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35) - 여실지견(如實知見)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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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길라잡이 (35) - 여실지견(如實知見) 2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4.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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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사람은 욕계의 존재로서 정신과 물질로 구성된 유기체입니다. 불교에서는 인간 또는 중생이라는 개념을 해체하여 ‘오온五蘊’이라고 합니다,
오온을 두 글자로 압축하면 정신·물질인데, 이 둘을 정의하고 식별하는 지혜가 오른쪽 [표]에서 나타난 위빠사나의 열여섯 가지의 지혜 가운데서 첫 번째입니다.  
물질의 몸과 이에 기초한 사대요소 명상을 계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앞에서(16회, 17회, 32회, 33회) 말했습니다. 사대요소 명상은 근접삼매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지만, 순수 위빠사나 행자(suddha-vipassanā-yānika)가 정신 식별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마쳐야 할 물질 식별의 필수 코스입니다. 
물질 식별을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먼저 루빠 깔라빠(rūpa kalāpa, 물질미립자)를 보아야 하고, 그 다음에 그 안의 여덟 가지 궁극적 물질(paramattha rūpa), 즉 땅-물-불-바람-색깔-냄새-맛-영양소(순수한 8원소 깔라빠)를 식별할 수 있는 지혜까지 계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업에서 생긴 머리카락이나, 눈-귀-코-혀-몸의 다섯 감성물질은 각각 10원소 깔라파로, 남녀의 몸은 성性의 10원소 깔라파로 식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땀-눈물-침-콧물의 네 가지 물질은 온도와 마음에서 생긴 것이기에 8원소 깔라파로, 위 속의 음식물-대변-고름-소변의 네 가지 물질은 온도에서 생긴 것이기에 8원소 깔라파로 식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질은 ‘깔라파’이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비담마』 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생겨나는 원인에 따라 21가지(= 업9+마음6+온도4+음식2) 깔라빠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청정도론』에서는 몸의 10원소인 10가지, 성의 10원소인 10가지, 온도와 마음과 음식의 세 가지 원인에서 생긴 24가지(=8원소x3)를 통틀어 44가지 물질로 구분하거나, 또는 문과 토대를 기준으로 60가지(=6x10원소)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아비담마』 에 따르면 정신은 물질에 의지하여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안식眼識은 형색을 대상으로 눈의 문(=토대)이라는 (감성의) 물질에 의지해서, 이식耳識은 소리를 대상으로 귀의 문이라는 물질에 의지해서, 비식鼻識은 냄새를 대상으로 코의 문이라는 물질에 의지해서, 설식舌識은 맛을 대상으로 혀의 문이라는 물질에 의지해서, 신식身識은 감촉을 대상으로 몸의 문이라는 물질에 의지해서 각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이를 간추리면 전前 오식五識은 각각의 물질 토대(vatthu)에 의존해서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눈-귀-코-혀-몸의 다섯 가지 물질은 이와 같이 문과 토대가 같습니다. 이들을 함께 오문五門 인식과정이라고 하는데, 현재의 다섯 물질만을 그 대상으로 취합니다. 
하지만 의식意識은 마노(mano)의 문(바왕가, bhavaňga)에서 일어납니다. 정신[受-想-行-識]은 심장 속의 혈액에 있는 물질토대(hadaya vatthu)를 의지해서 일어나므로 문과 토대가 다릅니다. 의문意門 인식과정은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 대상으로 취합니다.  
하지만 인식과정을 벗어난 세 가지 식識, 즉 재생연결식(paṭisanti citta), 바왕가(bhavaṅga), 죽음의 마음(cuti citta)이 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를 가져보겠습니다.
육식六識에 대하여는 앞에서(5~7회) 말했으며, 물질의 몸과 알음알이의 관계에 대하여는 앞에서(8회)에서 간략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색계 사선정을 증득한 사마타 행자인 경우에는 물질 식별을 생략하고 그가 증득한 색계 또는 무색계 선정의 정신 식별로 곧바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필자와 같은 순수 위빠사나 수행자라면 물질 식별을 완벽하게 할 수 있어야 
여섯 가지의 문을 통해 일어나는 정신도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온을 가진 존재의 정신은 눈, 귀, 코, 혀, 몸의 다섯 감성 물질과 심장토대의 물질에 의존하여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수행자는 물질을 파악하는 것이 아주 선명하게 될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오로지 물질을 계속해서 명상하고 마음에 잡도리하고 파악하고 구분해야 합니다.
지·수·화·풍이라는 사대四大는 이 중 하나만 작용하지 않고 모두 함께 작용하며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고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몸에 이와 같은 사대가 활발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살아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바로 사대의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齒]에서 견고한 특성을 가진 것은 땅의 요소라고 파악하면서 제일 먼저 혀로써 마치 두 손바닥(물질의 법)이 서로 부딪치는 것처럼 그 대상에 닿도록 의도합니다. 이를 접촉(phassa)이라 합니다. 접촉이 없다면 그 어떤 마음도 대상을 알 수 없습니다. 
접촉과 동시에 마치 시큼한 라임(lime)을 먹는 사람을 보고만 있어도 느낌의 전이로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처럼 이와 혀의 부딪침으로 단단하거나 거칠거나 부드럽거나 매끄러운 느낌의 무더기가 확연히 드러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사대요소 명상을 통해 정신은 수행자에게 ➀ 접촉(phassa, 觸), ➁ 느낌(vedanā, 受), ➂ 알음알이(viňňāna, 識)의 세 가지 루트를 통해서 확연히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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