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낯설게 바라보기 ⑥ - 나의 쉰다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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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낯설게 바라보기 ⑥ - 나의 쉰다리생활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6.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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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 와서 불자로 거듭나고 있는 글쓴이 수월심 김현남 불자는 제주사찰문화해설사 3기로 현재 제주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임인년 새해에는 제주에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소박하게나마 제주불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글을 보내겠다고 한다.
보리밥과 누룩. 간단한 재료에 간단한 방법. 초간단이 장점인 쉰다리
보리밥과 누룩. 간단한 재료에 간단한 방법. 초간단이 장점인 쉰다리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검색 활용할 수 있는 사이트 <디지털제주문화대전>에는 쉰다리가 쌀밥, 보리밥이나 또는 약간 쉬기 시작한 밥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저농도 알콜 음료라고 정의한다. 또다른 이름으로 순다리 혹은 단술로도 불린다. 
‘아파트 담벼락 보다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노래를 부르며 지내다 뭐든 내가 만들어보는 생활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발효와 느림의 미학 된장담그기도 끌렸지만, 더더욱 끌린 것은 역시 술. 만든다고 하지않고 빚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놀멍쉬멍 음주가무에 알코올은 필요하다. 술빚기 체험 프로그램을 살핀 후 가장 적합해 보이는 제주도 전통주 오메기술 빚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성읍민속마을로 갔다. 오메기술은 차조 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을 하여 동그런 도넛 모양으로 떡을 빚는 것이 시작이다. 그 다음 끓는 물에 그 떡을 익힌다. 잘 익으면 꺼내어 그 떡을 으깨어 부순다. 이 과정이 참으로 힘든데, 이렇게 정성을 빚어 만드니 오메기술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술을 빚으며 제주의 음식문화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오메기술 빚기의 힘듦에 내가 집에 가서 다시 빚을 일은 없을 것 같았고 그러다 쉰다리의 존재를 듣게 된다. 오메기술 기능보유자 식품명인 68호 강경순 선생님께 듣는 쉰다리 만들기는 아주 간단하게 들렸다. 남은 밥에 누룩 부순 것을 적당히 한두 숟갈 넣고 섞어 물을 자작하게 부어놓고 하루이틀 두면 된다고 한다. 음료처럼 마시고 싶으면 물 많이, 걸죽하게 먹고 싶으면 물 적게, 달게 먹고 싶으면 설탕도 조금 넣어 먹으면 된다니 간단한 것이 강한 장점으로 보여 바로 해보기로 한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쉰다리 생활. 보리밥을 지어 식힌다. 그 밥에 누룩을 섞어 물을 붓고 천을 덮어 하루이틀 따뜻한 곳에 둔다. 뚜껑을 열어보아 보글보글 거품이 생기면 잘되고 있다는 징조. 살피고 기다린다. 그 거품이 가라앉고 밥알이 뭉개져 있으면 잘된 것.  
서명숙의 [식탐]이라는 책에는 쉰다리에 관한 이런 구절이 나온다. ‘ “물질허는 해녀들은 술은 입에도 일절 안 대지. 겅해도 쉰다리는 먹어. 여름에 물질허당 나랑 쭉 마시민 피로가 싹 풀려.” 잔주름이 꼬불꼬불 잡힌 입꼬리를 올리며 활짝 웃었다. 이승인 집을 나서면 저승인 바당에서 일한다는 해녀에게 술은 금물이다. 술은 안 먹어도 쉰다리는 먹는다? 몇 모금 홀짝이고 나니 그 말이 이해됐다. 알코올 성분이 전혀 없다는 데도 살짝 취기 비슷한 게 온몸을 타고 돌아다녔다. 술과 음료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는 쉰다리!’ 

햇살 가득한 봄날, 매화나무 아래에서
햇살 가득한 봄날, 매화나무 아래에서

쉰다리에 관한 객관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보태면,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는 생활민족적 관련사항으로 ‘제주 사람들이 식생활에서 보여 준 알뜰한 지혜의 산물이다. 여름에 찬밥이 많이 남으면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누룩 가루를 넣어 빚은 저농도 알콜 음료이다. 약간 상한 밥도 물에 한두 번 가볍게 헹군 후에 빚어도 된다. 이 음료는 주도가 낮아 여름철 음료수용으로 이용하였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겨 마셨다.’고 한다. 나의 이번 쉰다리는 봄꽃개화시기에 맞추어 준비했다. 여름이면 하루이틀이면 되는 쉰다리가 겨울이라 발효가 더뎌 1주일 걸렸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매화꽃 아래에서 시큼새콤한 쉰다리를 마셨다. 꽃을 따서 술잔에 띄워 매화향을 안주삼아 봄의 정취를 즐겼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쉰밥이 없어서인지 만들어먹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다 만들어먹어도 보리 대신 쌀로 만든다는데 내 쉰다리제조 경험상 쌀밥보다 보리밥으로 해야 구수하다. 그리고 집에서 요거트 만들어 먹을 때 과일잼 등을 넣어 먹는 것처럼 쉰다리에도 감귤잼이나 감귤시럽 등을 첨가해서 먹으면 좀더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발효가 핵심이므로 쉰다리를 빚을 때 재료를 넣은 그릇은 밀봉하지 말고 공기가 통하도록 천을 덮는 게 좋다. 마음이 급하다. 늘 꽃이 있는 제주의 날들에 이렇게 계절의 정취를 즐겨야 하기에. 

쉰다리 만들기

재료: 보리밥 2킬로그램, 누룩 600그램, 물 2~3리터.
제주산 통보리로 밥을 한 뒤 밥 한 그릇 분량에 효모 1/6 그릇을 항아리에 넣고 물을 넣으면 된다. 물의 양에 따라 점도가 달라지는데 걸쭉하게 만들기 위해 물은 6그릇 정도를 넣는다. 음료처럼 마시고 싶다면 10~15그릇 정도로 물을 많이 부으면 된다. 온도에 따라 2~4일 정도 발효를 시키면 먹을 수 있다. 

                / 글·수월심 김현남 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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