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가는길 - 인욕의 길 - “풍경소리에 마음은 더없이 편안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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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가는길 - 인욕의 길 - “풍경소리에 마음은 더없이 편안해지고…”
  • 임관표 기자
  • 승인 2022.05.31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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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충혼각~일붕동산~천왕사
신록이 우거진 길을 걷다보면
정겨운 고향을 만나듯 반가워
때론 공양주보살님이 건네는
한 잔의 차가 마음까지 따습게 해
폭설이 내린 관음사 대웅전
폭설이 내린 관음사 대웅전

법구경에 “자, 이 세상을 한번 보라, 왕의 수레처럼 잘 꾸며진 이 세상을, 어리석은 자는 그 속에 빠지지만, 지혜로운 이는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생각하며 차 안 독경소리와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6월 신록의 계절을 맞아 한라산에는 철쭉, 찔레꽃, 종낭꽃, 멀구슬나무 꽃 향기로 가득하다. 제1산록도로를 걷다보면 목장에는 말들이 풀 뜯는 모습과 노루들과 까마귀가 어우러져 함께 하는 정겨운 고향 풍경을 연출한다.
이내 기자는 관음사로 향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인 관음사는 제주불교의 개척자이자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에 나선 안봉려관(安蓬廬觀·1865∼1938) 스님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의 일환인 이형상 목사의 폐찰훼불 이후 200여년에 걸친 조선후기 제주불교 수난기를 딛고 제주불교 중흥이 시작된 곳이다. 관음사는 한라산 동북록에 아미산이 있고 아미산 밑에 관음사가 있다.
일주문을 따라 들어서면 양쪽에 모셔진 석불이 반갑게 맞아준다. 왼쪽에는 통일대불과 연지가 있다. 이내 천왕문에 다다르니 오른쪽에 제주의 아픔인 4·3사건 유적지가 있고 최대 격전지로 알려졌으며 관음사도 4·3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봄이 되면 사천왕문 주변에 복수초, 중의무룻 꽃, 새우란 등 각종 꽃들이 4·3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해원 상생하는 듯 도량을 밝게 해준다. 왕벚꽃나무와 은행나무도 땀을 식혀준다.

관음사 해월굴
관음사 해월굴
관음사 통일대불
관음사 통일대불

사천왕문을 지나 걷다보니 목이 말라 찻집에 들러 차 한 잔 하고 종무소를 지나 종각에 들렀다. 종각에서 경내를 바라보다 대웅전으로 들어가 삼배를 올리고 나와 지장전에 들렀다. 지장전에는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16호로 등록된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모셔져 있다.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삼배를 올린 후 삼성각, 산신각을 참배하고 나와 수각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로 목을 축이고 미륵대불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미륵대불 앞에서 바라보는 은하수는 가히 절경이라 할 만하다. 나한전에 참배를 마치고 관음굴로 향했다. 한창 불사가 진행 중이었다. 많은 불자들이 찾아와 수행 정진하는 관음굴이 되었으면 하고 합장해본다. 특히, 유형문화재 등록사찰로서, 전통산사문화재 활용사업을 통한 문화축제가 만들어져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도 기대해 본다.

관음사 목조관음보살좌상
관음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로서 제주의 허파이며 심장인 한라산 자락에 제주 불교의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격동의 근현대 역사 속에서 제주도민의 구심점이었던 관음사의 역할은 계속될 것이며, 마음의 고향, 안식처가 되기를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서원해 본다.

천왕사의 봄
천왕사의 봄

본 기자는 관음사 참배를 마치고 천왕사를 향해 달려보니, 한라산 아흔아홉골 병풍삼아 첫 번째 골짜기 금봉곡 아래 자리를 잡은 천왕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천왕사 길은 삼나무 숲과 편백나무 숲으로 이어져 사시사철 맑은 물과 산새소리가 합창을 하면서 탐방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천왕사의 가을
천왕사의 가을
천왕사의 겨울
천왕사의 겨울

천왕사는 1956년 비룡선사에 의해 창건되었고 1992년 월서 스님에 의해 중창불사를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4년 전통 사찰로 지정되었으며, 대웅전 뒤에 있는 용바위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가 있고, 마당 왼쪽 자락에 기세 좋게 곧게 뻗은 바위가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사찰 옆 냇가를 따라 올라가면 한라산의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선녀폭포가 있으며, 사찰 입구에는 약수터가 있다. 기암절벽 아래 물드는 가을 단풍이 사찰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부도탑을 지나 가파른 길을 올라 보니 이내 명부전을 마주하게 되었다. 잠시 들어가 참배를 하고 나와 종무소를 지나 대웅전으로 가는 길에 많은 불자들과 관광객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삼배를 올리려 대웅전에 들어선다. 나한전과 삼성각에도 잠시 들러 참배를 하고 나와 명상에 잠겨본다. 천왕사 경내에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에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으니 편안해진다. 

충혼각
충혼각

어느덧 도량을 돌고나서 충혼각으로 발길을 돌렸다. 스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충혼각은 매년 '전물군경합동 위령대재'를 봉행하며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호국도량이다. 매년 음력 3월 18일 입재하여 20일 회향하고 납골당 합동위령재는 음력 9월9일 봉행하고 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故 설봉 스님에 의해 1956년 사라사에서 시작하여 한라산 아흔아홉골 충혼각으로 이전, 호국영령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있다. 2022년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오전 6시에 충혼탑에서 한국불교태고종 6~10여명 스님들과 신도들이 참여하여 호국영령들을 위한 불공을 드린다고 한다.

일붕동산 봉암사
일붕동산 봉암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일붕동산에 있는 봉암사에 이르렀다. 주지 석천 스님께 합장하여 인사하고 나니 공양주 보살님이 차 한 잔을 내어주신다. 2022년 6월5일 오전 10시에 일붕 서경보 큰스님 추모제를 봉행한다고 한다. 대웅전에서 울려 퍼지는 독경소리에 아흔아홉골 골골마다 잠들어 있는 영가들을 위해 극락왕생하기를 부처님 전에 발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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