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댓불 -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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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댓불 - 복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4.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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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로 인해 더욱 궁핍해진
100세 시대의 선봉에 남루로 선 그,
동생들도 하나같이 모두가 이혼했다고 한다
형편이 좋은 동생도 없고
아들도 이혼을 앞두고 있다며 한숨을 쉰다
양재봉(시인, 수필가)
양재봉(시인, 수필가)

K 선배를 만났다. 마음이 선한 그를 선후배들도 좋아한다. 법인 창고 마당이 비좁아 그 선배의 자투리땅을 빌려 사용했던 인연으로 친했다. 막걸리 사발을 비우며 근황을 물었다.
“밭 하나 있던 건 10년 전에 팔았어, 허릴 다쳐서 예전처럼 노동도 못하고 병원 신세만 지는 꼴이야. 어차피 농사를 못 지을 거면 밭을 가지고 있어 봐야 별 수 없고, 어머니가 노인요양원에 들어가면서 요양비를 감당하지도 못하겠고. 그 돈도 이젠 동이 나 버렸어.”
그는 68세다. 일찍이 홀로된 어머니는 다섯이나 되는 자식을 밭일하고 품앗이하며 근근이 키워냈다. 다행히 집 하나와 밭 하나는 있었다. 하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우니 아이들은 학력이란 건 초등학교 아니면 중학교 졸업이 고작이다.
그도 일찍이 농사일과 막노동을 하면서 장남이므로 동생들 돌보며 어머니 뒤를 이었다. 몇 년 전에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다. 그 힘겨운 생활고 속에서도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을 착실하게 부었다. 스스로 금액을 높여 한 달 12만 원씩을 힘들이 부었다는 거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대부분 몇 만원이 고작인데, 그의 처지로는 적지 않은 돈인 셈이다.
국민연금을 받을 시점이 되자 한 달에 70여만 원이 통장으로 입금되었다. 어머니의 요양비 부담액이 50만 원 가까우니 그리 보태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지만 모질이 절약하니 그럭저럭 굶지는 않고 지냈다.
이혼한 아내가 소송을 걸어왔다. 국민연금 반을 내어 놓으라는 거였다. 그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반 토막 나버린 국민연금으론 어머니 요양비도 감당 할 수 없기에 집을 팔려고 내어놓았단다.
어머니로 인해 더욱 궁핍해진 100세 시대의 선봉에 남루로 선 그. 동생들도 하나같이 모두가 이혼했다고 한다. 형편이 좋은 동생도 없고, 아들도 이혼을 앞두고 있다며 한숨을 쉰다.
그의 근심 많은 삶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말한다. “집이 팔리고 나면 자네 집 옆에 자투리 내 땅이 조금 있잖은가, 그곳에 컨테이너 하나 들여놓고 살려네, 전기랑 수도랑 쓰게 해줘.”
착한 만큼 복을 받고 살아야 하지 않는가. 열심히 노력해도 주변 환경과 운명이 막아서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가슴 쓰리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지금 우리의 복지는 어디까지 왔나. 근본적인 대책이 서 있는가. 요양시설은 돈을 주고도 못 들어간다는 말이 나올 만큼 포화 상태라고 한다.
세계의 복지도 마찬가지다. 노령화와 초고령사회로 대부분의 나라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도 노인천국이라는 말은 옛말이다. 70대까지 근로는 일상이 되었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노골적으로 노인을 골칫덩이라고 말한다.
그리스는 노인 복지로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갔었다. 노인들은 제 건강과 경제력이 당장 급한 발등의 불이라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도 덜하다. 결국 국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거다. 모든 나라가 앞으로 노인 천국이 될 터인데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도 몇 년 후면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그것보다 더한 문제는 세계에서 꼴찌인 출산율이다. 누가 노인들을 돌볼 것이며 이 나라를 지탱할 것인가.
우리 세대는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라 한다. K 선배 같은 사람이 적지 않다. 어느 시점쯤 우리도 그 길을 가야 할지 모른다.
‘부처님께서 좋은 길로 인도 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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