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30) - 호흡 사띠와 사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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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길라잡이 (30) - 호흡 사띠와 사마디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3.0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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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들숨날숨(호흡)은 지금·여기(here and now) 이 몸속에 있는 근본물질로서 사대四大의 하나인 바람의 요소[風大]입니다. 자궁에서 나올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항상 자기 몸과 함께 있어서 삼매 수행의 대상 40가지 명상 주제 가운데서 가장 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지금·여기[코끝]에 오로지 마음을 집중하여 호흡을 잊지 않고 그곳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나가는 의도가 마음챙김(sati)입니다. 
비록 좌선 중에 소리 의식이나 몸의 느낌이 생기더라도 이를 알아차리기만 하고 바로 호흡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비록 눈을 감아 시각을 차단하였다고 하더라도 마노[mano, 意]의 문은 열려 있기 때문에 사띠를 놓치면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갈망 등으로 번뇌가 부지불식간에 덮쳐옵니다.  
하지만 번뇌와 망상이 그 무엇이든 붙잡지 말고 고치려고 애쓰지 말고 내려놓고 호흡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좌선하는 시간뿐만이 아니라 근무 중 잠간의 휴식 시간 또는 여행 중 앉아 있을 때에도 호흡을 하나도 안 놓치겠다는 열의와 정진이 필요합니다.
명상은 눈을 지그시 감고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마음의 행로입니다. 마음의 작동원리에 따르면 마음은 많이 가는 쪽으로 길이 생기고 가만히 있어도 그 생겨난 길로 간다고 합니다. 
호흡을 지혜롭게 마음에 잡도리하면 할수록 그에 비례하여 들숨날숨은 더 미세하고 더 고요해지고 호흡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때가 미세한 호흡 상태입니다. 그 호흡이 코끝에 있을 것이라고 보고 거기에 마음을 더 모으면 호흡은 빛으로 바뀝니다. 
들숨에서 빛이 들어오고 날숨에서 빛이 나가면서 숨과 빛이 하나가 됩니다. 
그 빛을 니밋타(nimitta)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마타 수행에서 일어난 빛은 수승한 마음과 온도에서 생긴 물질로부터 발생합니다. 수승한 마음을 개발한 수행자의 피부와 얼굴이 밝고 깨끗하게 빛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명상 주제는 아나빠나사띠(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 하나이지만 그 결과로 나타난 니밋따는 수행자마다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선명도의 차이에 따라 안개처럼 산뜻하지 않고 흐릿하게 나타나는 니밋따가 ‘욱가하 니밋따(익힌 표상)’이고, 익힌 표상에 집중할수록 점점 밝아지다가 새벽별처럼 밝게 빛나는데, 이를 ‘빠띠바가 니밋따(닮은 표상)’라 합니다.
들숨날숨에 마음을 집중하여 그 대상에서 익힌 표상을 만들고, 이것이 마침내 닮은 표상으로 승화되어 흩어지지 않고 오롯하게 되어 매 순간의 마음들이 이 닮은 표상에 고도로 집중된 상태를 삼매(samādi)라 합니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삼매는 두 종류입니다. 선정에 근접해 있거나 선정으로 나아갈 때를 근접삼매(upacāra-samādi)라 하고, 선정에 든 상태를 본삼매(appanā- samādi)라 합니다. 
두 종류의 삼매는 닮은 표상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같으나 질적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선禪의 구성요소들이 견고하지 않기 때문에 마치 어린아이를 일으켜 세워놓으면 계속해서 땅바닥에 넘어지는 것과 같이 마음은 때로는 표상을 삼았다가 때로는 바왕가의 흐름에 빠지므로 결점이 많습니다.
후자는 禪의 구성요소들이 견고하기 때문에 본삼매가 일어나면 마치 건강한 사람이 하루 종일 서있을 수 있는 것과 같이 마음은 바왕가의 흐름을 끊고는 밤낮이 다하도록 계속되고 유익한 속행의 흐름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선근善根이 많은 사람은 단기간의 수행으로 닮은 표상을 얻어 삼매에 바로 진입할 수도 있지만 이는 로또 당첨과 같은 행운일 것입니다. 그런 행운을 꿈꾸고 삼매를 닦는다면 일확천금의 요행을 바라는 범부와 다를 바 없습니다.
생겨난 익힌 표상이 없어지지 않고 닮은 표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정진하는 것이야말로 사마타 수행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아나빠나사띠, 즉 호흡관법을 통해 얻어지는 선정의 5요소[尋·伺·喜·樂·定]는 이렇습니다. 
➀ 첫 번째 일으킨 생각[尋, vitakka, 위딱까]이란 닮은 표상으로 마음을 향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 마음작용은 마치 날기를 원하는 새가 날개를 치는 것과 같이 마음이 대상을 향하여 기울이는 특징을 갖습니다. ➁ 두 번째 지속적인 고찰[伺, vicāra, 위짜라]이란 닮은 표상에 마음을 유지시킨다는 뜻입니다. 이 마음작용은 마치 날아오른 새가 바람을 받으면서 날개를 편 채로 유유하게 날아가는 것과 같이 마음이 대상을 계속해서 문지르는 특징을 갖습니다.  
➂ 세 번째 희열(pīti)이란 닮은 표상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이 마음작용은 마치 사막의 나그네가 오아시스를 보고 반가워하듯이 표상을 얻음에 대한 만족[行蘊]을 나타냅니다. 
➃ 네 번째 행복(sukha)이란 닮은 표상을 경험할 때 느끼는 행복감을 뜻합니다. 마치 목마름에 지친 나그네가 오아시스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나무 그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것[受蘊]을 나타냅니다.
➄ 다섯 번째 심일경성[心一傾性, ekaggatā, 에깍가따]이란 닮은 표상에 일념을 이룬 마음작용을 뜻합니다. 이와 같은 선정의 5가지 요소[禪支]들을 모두 갖추어야만 초선에 입정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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