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담이 들려주는 재밌는 제주 사찰 벽화 소도리 - 교족정진(翹足精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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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담이 들려주는 재밌는 제주 사찰 벽화 소도리 - 교족정진(翹足精進)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4.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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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존자는
일주일간 먹지도 자지도 않고
절벽위에서 까치발을 들고
용맹정진을 한 끝에 드디어
아라한과를 얻게 되었다
구담 김보성(제주불교청년회 회장)
구담 김보성(제주불교청년회 회장)

불교에서 지혜는 지식의 습득만으로 성취될 수 없다. 지혜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고 직접 체험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수행’이라 한다. 이 수행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부처님은 모든 중생들에게도 불성이 있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다른 종교에서는 교주의 권위가 절대적이며 누구도 그 교주처럼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실천 수행을 통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불교의 가르침은 참으로 인간적이며 인간 중심의 종교라 하겠다.
우리의 기본적인 감각기관은 어떤 대상을 접할 때 ‘좋다’, ‘나쁘다’라는 분별심으로 그 대상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일으키고 모든 판단을 타인보다는 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언행으로 귀결시켜 괴로움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다. 그러나 수행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맑아지고 거기서 지혜가 발현하여 외부 조건에 의지한 행복이 아닌 내면의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며 내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자 제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립할 필요가 생겼다. 부처님이 열반하시고 약 100일 후 마하가섭의 주장으로 왕사성 칠엽굴에서 500아라한이 모이는데 이것을 1차 결집이라 한다.
그런데 부처님의 사촌동생이자 평생 부처님을 곁에서 시봉한 아난존자가 아라한과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결집에서 제외 되었다. 부처님의 말씀을 가장 많이 들어 ‘다문제일(多聞第一)’로 불렸던 아난존자로서는 그 충격이 대단하였다.
이에 아난존자는 창피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여 그로부터 일주일간 먹지도 자지도 않고 절벽위에서 까치발을 들고 용맹정진을 한 끝에 드디어 아라한과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당당히 결집에 참가하여 여러 장로들이 부처님 말씀이 맞는지 물어보면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라는 대답으로 경전결집을 주도하였는데 이때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를 한문으로 의역한 것이 여시아문(如是我聞)이다. 지금 모든 경전의 시작은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시작되는데 1차 결집 당시 아난존자의 암송에서 나온 말이다.

제주 관음사 삼성각 벽화에 그려진 아난존자의 교족정진
제주 관음사 삼성각 벽화에 그려진 아난존자의 교족정진

아난존자가 절벽에서 까치발로 수행하는 벽화를 ‘교족정진(翹足精進)’이라 하며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인 관음사에 그려졌다. 교족(翹足)이란 ‘발 뒤꿈치를 올렸다’라는 뜻으로 아난존자의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농사짓는 사람이 책에서는 지식을 얻을지언정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어떤 수확물도 없듯이 불교 역시 지식만으로는 열반을 체험할 수 없다. 그 깨달음의 길은 굳은 믿음을 바탕으로 오로지 수행정진을 통해서만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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