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수필 - 위 캔 두 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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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 수필 - 위 캔 두 댓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3.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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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고 거룩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우리들의 본 모습이다.
그래서
가장 빛나는
하루를 살아야 한다.
이옥자(수필가)
이옥자(수필가)

출근길에 한라산을 마주한다. 신비롭고 영험한 산이다. 한 번도 같은 모습일 때가 없다. 오염한 아녀자가 머리를 풀어 누워있는 모습은 여자인 내가 봐도 오감을 전율케 한다. 목젖이 도드라지고 콧날이 우뚝 선 근엄한 남자로 보일 때는 그냥 기분이 좋고 설렌다. 내가 다니는 직장 동료들이 공유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으로 자연, 사람과 일이 어울려야 살 맛이 난다는 것을 느끼며 하루를 보낸다. 출근길이나 마당, 특히 3층 옥상에서 만나는 한라산은 제주도에서 최고의 모습이다. 옥상 평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장애인 근로시설에 근무하는 사원이 아니라 시인이 된다.
사무실 근무시간, 두 시간에 걸쳐 영화 한 편 보았다. 때는 1983년 이탈리아 “바자리아‘법에 의해 혼돈이 오면서 펼쳐지는 과정을 픽션이 아닌 논픽션으로 다룬다. 정신질환을 가진 장애인을 법만으로는 제정신을 만들 수가 없어 안정제를 지나치게 복용시킨다. 안정제를 먹고 그저 일감을 나누고 보조업무를 하며 느릿느릿한 일상을 소일한다. 심드렁하고 무의미한 그들에게 드디어 변혁이 일어난다. 병원부설 ‘협동조합 180’에 급진적인 인물이 개입되며 전개된다.
바자리아 운동 취지는 ‘정신적 장애인들을 정신병원에 격리하여 관리할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생활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실천적 사회 역할이다. 우리 시설은 ‘지적장애인직업재활’이다. 몇 년 전부터 매장을 오픈한 카페는 지금 일반 카페보다 더 브런치와 차를 훌륭하게 만들어낸다. 손님이 갑자기 많아진다거나 있어야 할 것이 제자리에 없으면 정신줄을 놓아 손님과 매니저을 당혹하게 하지만 매일 칭찬을 해도 부족하지가 않다. 노력의 결과이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사회는 함께 이루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일반적인 삶을 살 권리가 있다. 장애인들에게 동료로 생각하며 희생정신과 전문지식을 가지고 다가선 매니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애인을 장애인으로만 봐 온 주관적 이기심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못 해낼 것이라는 섣부른 생각은 무서운 발상이다. 우리는 대부분 실패를 두려워한다. 특히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믿어 지금 삶에 안주해 버리려는 경향이 짙다. 장애인들에게 매니저는 단순한 선생님이 아니다. 성공하려면 실패를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실패하지 않겠다는 건 성공하지 않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매니저는 정신적 지주이며 본보기이다. ‘유능한 노동자’라고 두둔해주며 격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나는 예순이 넘었지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 하는 어리석음과 아둔함이 많다. 이런 영화나 책을 마주하고 나면 늦었지만 마음의 매무새를 만져진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급급하여 다그치지 말아야겠다. 숨어있는 가능성을 미처 발견하지 못 하여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 돈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일한 것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일했더니 돈이 생겼다. 함께 문제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극복해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삶의 주도성을 찾지 않을까 한다.
귀하고, 거룩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우리들의 본 모습이다. 그래서 가장 빛나는 하루를 살아야 한다. 우리는 살아 있는 모든 순간에 잘 살아야 한다. 행복은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미래라고 생각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지천명을 넘기며 행복은 참 사소한 것이라 행복하다고 마음을 포근히 품어주면 느슨해지며 감사해진다. 
우리 근로장애인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 한다. 함께 있어 좋은 사람으로 멘토와 멘티가 되어 끌어주고 기대며 빽이 되어 줄 것이다.
우리는 점심시간에 신나는 댄스로 축적된 지방을 분해하고 쉬는 시간에 우리가 볶고 고른 커피를 내려 마시며 즐겁다. 감사하고 너무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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