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27) -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出入息念] 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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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길라잡이 (27) -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出入息念] Ⅵ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2.0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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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선정에 근접해 있거나 선정으로 나아갈 때를 근접삼매라 부르고, 선정에 든 상태를 본 삼매라 부르는데, 이 두 가지 삼매는 빠띠바가 니밋따(paṭibhāga nimitta, 닮은 표상)를 대상으로 삼습니다.  
근접삼매에서는 선정의 5요소가 완전히 개발되지 아니하므로 삼보三寶에 대한 믿음, 업業에 대한 믿음, 인과因果에 대한 믿음 등이 강력해야만 본 삼매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수행주제는 아나빠나사띠(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가 하나이지만 그 결과로 나타난 니밋따(nimitta)는 수행자마다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그 형색이 어떠하든지, 들숨날숨의 지각이 어떠하든지 자기의 면전에 떠오른 모습을 의도적으로 바꾸려 해서도 안 되고 또 사라지게 않게 보호해야 합니다.
이 점에 대한 필자의 수행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수행 초보 단계에서는 니밋따가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2008년경 매일 새벽녘에 토굴(출리산방)에서 예불을 올린 뒤에 호흡명상을 계속한 결과 머리 위에서 흰색의 빗줄기가  쏟아져 내려오는 표상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후 이것이 욱가하 니밋따(익힌 표상)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진의 힘이 강해지면서 호흡 집중이 깊어지자 푸른빛이 콧구멍에서 좀 떨어진 곳에 선명하게 나타나 오래 머물렀습니다. 빛은 더 밝아지고 자금색으로 변하더니 토굴 전체를 꽉 채우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척추협착증세로 10분 이상 좌선을 할 수 없던 3∼4년 동안, 밥 먹듯이 습관화 된 아나빠나사띠를 계속하지 못하게 되자 니밋따가 불안정하고 잠간 나타나고 사라져버리는 씁쓸한 체험도 해보았습니다. 
최근에는 이 병통이 나아져서 40∼50분 정도 좌선해도 통증이 느껴지지 아니합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마음이 지금·여기 콧구멍에 들어가고 나오는 호흡에 지속적으로 머물러서 20∼30분 집중하는 동안에 별의별 번뇌들이 나타나도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판단도 하지 않은 채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냥 바라보기만 합니다. 30분 정도 호흡명상을 하면 심월(心月)이 나타나면서 마음은 고요해지고 숨의 몸과 이를 아는 마음만이 현존함을 깨닫습니다.
빠띠바가 니밋따에 마음을 집중하겠다고 결심하여 성공할 때까지 수행하게 된다면 다섯 가지 장애가 극복되고 선정의 5요소가 현전하면서 수행자는 삼매(=초선정)에 들어갑니다. 이를 입정入定이라 하고, 그 삼매에서 나오는 것을 출정出定이라 합니다. 
수행자의 정신적 향상과 정화의 길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장애[五蓋]라 함은 감각적 욕망, 악의惡意, 해태懈怠와 혼침昏沈, 들뜸과 회한, 의심疑心입니다. 이것들을 특히 장애라 부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마음을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감각적 욕망과 악의는 사마타 수행에 가장 강력한 장애로서 탐욕과 성냄을 수반하고 있고, 나머지 세 가지 장애는 비교적 덜하지만 어리석음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초기경전의 주석서에 의하면 이 다섯 가지 장애를 물에 비유하여, 감각적 욕망은 다섯 가지 색깔로 물든 물로, 분노(악의)는 부글부글 끓는 물로, 해태(게으름)와 혼침(정신의 혼미함)은 이끼가 낀 물로, 들뜸과 회한은 바람이 불어 파도치는 물로, 의심은 흐린 흙탕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염처경」 (M10)에서는 다섯 가지 장애가 일어날 때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을 유일한 길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상 중에 어제 어떤 여자와 사이에 즐겁게 차담을 했던 기억이 불쑥 떠오른다면 그 즉시 “나에게 감각적 욕망이 일어났구나.”라고 마음 챙김(sati)하여야 합니다. 마음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에 의해서 생겨난 감각적 욕망(해로운 마음씨)은 사라져버립니다. 
좋은 생각과 삿된 생각은 짝을 지어 동시에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마음씨(sati)가 해로운 마음씨를 청소하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초기경전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감각적 쾌락에 탐닉하는 사람에게는 신체에 대한 부정관不淨觀 명상을 하거나 묘지에서 썩어가는 시체를 보게 하는 백골관白骨觀 명상 수행을 권유하였습니다. 그 목적은 이들 명상을 통해 애착심을 염오심厭惡心으로 중화시키려는 데 있다고 합니다. 
반감(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에 대해 지혜롭지 못하게 주의를 자주 기울이기 때문에 아직 생겨나지 않는 성냄을 생겨나도록 조장하고, 이미 생겨난 성냄을 늘리고 드세게 만드는 자양분이 됩니다. 
우리 범부중생들은 늘 화를 내면서 자기가 화를 내고 있는지를 모릅니다. 성냄은 마음이 선하지 못할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성냄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 탐욕이고, 그 탐욕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성냄과 적의를 멈추고 끊어버리기 위해서 참회와 자애(metta) 명상은 필수적입니다. 자애명상의 길라잡이로 필자는 <숫따니빠따>의   「자애 경」 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경은 지금도 남방 불교 국가에서 명상을 시작하기 전과 끝낼 때 반드시 암송하도록 하고 있고, 필자도 이 경의 글귀를 모두 외우면서 자애의 염(念)을 확립하고 확장하고 있습니다. 자애명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므로 뒤에서 따로 다루어 보겠습니다. 
해태는 몸의 게으름을 뜻하고, 하품은 몸의 늘어짐을 뜻하고, 식곤증은 식사 후에 오는 피곤함을 뜻합니다. 혼침, 즉 마음의 가라앉음은 마음의 무기력함을 뜻합니다. 특히 명상수행을 시작하면 나른하고 권태롭고 하품과 식곤증, 까라짐과 졸음이 나타나 수행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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