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낯설게 바라보기 ③ - 주황색 귤빛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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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낯설게 바라보기 ③ - 주황색 귤빛 응원
  • 글·수월심 김현남 불자
  • 승인 2022.02.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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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 와서 불자로 거듭나고 있는 글쓴이 수월심 김현남 불자는 제주사찰문화해설사 3기로 현재 제주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임인년 새해에는 제주에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소박하게나마 제주불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글을 보내겠다고 한다.

주황은 빨강과 노랑의 중간색,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난색으로 약동, 활력, 만족, 적극성을 상징한다. 또한 명랑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며 식욕을 증진시킨다. 색상기호는 YR, 명도 6, 채도 14이며 심리적으로 기능 저하를 막아주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도와준다. 
 지난 3월, 개강을 앞두고 제주에 왔을 때 나는 육지에서 그랬듯 마트에서 귤을 사 먹었다. 제주도민은 선물용 외에는 감귤을 사먹지 않는다.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 나는 귤나무 한 그루 가지지 않고도 귤부자다. 나눠먹는 온정의 손길이 내게도 왔다.  사람들이 귤이 담긴 봉지를 ‘오다 주웠어’ 같은 분위기로 무심한 듯 준다만 실은 자취생의 빈한함을 기억하고 부러 챙겨 주는 것이다. 숙소에 돌아와 귤을 꺼내 놓으면 주황빛 그 귤이 내게 말을 건넨다. 잘 지내라고… 주황색 귤빛 응원을 받는 셈이다,
귤림추색이라지만 그건 가을에 귤이 나무에 달려있을 때의 풍경묘사이고 귤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까먹어야 제 맛, 겨울 과일이다. 가을부터 감귤수확이 시작되지만 겨울까지 이어져 만생종까지 딴다. 주요 품종은 지금의 제주 감귤인 온주귤이다. 상품이 아닌 감귤 파치(깨지거나 흠이 나서, 못생겨서, 혹은 기준보다 크거나 작아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과일이나 채소를 부르는 말)는 식당입구 바구니에 가득 담겨있어 식후에 입가심으로 까먹을 수 있다. 특히 서귀포 지역은 감귤 인심이 후하다. 이 시기에 식당에 들르면 주머니에 귤을 몇 개씩 찔러주어 숙소에 돌아와 밤에 간식으로도 먹을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A Small, Good Things)> 이라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이 있다. 거기에는 빵집 주인이 주는 따뜻한 롤빵이 아들을 갑자기 잃은 부부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남들의 선의로 살고 있다. 나는 이제 귤을 사서 먹지 않는다. 얻어 먹는다. 
“주황은 태양의 색이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려깊음을 나타내는, 일반적으로 생명력 넘치고 좋은 색이다.” 에드거 케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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