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에 담긴 선취여행 12 - “마음을 불교에 두고 산수풍광 감상하면서 깨달음에 다가갔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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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에 담긴 선취여행 12 - “마음을 불교에 두고 산수풍광 감상하면서 깨달음에 다가갔던 것”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3.2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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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자연에서 자아를 체험하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잡념과 번뇌에서 벗어나
나와 자연이 구별되지 않는 한가로운 마음으로
속세를 떠나 편안함에 이르는 삶 추구
곽경립시인, 수필가
곽경립시인, 수필가

왕유王維(701-761)는 선종禪宗의 신도이자 자연시인으로 선종사상과 예술을 결합시킴으로써, 그의 자연시속에는 은일한 정취와 선의 한가로움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시인은 자연에 은거하여 모든 집착을 털어버리고, 세상의 참모습을 비추어 봄(觀照)으로써, 맑고 깨끗한(淸靜) 마음으로 한가롭게 살고자 했습니다. 선종은 ‘마음을 비워(無念) 모든 집착을 버림으로써(無相)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無住) 편안한 마음의 상태(心空)에 도달하기를 추구하였습니다.’  “자신의 본래의 마음을 앎(識心見性)이 곧 해탈하여 성불成佛에 이름이니, 이는 반야삼매般若三昧를 깨침으로 이것이 무념無念이다.”라고『육조단경六祖壇經』이 말을 하듯, 선종은 현세에서 내심의 자아해탈을 추구하였으며 일상생활에서 깨우침의 계시啓示를 얻어, 대자연大自然에 머무르며 감상과 도야 속에서 초월적 깨달음을 얻는데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선의 사상에 심취한 시인은 자연에서 자아自我를 체험하면서 점차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잡념과 번뇌에서 벗어나(空靈), 나(我)와 자연이 구별되지 않는 한가로운 마음으로 속세를 떠나 편안함에 이르는(閑情逸致) 삶을 추구했던 것입니다. 이제 무생無生의 이치를 깨달은 시인의 시 한편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목련꽃 피는 언덕                                   

가지 끝에 맺힌 연꽃 같은 목련화   
산속에서 꽃봉오리 붉게 피어난다
개울 오두막엔 사람 없어 고요한데 
꽃들만 어지러이 피고 또 진다 

 辛夷塢 신이오                     

木末芙蓉花 목말부용화
山中發紅萼 산중발홍악
澗戶寂無人 간호적무인
紛紛開日落 분분개일락

공허하게 피었다가 이내 흩어지는 목련화, 산의 적막감을 느낄 수 있는 이 한 편의 시에서, 우리는 어지러운 인간사를 피해 제행무상諸行無常의 공허를 관조하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적멸寂滅의 무념無念을 추구하는 시인은 표면적으로 꽃이 피고 지는 자연현상을 그리고 있지만, 그 내실은 불교사상의 심원한 이치를 예술수법을 이용하여 생멸의 공허함을 묘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왕유는 마음을 불교에 두고 산수풍광을 감상하면서 깨달음에 다가갔던 것입니다. 
761년 7월의 어느 날, 자신의 문학을 원숙한 불교 체험으로 이행시킨 시인 왕유는 붓을 찾아 동생 진縉과 오랜 친구들에게 작별의 서신을 쓰기 시작합니다. 모두 부처를 받들어 마음을 닦는데(봉불수심奉佛修心) 힘쓸 것을 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쓰기를 마치자 시인은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일생의 수많은 마음상하는 일, 불심이 아니면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一生幾許傷心事, 不向空門何處銷(일생기허 상심사, 불향공문하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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