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필 - 우리 동네 노자와 마음산책 - 다섯 번째 이야기 - 공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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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수필 - 우리 동네 노자와 마음산책 - 다섯 번째 이야기 - 공양하는 마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5.3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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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가식이라는 탁발의식은
완전하고 아름다운 불교의식
금강경에서만 재현

비가 보슬거리고 바람이 술렁거리는 봄날의 토요일 오전입니다. 오늘은 우리 동네 노자와 노자의 젊은 친구와 함께 피자를 먹기로 하였습니다.
오전 11시, 우리는 동네 브런치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오늘 우리가 먹고 마시는 피자와 음료는 우리 동네 노자의 공양입니다.
우리 동네 노자가 말했습니다. 
“공양하는 마음은 여유로운 마음입니다. 구하는 마음은 움츠려드는 마음이고요.”
두 개의 마음을 번갈아 그려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마치 마음이 그림처럼 보이더군요.
“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노자의 젊은 친구도 바로 공감을 했습니다.
이어서 우리 동네 노자의 부처님 당시 공양 이야기를 들어보죠.
“부처님 당시에는 부처님과 제자들이 모두 마을로 공양을 나갔습니다. 거기에도 규칙이 있었지요. 처음 밥을 빈 집에서부터 차례로 일곱 집을 돌며 걸식을 했습니다. 거기에 어떤 분별도 없었습니다. 그저 주는 대로 음식을 각자 받아와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똑같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없으면 굶나요?” 
노자의 젊은 친구가 물었습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승가의 공양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공양을 하는 사람에게는 뿌듯함과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고, 스님들에게는 하심下心을 선물로 주죠. 걸식을 하는 사람, 그 어디에 교만한 마음이 붙겠습니까? 그래서 칠가식七家食이라는 탁발의식은 완전하고 아름다운 불교의식입니다. 그것을 금강경에서만 재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살아있는 선禪입니다.” 
비는 촉촉이 내리고 우리는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 침묵 속으로 금강경의 첫 장면이 들어왔습니다.
잠깐의 침묵을 깨고 우리 동네 노자가 젊은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덕후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것이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서 상황을 긍정적으로 읽어내는 초긍정超肯定으로 해석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가요?”
우리 동네 노자의 말에 노자의 젊은 친구는 대답했습니다.
“맞아요. 저희는 그래요.” 
우리 세대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신세대 청년들은 거침없이 반문한다고 합니다.
“그게 왜 문제야?”하고요. 바로 그때 우리는 생각해야합니다. 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문제를 인식해왔다면 그게 왜 문제인지 지금 이 시점에서 본질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거죠. 
어느새 피자 접시도 하얗게 바닥을 드러내었고 커피 잔도 비어갑니다. 오늘도 우리 동네 노자의 이야기를 끝으로 이만 마음 산책을 끝내겠습니다. 
“깨어있는 자는 모든 것이 평등하게 보입니다. 그것을 거시적 관점에서 본다고 하지요. 하지만 변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 눈에는 모든 것이 울퉁불퉁하게 보입니다. 불만인 거죠. 울퉁불퉁하게 보이는 땅도 멀리서 보면 평평하고 반듯합니다. 모든 것이 평등하다는 것, 그것이 거시적 관점이고, 대지혜大智慧입니다.” 

/글·김희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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