 참뜻을 깨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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