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세이 -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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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
  • 글·그림 박지원 작가
  • 승인 2022.04.26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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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새롭게 다짐할 수 있었던 힘은
사랑에서도 하나의 문장에서도 비롯됐다
밤새 나를 지배했던 자괴감에서 오기도 했다...

어제 걸었던 길이 오늘 눈에 띄게 더 생생하다. 차가운 계절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봄에는 언제나 새로 마음을 다졌다. 이때 내 안에 잘 쌓아놓은 기운은 다시 시린 계절이 올 때까지 나를 살게 했다. 내가 새롭게 다짐할 수 있었던 힘은 사랑에서도, 하나의 문장에서도 비롯됐다. 밤새 나를 지배했던 자괴감에서 오기도 했다. 많은 이유들 중에서도 가장 효험이 강한 건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감각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작업실 식구들과 월요일 아침마다 명상을 했다. 수행의 경험치가 낮은 나의 목표는 그저 숨을 잘 바라보는 것이었다. 구름모양의 잡념이 흘러가면 나는 단전에 손을 모아 호흡에 집중했다. 그렇게 명상에 몰입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넓은 들판의 한가운데 앉아있다. 천천히 깊은 숨을 내쉬면 다리가 닿은 부분 아래로 뿌리가 내린다. 또 한 번의 숨에 뿌리는 땅의 더 깊은 곳을 향해 뻗어나간다. 그렇게 몇 번의 숨이 반복되면 뿌리는 나무가 되어 먼 곳의 땅을 뚫고 자란다. 그럼 나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심어져 있는 나무의 기분이 된다. 나는 완벽히 자연의 일부임을 느낀다. 주위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과 짙은 녹음의 향, 들꽃과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는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감각으로 다가온다. 땅과 물결과 버들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는 그들에게 감싸지거나 하지 않고 동등하게 존재한다. 땅에 딛고 있는 다리를 뿌리삼아 모든 것들과 동화된다. 
모든 것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나를 안도하게 했다. 나를 좀 더 너그럽게 만들기도 했다. 숨을 크게 들이쉴 땐 만물의 긍정적인 기운만 잔뜩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럼 어떤 일에도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명상을 끝내고 나면 새로 태어난 것처럼 개운하다. 그 이후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날이면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구원을 바라는 마음으로 내 안의 들판을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이고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때까지 수행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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